'신림동 강간미수 CCTV 사건' 30대 강간미수 무죄... '강간의 고의'와 '실행의 착수' 법리
'신림동 강간미수 CCTV 사건' 30대 강간미수 무죄... '강간의 고의'와 '실행의 착수' 법리
  • 유재광 기자, 윤수경 변호사
  • 승인 2019.10.16 18: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검찰 "문 열기 위해 온갖 방법" 주거침입 강간미수 혐의 기소
피고인 측 "술 먹자고 따라간 것... 강간할 의사 없었다" 주장
1심 "강간 실행 착수 인정 어려워" 주거침입만 징역 1년 선고

▲유재광 앵커= 지난 5월 발생한 신림동 여성 집 침입 시도 사건 30대 남성에 대해 법원이 오늘(16일) 강간미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윤수경 변호사의 이슈 속 법과 생활’입니다. 사건 내용을 좀 다시 볼까요. 

▲윤수경 변호사= 30살 조모씨는 지난 5월 28일 오전 6시 30분쯤 서울 관악구 신림역 부근에서 귀가하던 중인 20대 여성 피해자를 뒤따라가 피해자의 원룸 시도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조씨는 사건 당일 피해자의 원룸까지 200m를 뒤따라가 피해자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탄 뒤 현관까지 따라갔습니다. 당시 아슬아슬하게 문이 닫히고 잠기면서 집안으로 들어가진 못했는데요.

조씨는 10여분간 벨을 누르거나 손잡이를 돌리고 도어락 비밀번호를 눌렀고 "물건을 떨어뜨렸으니 문을 열어달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조씨의 이런 모습이 담긴 영상이 ‘신림동 강간미수 CCTV 영상’이라는 제목으로 온라인 공간에서 빠르게 확산되어 큰 논란을 일으킨 바 있습니다. 

▲앵커= ‘신림동 강간미수’ 라고 했는데 검찰이 실제로 강간미수 등 혐의로 기소를 했지요. 

▲윤수경 변호사= 네. 검찰은 주거침입 혐의 외에도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의 주거침입 강간미수 등 혐의로 기소를 했습니다. 
 
검찰은 피의자가 문을 열기 위해 온갖 방법을 시도하며 피해자에게 극도의 불안감과 공포심을 줬다면서 이런 행위에 강간죄의 '실행의 착수'에 해당하는 폭행·협박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하면서 강간미수 혐의를 적용해 징역 5년을 구형했습니다. 

그러면서 “강제 추행을 하고자 했다면 골목길이나 엘리베이터 안에서 범행을 했을 것인데, 피해자가 집으로 들어가기만 기다렸다는 점에서 강간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게 검찰 기소 내용입니다. 

▲앵커= 재판에서 조씨는 뭐라고 변론을 했나요. 

▲윤수경 변호사= 당시 조씨는 술에 취한 상태였던 걸로 알려졌습니다. 

조씨 측 변호인은 다만 "조씨의 행동만으로 강간의사를 가지고 따라간 건지 아니면 술 한 잔 더 마시자고 하려고 따라간 건지는 명확하지 않다"라고 하면서 "강간의 고의에 대해서는 엄격한 증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최후변론을 통해서 조씨는 "저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피해자에게 고통을 준 것에 깊이 사죄한다"며 "잘못을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고 금주 치료도 반드시 받겠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1심 판결이 오늘 나왔죠.

▲윤수경 변호사=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 김연학 부장판사는 오늘 조씨에 대해 강간미수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 주거침입죄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을 선고했습니다. 

주거침입에 대해선 “공동현관을 통해 내부에 있는 엘리베이터, 공용 계단 및 복도 등에 들어간 때 이미 주거 침입을 한 것"이라고 판단을 했고요. 

하지만 강간미수에 대해선 실행에 착수했다는 직접, 객관적 증거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재판부 판단에 따르면 “설령 피고인에게 강간하려는 내심의 의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실행에 착수한 것이 인정돼야 미수로 처벌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현관문을 치는 등의 행위가 의심 없이 강간으로 이어질 직접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 강간죄 실행의 착수 행위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른 아침에 피해자를 주거지까지 따라 들어가려 한 점, 과거에도 길을 가던 여성을 강제추행한 점, 술에 취한 피해자를 뒤따라가다가 모자를 쓴 점 등에 비춰보면 강간할 의도로 행동했다는 의심이 전혀 들지 않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피해자에게 말을 걸기 위해 뒤따라갔다는 피고인 주장을 완전히 배척할 수 없다”라고 했습니다. 

"설령 강간 의도가 있었다 하더라도 행위로 인해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이를 토대로 고의를 추단할 수 없다.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처벌한다면 죄형법정주의 위반“이라는 게 재판부 설명입니다. 

▲앵커= 이게 좀 설명을 들어도 말이 좀 어려운데 좀 쉽게 다시 설명을 좀 해주실까요. 

▲윤수경 변호사= 좀 쉽게 설명해보자면 강간미수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강간의 고의'와 함께 '실행의 착수'가 인정되어야 됩니다. 

먼저 재판부는 강간의 고의에 대해서 ‘술 한 잔하고 싶어서 따라갔다’는 조씨의 주장을 완전히 배척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것이고요.

그리고 피고인의 현관문을 치는 등의 행위를 했는데 이 행위 자체를 강간죄의 실행의 착수로 보기 어렵다고 본 것입니다. 

그래서 강간죄를 범하려는 의도를 추단하기가 어렵고, 설령 의도가 있었더라도 ‘실행의 착수’가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강간미수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결론입니다.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상 단순한 가능성만으로 처벌할 수는 없다는 것이 그 이유가 되겠습니다. 

▲앵커= 이게 강제추행과 강간죄 실행의 착수나 미수는 어떻게 구분하나요. 

▲윤수경 변호사= 실무상으로도 여러 가지 논란이 있을 수 있는데요. 강간죄 또는 강간미수의 실행의 착수는 피해자에게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하여서 강간에 이르는 것인데, 강제추행의 경우에도 역시 폭행 또는 협박으로 다른 사람을 추행하는 경우로 같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어떤 의도'로 피해자를 폭행 협박했는지에 따라 구분될 수 있는데요. 

강제추행이나 강간죄 모두 피해자가 실제 폭행이나 협박으로 느낄 만한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 살펴봐야 됩니다. 그렇지만 실제로 직접적인 물리력을 행사하지 않은 경우라도 혐의가 인정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추행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나 피해자와 피의자의 관계 등 전체적인 상황을 고려하기 때문에 피해자와 피의자의 관계상 협박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협박은 있었다고 인정되나 신체접촉이 없었던 경우, 그래도 상대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인정되는 경우 이러한 경우에도 강제추행 혐의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강제추행처럼 강간죄도 역시 마찬가지로 미수죄가 성립합니다. 강간의 고의로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 즉 폭력이나 협박 행위를 해서 실행에 착수했으나 강간의 결과에 이르지 못한 때에는 강간미수죄가 성립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이게 그러니까 착수를 해서 추행에서 그치면 강제추행 미수가 되고 강간으로 나가려 했는데 강간에까지 이르지 못하면 강간미수, 그렇게 되는 건가요.

▲윤수경 변호사= 애초에 이제 어떤 고의가 있었는지가 중요하게 되겠고요. 그리고 폭행이나 협박이 있었던 전체적인 상황, 정황들을 고려해서 그 고의까지 인정이 된다고 하면 거기에 따라서 강간의 고의였는지 추행의 고의였는지 따져봐야 될 것 같습니다. 

▲앵커= 오늘 판결 개인적으론 어떻게 보시나요. 

▲윤수경 변호사= 범죄를 저질렀다고 보기 위해서는 통상적으로 어떠한 고의를 가지로 행위에 착수해서 그 결과가 발생을 해야 되는데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죄책을 묻는 경우들이 미수범을 처벌하는 경우입니다. 

이번 사건 같은 강간죄의 경우도 기수범은 물론 미수범까지 처벌하도록 되어 있는데 성폭행에 이르지 않아도 처벌하는 미수범의 경우에는 실행에 착수했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강간이 벌어졌다면 DNA나 외상 등 명확한 물증이 남겠는데요. 강간에 착수는 했지만 실행에 이르지 못한 강간미수죄의 경우에는 이렇다 할 증거가 남지 않기 때문에 피해자의 진술만이 유일한 증거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재판부는 “조씨는 엘리베이터에서 곧바로 폭행·협박에 나아갈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며 “조씨로서는 피해자가 혼자 사는지, 동거하는지를 알지 못해 엘리베이터보다 주거지에 침입하는 것이 범행으로 나아가기 훨씬 용이하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판단했다면서 강간의 고의를 인정하지 않았는데요.

강간 실행의 착수 여부에 대해서 신중을 기하여 판단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서도 실형을 선고했는데요.

“법률상으로 강간 범행 착수로 보기 어렵다고 해도 이번 사건은 일반적인 주거침입과는 상황이 다르다”라고 하면서 “피해자 주거의 평온을 해치면서 성범죄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야기한 사실만으로도 엄히 처벌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는데 전체적으로 수긍이 가는 판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법리적으로 강간미수로 처벌할 순 없지만 실질적으로 강간미수로 처벌한다는 얘기처럼 들리네요. 잘 들었습니다.

 

유재광 기자, 윤수경 변호사 jaegoang-yu@lawtv.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