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상규 법사위원장 국감에서 "웃기고 앉아 있네. XX 같은 게" 막말
어제 법사위 서울중앙지검 국감일은 음력 9월 9일 중양절(重陽節)
당 시인 두보, 중양절 풍경과 심경 노래한 시에서 '슬픈 가을' 묘사

[법률방송뉴스] 국회 법사위 서울중앙지검 국감에서 나온 여상규 법사위원장의 “웃기고 앉아있네. XX 같은 게” 라는 막말 발언이 후폭풍을 낳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늘(8일) 열린 원내대책-상임위원회 간사단 연석회의에서 여상규 위원장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브리핑’입니다.

문제의 발언은 어제 서울고검에서 열린 서울고검과 산하 서울중앙지검 등에 대한 법사위 국감 여야 법사위원들의 1차 질의가 모두 끝난 뒤 나왔습니다.

여 위원장은 국회 패스트트랙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송삼현 서울남부지검장을 향해 이를 수사하지 말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패스트트랙 문제는) 순수한 정치문제이고 사법문제가 아니다. 그런 것은 정치문제다. 검찰이 함부로 손댈 일이 아니다. 어느 것이 공정하고 정의로운지 잘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 여상규 위원장의 말입니다.

여 위원장은 그러면서 "철저하게 수사할 것은 수사하고 수사하지 말 것은 말아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용기 있는 검찰이다. 그 판단은 물론 검사님 몫이다. 그에 대해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진정한 검찰개혁이다“고 강조했습니다.

여 위원장은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에서 사개특위 위원으로 보임됐던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을 의완회관 내 채 의원 사무실에 감금한 국회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상태입니다.

패스스트랙 사건 피고발인 신분인 여 위원장의 “패스트트랙은 검찰이 함부로 손댈 일이 아니다“는 발언에 민주당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사실상 수사를 하지 말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문제는 이분이 당사자다. 수사를 받아야 될 대상이다. 수사 받아야 될 대상이 수사기관에 대고 수사하지 말라? 부당하다”는 것이 김종민 민주당 의원의 말입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그런 주장 할 수 있다. 근데 남부지검 조사실에 가서 그 말씀을 해야 한다. 국정감사장에서 감사위원 자격으로 해선 안 될 말이다. 명백하게 반칙이다. 국회법 정신을 정면으로 훼손하는 명백한 반칙이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여당 간사인 송기헌 의원은 위원장석에 직접 나가 항의했고 여야 의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가는 와중에 김종민 의원은 자리에 앉아 “위원장 자격이 없다. 최소한 체면은 지켜야 한다”고 큰 소리로 항의했습니다.

이에 여 위원장은 “누가 감히 소리를 지르느냐”며 “누가 당신한테 자격 받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여 위원장은 그러면서 “듣기 싫으면 귀를 막으라. 민주당은 듣고 싶은 얘기만 들어라, 원래 듣고 싶은 얘기만 듣지 않느냐”고 냉소하듯 말했습니다.

이어 여 위원장은 "웃기고 앉아 있네.  XX 같은 게“ 라고 중얼거리듯 말을 했는데 이 발언이 고스란히 방송사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이 정식으로 사과를 요구하자 여 위원장은 “흥분해서 정확한 표현이나 말이 기억이 나지 않는데 상대방의 이야기가 극도로 귀에 거슬려서 그런 말을 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습니다.  

일단 이번 막말 사단의 단초가 된 패스트트랙 고발은 한국당 의원들이 더 많아서 그렇지, 민주당 의원들도 다수 고발된 일종의 ‘쌍피 사건’입니다.  

그걸 검찰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법사위원장이 수사하라 말라 하는 건, 더구나 본인이 피고발인 신분임을 감안하면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오늘 오전 국회에서 주재한 원내대책-상임위원회 간사단 연석회의에서 “명백한 수사 청탁이자 몰염치한 피고발인 언행이다. 참으로 뻔뻔하다”며 여상규 의원을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여 위원장의 “웃기고 앉아 있네” 라는 발언이 방송 전파를 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방송된 모 지상파 방송사 시사프로그램 간접조작사건 판결 관련해 취재진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여 위원장은 “웃기고 앉아 있네. 이 양반”이라고 발언 한 바 있습니다.

여 위원장은 1980년 당시 안기부가 서울시경 정보과에서 근무하던 석달윤씨를 고문해 간첩으로 조작한 사건의 1심 담당 판사로, 여 위원장은 석씨에게 당시 무징역을 선고했습니다. 

“웃기고 앉아 있네”라는 표현이 여 위원장이 평소 잘 쓰는 표현인 것 같은데 국감장에서 동료 의원을 향해 “XX 같은 게”라는 막말과 붙여 써서 그렇지 공사를 가려 쓴다면 표현 자체를 문제 삼을 순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어제 오늘 여 의원의 막말 논란을 두고 중국에서 시성(詩聖)으로 추앙받는 두보의 ‘구일남전최씨장’(九日藍田崔氏莊) ‘중양절에 남전 최씨 장원’에서 라는 제목의 칠언율시가 생각났습니다.

오늘은 절기상 찬이슬이 내린다는 한로(寒露)이고 서울중앙지검 국감이 진행된 어제는 음력 9월 9일 중양절(重陽節)이었습니다.

음력 5월 5일 단오에 단오떡을 해먹으며 여자는 창포물에 머리를 감고 남자는 씨름을 하는 것처럼 음력 9월 9일 중양절엔 척사의 의미로 자줏빛 수유(茱萸)를 꽂거나 국화전, 국화주를 마시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두보의 ‘구일남전최씨장’(九日藍田崔氏莊)은 이 중양절의 풍경과 심경을 노래한 시입니다.

노거비추강자관(老去悲秋强自寬) 흥래금일진군환(興來今日盡君歡), ‘늙어감에 가을 서럽지만 애써 마음 느긋이 갖고 오늘은 그대 지극한 환대에 흥을 내본다’로 시작하는 시는 명년차회지수건(明年此會知誰健) 취파수유자세간(醉把茱萸仔細看), ‘내년 이 모임에 누가 건재할지 아는가, 취한 눈으로 수유 가지 쥐고 가만히 들여다보네’ 로 끝납니다.

좀 많이 뜬금없지만 두보의 이 시가 생각난 건 여상규 위원장의 하얗게 흰 서리 같은 머리칼이 두보가 자주 쓰는 표현인 ‘슬픈 가을’, ‘서러운 가을’이라는 뜻의 이 시에도 나오는 ‘비추’(悲秋)라는 단어와 겹쳐졌기 때문입니다.

내년 이 모임에 누가 건재할지 아는가. 두보의 많은 시가 그렇듯 뭔가 인생의 무상함과 쓸쓸함이 느껴집니다. 내년은 21대 총선이 있는 해입니다. ‘정권심판론’과 ‘보수야당심판론’, 내년 국감에 누가 살아 돌아와 ‘건재’할지 개인적으론 상당히 궁금합니다. ‘앵커 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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