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검찰 과도한 수사, 법원이 영장 판결로 인권 보호해줘야"
민주연구원 "법원 압수수색영장 남발... 관료 사법체제 문제 노정"
법조계 "법원, 함부로 영장 안 내줘... 수사필요성, 사건관련성 인정"

검찰 관계자들이 지난달 23일 조국 법무부장관 자택 압수수색을 마친 후 압수물을 차량에 싣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관계자들이 지난달 23일 조국 법무부장관 자택 압수수색을 마친 후 압수물을 차량에 싣고 있다. /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조국 법무부장관 일가 수사와 관련해 지금까지 70여 건의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된 것을 놓고 '과잉 수사' 논란이 일고 있다.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는 도마에 올랐다. 박지원 의원(무소속)은 지난 2일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압수수색영장을 인권 차원에서도 절제해야지, 한 가정에 70여 건을 발부하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다”며 “검찰의 과도한 수사에 사법부가 영장 발부 판결로 보호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원장 양정철)은 8일 ‘검찰·법원개혁 함께 추진할 제2사법개혁추진위원회 구성 논의 제안’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하고 "법원 개혁이 필요하다"며 그 이유로 이 문제를 들었다. 보고서는 “조 장관 가족 수사 과정은 검찰뿐 아니라 법원까지 포함한 한국 ‘관료 사법체제’의 근원적 문제를 노정했다"며 “검찰만 압수수색을 남발한 것이 아니라 법원도 압수수색 영장을 남발했다”고 주장했다.

일반적으로 하나의 사건에 발부되는 압수수색영장은 1~2건에 그친다. 많아야 5건 내외다. 사법농단, 국정농단 사건 같은 대형사건의 경우도 발부된 압수수색 영장의 수는 각각 23건, 46건이었다.

숫자만 놓고 볼 때 이례적으로 많은 영장이 발부되었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힘들다. 법조계에서는 이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 "압수수색영장 허투루 발부하지 않는다"

압수수색영장 발부는 인신을 구속하는 구속영장보다는 발부가 수월하다. 하지만 쉽게 발부된다고 볼 수는 없다. '수사 필요성’과 '사건 관련성’이 인정돼야 발부된다.

사문서 위조 혐의로 기소된 조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동양대 교수실과 자택에 각각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됐고, 아들 입시와 관련해서는 충북대 아주대 연세대, 딸 관련해서는 동아대에 영장이 발부됐다.

표창장 등 위조된 사문서를 입시에 사용했을 경우 사립대학은 업무방해, 공립대학은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한다. 이 경우 사문서 위조 혐의가 아직 입증도 되지 않았는데 이를 전제로 대학에 대한 압수수색이 필요한 것인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사문서 위조는 권리·의무 또는 사실증명에 관한 타인의 문서 또는 도화를 위조 또는 변조해 행사할 목적으로 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즉 사문서 위조라는 죄 자체가 ‘행사’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 대학들에 대한 수사는 그 필요성이 인정된다. 그리고 행사한 대학별로 죄의 수가 성립하기 때문에 과도한 압수수색영장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또 정 교수가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자택으로 옮긴 이상, 동양대 교수실에 이은 자택 압수수색의 필요성 또한 인정된다.

강신업 변호사(법무법인 하나)는 이에 대해 "사모펀드나 웅동학원 의혹의 경우 관련된 사람과 회사들이 더욱 많다. ‘수사 필요성’ 측면에서 볼 때 ‘과잉’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며 "아무 근거 없이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물론 임의수사를 통해 수사의 목적 달성이 가능하다면 강제수사인 압수수색을 할 수 없다는 '보충성의 원리'는 형사사법절차에 내재돼 있는 기본 원리다.

하지만 강 변호사는 "정 교수의 경우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는 정황이 있다"며 "이 경우 무조건 강제수사가 과잉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사문서 위조 같은 경범죄에 너무 과잉한 수사가 아니냐는 비난이 있는데, 입시 비리와 연관된 사문서 위조의 경우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경우가 있다"며 사문서 위조라도 사안별로 판단이 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결국 '혐의 상당성'이 관건"

인신을 구속하는 구속영장 발부는 다른 문제다.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즉 구속영장 심사는 갈수록 더욱 엄격해지는 추세다.

물론 형사소송법상 유·무죄 여부와 구속영장 발부는 관련이 없다. 구속영장은 도주, 증거인멸 등 우려가 있을 때 발부된다. 

형사전문 이재용 변호사(JY법률사무소)는 나아가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해서 법원이 혐의가 가볍거나 무죄가 될 것 같은 경우에 구속영장을 발부하지는 않는다”고 부연했다. 법원은 혐의의 상당성을 먼저 살펴 그 정도를 구속영장 발부 결정에 감안한다는 뜻이다.

이 변호사는 “압수수색영장은 필요성이 인정될 경우 발부된다고 해도, 아무 정황 없이 청구할 수는 없다”며 “(조국 장관 관련 압수수색영장의 경우) 비록 건수가 많기는 하지만 검찰도 혐의와 관련해 장소나 압수물을 특정해 신청할 것이고, 법원도 수사에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발부했다는 점에 관해서는 부정하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다만 이렇게 이례적으로 많은 수의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하고 구속영장이 발부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혐의 소명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는 뜻”이라며 “검찰이 체면을 크게 구기는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정경심 교수는 사문서 위조 혐의로 이미 기소가 됐기 때문에 이 건과 관련해 구속영장이 청구될 수는 없다. 사문서 위조와 관련된 업무집행방해 등 혐의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사실상 동일한 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모펀드 의혹 등 다른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될 수는 있을텐데, 만약 영장이 기각된다면 이례적으로 70여건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면서 대대적으로 수사를 해온 검찰로서는 부담이 상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말이다. 이 경우 과잉수사였다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게 되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압수수색영장과 달리 구속영장이 청구된다면 그 발부 여부는 여러 관련 사건에 대해 법원이 사건기록을 보고 처음으로 내리는 판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