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유속에 아비규환"... 법조계 "안전의무 소홀했다면 책임 물을 수 있어"

[법률방송뉴스] 서울 상암동 난지한강공원 부근에서 지난달 29일 열린 철인3종 수영 경기 중 실종된 30대 남성 노모씨가 결국 숨진채 발견됐습니다. 법률방송은 당시 아비규환 같았던 상황을 참가자 단독 인터뷰를 통해 보도해 드린 바 있는데요. 

관련해서 당시 철인 3종 경기 참가자들이 '경기 중 사망해도 주최 측은 책임 없다'는 서약서를 작성한 것으로 법률방송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서약서의 법적인 효력과 쟁점을 짚어봤습니다. 장한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달 29일 서울 상암동 난지공원 부근 한강입니다.

철인 3종 경기 참가자들이 호기롭게 우르르 한강으로 뛰어듭니다.

[현장음]
"화이팅! 가자!"

그러나 호기롭던 입수도 잠시, 현장은 금방 아비규환으로 변했습니다. 물살이 상상 이상으로 거셌던 겁니다.

[철인 3종 경기 참가자]
"상황이 완전 개판이 되어가지고 안전요원들도 떠내려가고 사람들 수영 못하는 사람 다 뒤로 떠내려가고 그래가지고..."

결국 이날 실종된 30대 노모씨는 이틀 뒤 잠실대교 부근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습니다.

관련 인터넷 게시판엔 "완전 아비규환이었다. 수영하면서 처음으로 생명에 위협을 느꼈다", "사람이 앞에서 떠밀려오고 뒤에서 2명이 나를 잡고 죽는 줄 알았다"는 등의 댓글이 쏟아졌습니다.

[철인 3종 경기 참가자]
"물살이 너무 세 가지고 앞으로 나갈 수가 없었어요. 수영을 아무리 해도 그게 이제 뭐라 그래야 되지. 조류? 아무튼 급류 갑자기 물살이 엄청 세져 가지고 사람들끼리 막 끌어 잡고 막 치고 차이고..."

아비규환, 말 그대로 죽다 살아난 상황.

관련해서 당시 주최 측은 '사고가 나도 주최 측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참가자들에게 받고 대회를 진행했습니다.

[철인 3종 경기 참가자]
"서약서 쓰고 시작을 하죠. 천재지변으로 인한 그런 사고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런 것인데요. 그게 되게 서약서가 복잡해요. 간단하게 돼 있는 게 아니라 되게 길거든요. 그게..."

일단 참가자가 서약서 내용을 인지하고 자발적으로 동의해서 작성한 것이라면 서약서 자체의 법적 효력은 유효합니다.

[이인재 의료전문 변호사 / 법무법인 우성]
"일단 효력이 있고 우리 마치 수술하기 전에 동의서 받는 것과 비슷한 건데요. 옛날에 열기구라든지 그다음에 카레이싱이라든지 이런 것에 있어서 판례들이 있는데 어느 정도 물살이 '선수 정도면, 철인 3종 선수면 충분히 헤쳐나갈 수 있다' 그러면 책임을 묻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입니다."

참가자들은 하지만 물살이 통상적인 수준이 아니었다고 말합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 홈페이지엔 지난 1일 이번 철인 3종 경기 사망사고에 대한 엄중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하는 청원이 올라왔습니다.

평소보다 높은 수위와 거센 유속에도 무리하게 경기를 진행해 사고를 자초한 주최 측의 안일한 대회 운영으로 인한 인재(人災)라는 게 청원인의 주장입니다.

청원인은 그러면서 주최 측이 실종자가 발생했다는 것도 실종 몇 시간 동안 파악하지 못해 결국 사망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합니다.

실종된 노씨가 집에 돌아오지 않는 것을 걱정한 아내가 주최 측에 문의하자 그제서야 실종된 것을 알아차렸고, 실종 5시간 40분이 지난 시점에서야 신고가 접수됐다는 것이 청원인의 주장입니다.

이 청원인은 그러면서 참가자 전원이 구조됐는지 인원체크조차 하지 않고 시상식과 축하공연까지 했다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법조계에선 주최 측이 안전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면 서약서 작성과는 별개로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인재 의료전문 변호사 / 법무법인 우성]
"그런데 이제 문제는 주최 측이 불법이라든지 위법사항이 없을 때에는 (효력이 있는 것은) 맞는데, 물살이 세다는 기준이 행사를 하지 못할 정도인지, 행사를 한다면 안전장치를 어느 정도 해야 되는지, 그다음에 안전장치를 했다면 얼마나 촘촘히 했는지, 이것을 다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될 것 같아요. 만약에 그런 안전 설치도 하지 않고 '떠내려가도 책임 안 져' 그것은 아니죠."

관련해서 수영대회 직전 원래 예정된 코스에서 다른 코스로 경로를 바꾼 것으로 확인됐는데, 주최 측은 이에 대해 안전을 고려해 코스를 바꾼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대한철인3종협회 관계자]
"한강물살이 (이전에) 했던 것보다 그것은(세질 것은) 예상이 안 되니까 가장자리라고 하면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건데 안전에 관한 위험할 것이다 그런 것들은 나중에 결과론적인 것 같은데요."

경찰은 대회 당시 드론 촬영 영상 등을 확인하는 한편 대회 관계자들과 안전요원, 참가자 등을 상대로 면밀한 조사를 벌인 뒤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입니다.

법률방송 장한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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