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대화 한 적 있는 상대만으로 압수수색 범위 제한된다고 볼 수 없어"

[법률방송뉴스] 수사기관이 수사 과정에서 특정 피의자의 카카오톡 단체대화방 참가자 모두의 정보를 수집한 것에 대해 과잉 압수수색이나 개인정보 침해가 아니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6단독 오민석 부장판사는 정진우 전 노동당 부대표 등 24명이 국가와 카카오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이같은 취지로 판결했다.

경찰은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집회를 주도한 정씨에 대한 조사를 벌이던 중 정씨의 휴대전화 번호로 이뤄진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과 대화 상대방의 전화번호 등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

경찰은 이에 발부된 영장을 카카오에 팩스로 전송했고, 카카오는 정씨의 카톡 단톡방에 있던 대화상대 전화번호 목록과 대화 일시·내용·사진 등을 이메일로 경찰에 제출했다.

검찰은 압수수색에 따라 이뤄진 경찰 수사 결과를 토대로 정씨를 일반교통방해죄 등 혐의로 기소했다.

정씨는 그러나 “압수수색 범위는 대화 상대방의 아이디와 전화번호 등에 국한되어야 하는데 대화를 나누지도 않은 대화방 멤버의 전화번화와 혐의사실과 무관한 사적인 대화내용 등까지 무분별하게 압수해 갔다”며 국가와 카카오를 상대로 3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그러나 정씨의 주장에 대해 "해당 대화방에서 정씨가 대화를 건넨 적이 있는 상대만으로 압수수색 자료제출 범위가 제한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당시 압수수색 영장의 내용과 목적 등에 비춰보면 정씨가 가입한 대화방의 경우 '대화 상대방'에는 정씨와 이야기를 주고받기 위해 가입한 제삼자가 모두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이다.

이에 재판부는 “정씨와 전혀 대화를 한적이 없더라도 단톡방 참가자들의 전화번호는 모두 영장에 기재된 '압수할 물건'에 속한다”며 “허용된 범위를 넘어선 개인정보가 압수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경찰이 압수 과정에 압수수색 대상자를 참여시키지 않았다는 정씨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발부받은 영장을 집행하면서 영장 원본을 제시하지 않고 카카오에 팩스로 송부한 것에 대해서는 “형사소송법에 어긋나고 담당 수사관이 공무원으로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점이 인정된다”며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다만 영장을 팩스로 전송한 것이 1990년대부터 이어져온 실무관행에 따른 것이고 2017년 대법원이 팩스 영장 전송을 위법하다고 판단한 이후 이 같은 관행이 시정된 점 등을 감안해 손해배상액을 100만원으로 정했다.  

재판부는 카카오에 대해서는 '위법한 영장 제시'에 근거해 정보를 제공했지만 카카오에 고의나 과실이 인정되지는 않는다며 카카오에는 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법기관이 아닌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가 압수수색 영장이 형사소송법에 따라 적법히 집행되는지 심사할 권한·의무는 없다"며 "수사기관의 위법행위나 권한 남용에 대한 통제는 수사기관에 대해 직접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정씨와 함께 소송을 제기한 나머지 23명에 대해서도 "영장 집행으로 메시지 내용이나 전화번호 등 정보가 압수됐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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