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추억, 이춘재의 범죄 '시그니처'(signature)... 화성 외 청주·수원서도 연쇄살인 자백
살인의 추억, 이춘재의 범죄 '시그니처'(signature)... 화성 외 청주·수원서도 연쇄살인 자백
  • 유재광 기자
  • 승인 2019.10.06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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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옷 등 피해자 소지품으로 재갈·결박 성폭행 살인
시그니처, 범인이 현장에 남기는 고유한 범죄 패턴
이춘재의 고등학교 졸업앨범 사진(왼쪽)과 화성연쇄살인 수사 당시 경찰이 제작한 용의자 몽타주
이춘재의 고등학교 졸업앨범 사진(왼쪽)과 화성연쇄살인 수사 당시 경찰이 제작한 용의자 몽타주

[법률방송뉴스] 화성연쇄살인사건 이춘재가 화성 외에 청주와 수원에서도 이미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처제 강간 살인 외에도 각각 두건씩, 모두 4건의 연쇄살인을 더 저질렀다고 자백했습니다. ‘앵커 브리핑’ 범죄 ‘시그니처’ 얘기해 보겠습니다.

지난 1991년 1월 27일 오전 10시 50분쯤 청주시 가경동 택지조성 공사장 지름 1m 콘크리트관 속에서 당시 17살이던 방적공장 직원 박모양이 숨진 채 발견됩니다.

전날 같은 장소에서 발생한 강도 사건을 수사하던 강력계 형사에 의해 발견된 박양은 속옷으로 입이 틀어막히고 양손이 뒤로 결박당한 참혹한 상태였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박양은 성폭행을 당한 뒤 항거불능의 상태에서 목이 졸려 숨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당시 언론에 ‘청주 가경동 여공 살인’ 사건으로 알려진 사건입니다.

사건 현장은 택지개발공사 현장으로 2.5m 깊이의 하수관로가 곳곳에 놓여 있었고, 평소 공사장 관계자 외에는 인적이 드믄 곳이었습니다.

경찰은 귀가 중인 박양을 길에서 납치해 공사장 안으로 100여m 끌고 가 범행한 것으로 미뤄 이 일대 지형에 익숙한 사람의 소행으로 추정했지만 끝내 유력한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하고 사건은 장기미제로 남았습니다.

‘가경동 여공 살인’ 1년 후인 1992년 청주에서 이번엔 당시 28살이던 가정주부가 피살되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1992년 6월 24일 오후 5시 30분께 청주 복대동 상가주택에 거주하던 이모씨가 하의가 벗겨지고 전화줄로 목이 졸려 숨진 채 발견된 것입니다.

경찰은 당시 20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사건 현장에서 나갔다는 목격자 진술을 확보하고 피해자와 남편 주변인 등을 중심으로 수사를 폈지만 이 사건 역시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하고 미제로 남았습니다.

그런데 이춘재가 청주에서 벌어진 이 두 건의 살인사건을 모두 자신 소행이라고 경찰 조사에서 자백했습니다. 포크레인 기사로 일했던 이춘재는 당시 일감을 따라 화성과 청주를 오가며 작업을 했다고 합니다.

1994년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유죄를 확정받은 사건까지 계산하면 청주 서부권 일대에서만 모두 3건의 연쇄살인을 저질렀다는 것이 이춘재의 자백입니다.

이춘재는 또 1988_1989년 연이어 터진 ‘수원 여고생 살인사건’도 자기 범행이라고 자백했습니다. 수원 여고생 살인 사건은 1987년 12월 24일 크르스마스 이브에 어머니와 다투고 외출했다가 실종된 여고생이 열흘가량 지난 1988년 1월 4일 수원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건입니다.

피해 여고생은 당시 속옷으로 재갈이 물리고 손이 결박된 상태로 발견됐습니다.

이듬해인 1989년 7월 3일 또 다른 여고생이 수원시 권선구 오먹천동 야산 밑 농수로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두 피살사건도 모두 본인이 했다는 것이 이춘재의 자백입니다. 

화성연쇄살인사건도 그렇고 이춘재가 자백한 상당수 사건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게 속옷이나 스타킹 등 피해자의 물건으로 피해자에 재갈을 물리거나 결박했다는 점입니다.

범죄심리학에서는 이를 ‘시그니처’라는 용어로 설명한다고 합니다. 사전적으로 시그니처(signature)는 ‘서명’ 나아가 ‘특징’ 정도의 뜻입니다.

비즈니스에서는 특정 회사나 제품의 정체성이나 개성을 나타내주는 상징이나 디자인, 또는 특정 정체성과 개성을 강조하는 마케팅을 통칭해 시그니처 마케팅이라고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시그니처가 범죄학에서는 ‘특정되지 않은 범죄인이 범죄 현장에 남기는 고유한 패턴’ 정도의 뜻으로 쓰인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 누구인지 용의자가 특정이 되지는 않았지만 범인이 특정 패턴을 통해 일종의 자신의 정체성을 의도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말합니다.

영화속 연쇄 살인마가 일부러 자신을 나타내는 특정 표식이나 힌트를 남기는 식입니다.

이춘재의 경우엔 피해자의 속옷을 이용한 재갈, 스타킹 등 피해자 의류나 소지품을 이용한 결박 등에 바로 이 ‘시그니처’에 해당합니다.

아무튼 이춘재가 무슨 생각에서인지는 몰라도 14건의 살인과 30건의 성범죄를 자백했다고 하는데 이춘재가 자백한 사건에는 화성연쇄살인사건 모방범죄라며 다른 사람이 범인으로 잡혀 옥살이까지 다 하고 나온 8차 사건까지 포함이 됐습니다.

당시 수사가 미진했는지 경찰이 잘못된 과잉수사로 엉뚱한 사람을 범인으로 몰았는지 이춘재가 자백한 사건 전부들에 대한 철저한 재조사와 진상 규명이 꼭 이뤄져야겠습니다.

한 점의 의혹과 억울함도 남기지 않는 것. 그래서 잘못한 것이 있다면 뼈를 깎는 반성과 사과를 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것이 지금 경찰이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 아닌가 싶습니다. ‘앵커 브리핑’이었습니다. 

유재광 기자 jaegoang-yu@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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