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세나 수사 혼선 위해 고의로 허위주장 가능성... '기억 왜곡' 가능성도"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이춘재씨의 고등학교 재학시절 모습. /연합뉴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이춘재씨의 고등학교 재학시절 모습. /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이춘재(56)가 모방범죄로 밝혀져 범인까지 검거됐던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도 자신이 저질렀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의 주장이 맞는다면 경찰이 당시 엉뚱한 사람을 처벌한 것이어서 부실수사 논란이 불거질 수 있고 거짓진술이라면 열네차례의 살인과 30여차례의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기존 자백의 신빙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논란이 예상된다.

당초 언론들은 경찰의 확인을 토대로 지난 1일 이씨가 10건의 화성 사건 중 모방범죄로 밝혀진 8차를 제외한 9건과 다른 5건 등 14건을 자백했다고 보도했는데 사실은 이와 다르게 진술한 셈이다.

당시 경찰은 보도가 나온 이튿날인 2일 브리핑을 열고 중간 수사 과정을 밝혔지만 언론 보도를 바로잡지는 않았다. 

8차 사건은 1988년 9월16일 당시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의 한 주택에서 박모(13)양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이 사건은 이듬해 윤모(22)씨가 범인으로 검거돼 처벌까지 받았다.

그러나 이씨가 모방범죄로 밝혀져 '진범'이 검거된  사건에 대해서도 자신의 소행이라고 주장하자 경찰은 이씨 자백의 신빙성 전반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아무리 과거 자신의 범죄행각을 털어놓는다 하더라도 이미 범인이 잡혀 처벌까지 된 사건을 자신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씨가 허세를 부리기 위해 또는 수사에 혼선을 주고자 고의로 허위주장을 했을 수 있고 그의 기억이 왜곡됐을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씨의 주장이 사실로 확인되면 과거 경찰이 부실한 수사로 애꿎은 시민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웠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 경우 현재 경찰은 과거 경찰이 잡지 못한 희대의 연쇄살인범을 뒤늦게나마 붙잡는 큰 성과를 올리고도 과거 경찰의 과오로 빛이 바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8차 사건뿐만 아니라 이 씨가 자백한 모든 사건을 철저히 검증해 의혹이 남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