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속의 산하Law] 화제의 방송 드라마, 영화 콘텐츠 중 시청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법적 쟁점을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들이 칼럼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합니다. 김인석 변호사는 영화 '가버나움'을 통해 난민과 관련된 법적 문제를 짚어봅니다. /편집자 주

 

김인석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김인석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영화 '가버나움'은 2017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영화로, 출생신고조차 되지 않은 채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 거리에서 생존해 나가는 12세 소년인 주인공 자인, 초경을 시작하자 곧바로 조혼을 강요당한 자인의 여동생 사하르, 레바논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에티오피아 출신의 불법체류자 미혼모 라힐 등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특히 이 영화는 주인공 자인을 연기한 배우인 자인 알 라피아가 실제 시리아의 내전을 피해 레바논으로 이주해 배달 일을 하다 캐스팅된 시리아인이라는 사실과, 사하르, 라힐 등을 연기한 다른 배우들도 불법체류자나 난민 출신의 비전문 배우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포장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모습에 호평이 쏟아지기도 하였습니다.

이 영화는 수상 경력 덕분인지 국내에서도 기대 이상의 흥행을 거두고 네티즌들의 높은 평점을 기록하였습니다. 다만 이 영화가 개봉하였을 당시는 내전을 피해 국내로 입국한 예멘인들이 대거 난민 인정을 신청한 사태로 인해 난민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팽배해 있던 시점이라, 한편으로는 이 영화를 관람한 사람들의 찬사 어린 감상평들이 다소 생경하게 느껴지기도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국적국의 내전을 피해 우리나라로 입국한 외국인이 전쟁으로 인한 위험을 사유로 난민 인정을 신청할 경우 난민으로 인정될 수 있을까요.

난민이란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인 신분 또는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를 받을 수 있다고 인정할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로 인해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보호받기를 원하지 아니하는 외국인, 또는 그러한 공포로 인하여 대한민국에 입국하기 전에 거주한 국가로 돌아가기를 원하지 아니하는 무국적자인 외국인을 말합니다(난민법 제2조 제1호).

법적 정의가 다소 어렵게 돼있습니다만, 쉽게 얘기해 국적국 또는 상주국에서 특정 사유로 인한 박해를 받을 수 있어 국내에서 체류자격 등의 비호를 제공해 줄 필요가 있는 외국인을 의미한다고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에 우리 난민법과 UN의 난민협약은 ‘강제송환 금지의 원칙’을 가장 우선적인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난민법 제3조). 즉, 주권국가에서는 원래 해당 국가에 체류하는 외국인이 해당 국가에서 정한 체류자격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강제로 국적국 등으로 돌려보내는 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출입국관리법상의 출국명령 등), 돌려보냈을 경우 박해나 위해의 우려가 있음이 인정되거나 또는 외국인이 그와 같은 우려를 주장하는 때에는 우선 강제송환 없이 체류의 자격을 제공해 주기로 한 것입니다.

다만 난민신청자의 체류자격은 어디까지나 심사를 마칠 때까지만 제공되는 임시적인 것이고, 난민인정자 또한 주기적으로 체류자격을 갱신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난민법은 난민 인정 결정을 취소하거나 철회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있고(난민법 제22조), 난민협약에는 난민지위의 정지 사유나 배제조항도 규정되어 있습니다.

우리 난민법은 난민 인정의 박해 사유에 내전을 열거하지 않고 있고, 법을 집행하는 행정부나 법을 해석하는 사법부 또한 내전으로 인한 생명·신체의 위험은 박해의 사유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우리 난민법은 인도적 체류자라고 하여, 난민에는 해당사항이 없지만 국적국 등으로 돌아갈 경우 고문 등의 비인도적인 처우나 처벌 또는 그 밖의 상황으로 인하여 생명이나 신체의 자유 등을 현저히 침해당할 수 있다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외국인에게는 별도의 체류자격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에 최근 불거졌던 예멘인들의 사태에서나 과거 이미 여러 차례 이슈가 되었던 시리아인들의 경우에 있어서도 대부분의 난민신청자들에게 인도적 체류만을 허가하는 선에서 난민 인정 심사가 마무리되었습니다. 또한 이러한 선례에 비추어 만일 이 영화에서 주인공을 연기한 배우인 자인 알 라피아가 시리아 내전을 피해 우리나라로 입국하여 난민 인정을 신청하였더라도 국적국의 내전만을 그 신청 사유로 하였다면 난민으로 인정되기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난민인정자와 인도적 체류자의 가장 큰 차이는 체류자격의 부여 기간과 사회보장 처우의 제공 여부에서 나타납니다. 즉 난민인정자에게는 한 번에 5년가량의 체류기간이 부여되고 있으나, 인도적 체류자는 1년 단위로 계속해서 체류자격을 갱신해야 합니다. 또한 난민인정자에게는 난민법 제30조 내지 제38조에서 마련한 기초생활보장, 교육의 보장 등의 혜택이 제공되지만, 난민법은 인도적 체류자의 처우와 관련하여서는 취업활동의 허가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난민법 제39조).

우리나라는 1992년 국회의 비준 동의를 거쳐 UN의 난민협약에 가입하였고, 2013년에는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하였으나, 난민 제도 자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또한 국제사회에 깊숙이 편입된 지 이미 오래라 난민제도 자체를 포기하기는 사실상 어렵기에, 법률 개정 등을 통해 제도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는 것만이 현실적인 대안일 것입니다.

그럼 다음 회에서는 영화 ‘가버나움’ 속 사례들을 통해 난민법이 열거하고 있는 난민인정의 박해사유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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