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의사 자격정지 비율 0.7%... 그나마 한 달, 면허취소는 없어"
"현행 의료법에 성범죄 의료인에 대한 면허취소 규정 자체가 없어"

▲유재광 앵커= 진료 중 환자를 상대로 간음을 하거나 유사 강간 행위를 한 의사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의사 면허가 취소되지 않고 의사 일을 계속 하고 있다고 합니다. 어떻게 봐야할까요. ‘윤수경 변호사의 이슈 속 법과 생활’입니다.

윤 변호사님, 이게 어디서 나온 말인가요.

▲윤수경 변호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오늘 경찰청에서 국정감사 자료로 받은 '최근 5년간 의사 성범죄 검거현황'을 오늘(2일) 공개했는데요.

그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의사 611명이 성폭력 범죄를 저질러 검거됐다고 합니다. 이 자료에서 의사는 한의사·치과의사도 포함이 되는데요.

수치를 구체적으로 보게 되면 ‘강간·강제추행’으로 검거된 의사가 88.2% 539명으로 가장 많았고요,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9.3% 57명,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 2.3%인 14명, ‘성적 목적 공공장소 침입’ 0.2% 1명 순이었습니다.

이 가운데엔 진료 중에 환자를 상대로 강제추행, 간음을 하거나 유사 강간 행위를 한 경우도 있어서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의사 면허가 취소되지 않고 의사 일을 계속한다는 건 또 무슨 말인가요.

▲윤수경 변호사=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최근 5년간 성범죄 자격정지 현황’을 보게 되면요. 2014년부터 2019년 6월까지 성범죄를 사유로 의사면허 자격정지 행정처분을 받은 의사는 단 4명뿐이라고 합니다. 그 처분기간도 1개월로 동일한데요.
 
앞서 본대로 최근 5년간 성폭력 범죄로 검거된 의사 611명인데, 이것을 기준으로 하면 성범죄로 인한 자격정지 비율이 0.7%에 불과합니다. 면허취소 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는데요. 말 그대로 ‘철옹성 의사면허가 아니냐’ ‘이것을 재정비해야 되는 거 아니냐’ 이런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앵커= 이게 어떻게 가능한가요, 법이 어떻게 돼 있나요.

▲윤수경 변호사= 현행 의료법을 보게 되면요. 성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에 대한 면허 취소 규정 자체가 없습니다.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행위’를 했을 때 자격정지를 할 수 있다고만 되어 있기 때문인데요.

성범죄의 경우 자격정지 기간이 1개월에서 12개월로 확대되기는 했지만, 강간·강제추행·준강간·업무상위력간음·미성년자간음추행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몰래카메라 등 다른 유형의 성범죄는 여전히 1개월의 자격정지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것도 그나마 ‘진료 중’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어 사실상 면허 정지 처분은 극히 드물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참고로 환자 안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거나 의사가 마약류 진통제를 스스로 투약한 사안의 경우도 자격정지 1개월에 그쳤는데요.

여기엔 사용기한이 지난 마약류 주사액을 환자에게 사용한 경우, 음주 후 봉합수술, 대리수술, 1회용 주사기 재사용 등도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앵커= 이게 진짜로 '철밥통'인 것 같은데 변호사 같은 경우는 면허나 자격이 어떻게 돼 있나요.

▲윤수경 변호사= 현행 변호사법에서는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자에 대해서는 결격사유를 규정하고 있고요. 징계의 종류로 영구제명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현행 의료법은 변호사법, 공인회계사법, 세무사법 등 다른 전문자격 관련 법률과 다르게 일반 형사범죄를 의료인의 결격사유나 면허 취소 사유로 규정하지 않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재고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같은 전문직이어도 의사 면허만 유독 철밥통이라는 얘기네요, 결론적으로.

▲윤수경 변호사= 네, 남인순 의원은 “의료사고로 환자를 사망하게 하거나 환자에게 성범죄를 저지르는 등 심각한 범죄행위를 저질러 유죄 판결을 받아도 진료행위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남 의원은 지난해 위반 대상 법률과 관계없이 금고 이상의 형·집행유예·선고유예를 받고 일정 기간이 지나지 아니한 자는 의료인이 될 수 없도록 하고 의료인이 이에 해당하면 필요적으로 면허를 취소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로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유사한 개정안이 여러 건 발의되었음에도 관련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입니다.

▲앵커= 의사 성범죄 어떻게 보시나요.

▲윤수경 변호사= 의사의 성범죄가 수치상으로 매년 늘고 있음에도 면허정지가 100명 가운데 1명 미만이라는 수치는 일반 국민들이 수긍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의사 앞에서는 누구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을’이 될 수밖에 없을 텐데요. 아픈 자신의 몸을 다루고 병을 고치는 의사의 한마디는 그 누구의 말보다도 권위가 있게 마련입니다.

국민의 생명을 직접 다루는 직업인만큼 직업윤리가 매우 중요한데요. 의료인에 대한 관리를 보다 엄격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환자에게 의사는 말 그대로 생사여탈을 쥐고 있는데 법 개정이 필요해 보이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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