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점주의 고백 "인생 2모작 위해 시작했는데... 후회하죠. 많이 후회하죠"

[법률방송뉴스] 법률방송에서는 얼마 전 하루 24시간을 운영해도 평균적으로 하루 8시간 최저임금만큼도 못 버는 편의점 업계 실태를 보도해드린 바 있는데요.

여기에다 최근 2~3년간 급격하게 오른 최저임금이 편의점 업주들을 더 힘들게 하고 있다고 합니다.

명색이 사장이지만 현실은 최저시급을 받는 알바생보다 수입이 더 적은 어떻게 보면 기막힌 실태.

편의점 업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해드립니다. ‘편의점 공화국의 그늘’, 그 두 번째 보도를 신새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강원도 원주 신도시의 한 편의점입니다.

40대 중반인 업주 신씨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고 지난해 8월부터 지금 자리에서 편의점을 시작했습니다.

쳇바퀴 같은 일에 염증도 나고 뭔가 새로운 시작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고심 끝에 택한 게 바로 편의점 창업이었습니다.

[신현태 / 편의점 가맹점주]

“회사 다니면서 (주변에) 여러 편의점 프랜차이즈가 있는데 좀 괜찮고 상생용으로 할 수 있는 그럼 편의점이 새로 생겼다고 해서 이 편의점을 하게 됐고...”

하지만 직접 뛰어든 편의점은 슬렁슬렁 가게 문만 열어두면 손님이 알아서 저절로 찾아오겠지 생각했던, 밖에서 보던 편의점과는 180도 달랐습니다.

24시간 오픈이라는 편의점 특성상 시간과 인력 등 무엇 하나 쉬운 게 없었습니다.

[신현태 / 편의점 가맹점주]

“제일 힘든 점은 일단 시간적인 문제와 인력을 좀 써야, 혼자 하지 못하기 때문에 (인력을) 좀 써야 된다는 것과..."

신씨를 더 힘들고 황당하게 한 건 편의점을 연지 한 달도 안 돼 바로 옆에 다른 브랜드 편의점이 들어섰다는 겁니다.

말 그대로 ‘한 지붕 두 편의점’ 입니다.

빌딩 출입문을 사이에 두고 각기 다른 편의점이 나란히 사이좋게 위치한 모습이 우스꽝스럽기까지 합니다.

남들에겐 우스워보여도 신씨는 물론 ‘죽을 맛’이라고 합니다.

[신현태 / 편의점 가맹점주]

“상당히 불편하죠. 아무래도 건너편에 똑같은 집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지금 힘든 입장은 마찬가지인데 위쪽에 있어도 마찬가지인데 걸어서 다섯 걸음도 안 되는데 바로 옆에 똑같은 다른 브랜드의 편의점이 생긴다는 건 진짜 억장이 무너진다. 옆에 경쟁점 생기고 나서 50%이상 줄었다고 보시면 되요."

안 그래도 불황의 그늘에 시달렸는데 정확히 반토막 난 매출.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길이 아님을 알면서도 출혈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편의점 창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파격할인행사’ ‘하나 사면 하나 더 1+1‘ ’와인 3종 할인‘ 같은 포스터가 왠지 씁쓸하고 처량해 보입니다.

[신현태 / 편의점 가맹점주]

“지금 옆 브랜드, 타 브랜드 같은 경우하고 저희가 매입금액 같은 걸 비교를 서로 해보는데 분명히 차이 나는 부분들이 있어가지고 어떻게 보면 동일한 가격을 매겨서 만약에 판매를 한다면...”

여기에 최근 2~3년간 급격하게 오른 최저임금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안 그래도 힘든 편의점 점주들을 더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올해 1월부터 시행된 편의점 자율규약의 충실한 이행을 독려하는 등 후속 조치에 나서고 있지만 “최저임금 상승은 수익을 갉아먹는 가장 큰 요인”이라는 게 점주들의 하소연입니다.

2016년 시간당 6천30원이었던 최저임금은 가파르게 올라 2018년과 2019년 연속 두자릿수 인상률을 기록하며 올해 최저시급은 8천350원으로 책정됐습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1명이 하루 8시간씩 평일 5일 동안 일할 경우 세전 주급과 주휴수당 등을 더하면 주급 40만원이 넘고 월급으로 계산하면 160만원을 훌쩍 넘습니다.

반면 ‘편의점네트워크’ 조사 결과 편의점이 한집 건너 한집 식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출혈경쟁이 과열되면서 2018년 편의점의 한 달 수익은 13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산술적으로 하루 8시간 일하는 알바가 편의점 점주보다 더 많은 금액을 가져간다는 얘기입니다.

실제 편의점 영업이익률은 4.3%로 치킨가맹점 영업이익률 17.4%의 4분의 1도 안 된다는 것이 통계청 조사 결과입니다.

[신현태 / 편의점 가맹점주]

 “저도 처음에 이 편의점이라는 걸 하기 전에는 잘 몰랐었는데 거기서 얘기하는 월 수익 보장이라는 게 이제는 아니란 걸 몸소 깨들은 사람 중에 한 명이라고 보면 되겠고. 그 전에는 저도 그런 줄 알았죠."

결국 편의점 점주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편의점의 트레이드 마크인 24시간 영업을 포기하고 알바를 줄이고 온 가족이 편의점 업무에 동원되는 이른바 ‘가족경영’으로 가는 수순 밖에는 없습니다.

[B씨 / 아들 편의점 도와주는 어머니] 

“엄마야 엄마. (그럼 점주분은?) 우리 애들이.”

(지금시간에 원래 알바 써도 되는데 어머니가 굳이 일 하시는 이유는.)

“아유. 인건비도 안 되죠. 우리 가져가지도 못해요. 남지가 않아요. 인건비 오른 상태에서 수당 같은 것도 다 줘야 되니까 진짜 어려워요.”

실제 24시간 영업을 포기하고 인형뽑기나 잉어빵 장사 같은 부업에 나서는 장면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신현태 / 편의점 가맹점주]

“편의점이 뭐 제2의 직장을 그만둔 사람들에 대한 선망의 대상이라고 얘기들 많이 하시고 저 또한 뭐 그런 입장에서 쉽게 생각을 해서 회사에서도 운영을 해봤다는 그런 자신감으로 시작을 했는데 후회하죠. 많이 후회하죠."

편의점 업주들의 어려운 현실과 몰락은 수치나 통계를 통해서도 확인됩니다. 경기불황과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직격탄을 맞고 편의점 업주들이 생존 절벽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법률방송 신새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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