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속의 산하Law] 화제의 방송 드라마, 영화 콘텐츠 중 시청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법적 쟁점을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들이 칼럼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합니다. 장민수 변호사는 '칠곡 계모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어린 의뢰인'을 통해 국민 여론과 법 적용의 실제, 범죄피해 아동과 관련된 형사사법 체계 등의 문제점 등을 다룹니다. /편집자 주

 

장민수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장민수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지난 칼럼들을 통하여 영화 ‘어린 의뢰인’ 속 법제도의 측면에서 의미있는 내용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칠곡 계모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어 법제도의 변화는 물론 사회의 인식 변화에도 큰 영향을 미친 사건으로 기억되며, ‘어린 의뢰인’은 비록 흥행에는 성공적이지 못했지만 사실을 완성도 있게 영화화한 작품으로 생각됩니다. 비록 상업영화로서는 흥행하지 못했지만 최근까지도 공공기관이나 지역사회의 영화 상영회에서 꾸준히 상영되었고 그때마다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수작이라고 할 것입니다.

다만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진정한 변화는 단순히 법제도를 마련하는 것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법제도의 변화가 가정과 사회의 인식 변화로 이어졌을 때에야 비로소 진정한 변화가 완성된다고 생각합니다.

칠곡 계모 사건과 ‘울산 계모 사건’ 이후 이뤄진 우리 사회의 아동학대 실태조사는 아직 우리 사회가 갈 길이 멀었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조사에 따르면 칠곡 계모 사건과 울산 계모 사건과 같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 사건의 가해자는 계모였지만, 실제로는 아동학대 가해자의 80%가 친부모인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계부모는 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해자의 80%가 친부모인 만큼 아동학대가 벌어지는 장소의 80%도 피해 아동의 거주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이들이 육체적·정석적으로 보호를 받으며 건강하게 자라나야 할 가정이 오히려 가장 아동학대가 많이 벌어지는 공간이 된 것입니다. 제도적으로 아동학대범죄자 처벌을 강화하고 피해 아동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것도 너무나 중요하지만 법제도만으로는 모든 피해를 예방할 수는 없습니다. 필자도 이번 칼럼을 쓰면서 국가와 사회와 가정 내에서의 아동들에 대한 시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분명히 과거에 비해서는 아동들에 대한 존중과 보호의 수준이 크게 높아졌으며 일부에서 보이는 모습으로는 아동들에 대한 부모들의 과잉보호로 인해 아동들이 오히려 건강한 인격체로 성장하지 못하는 모습들도 확인되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국가나 사회 그리고 가정 내에서도 아동들은 우선순위에서 항상 밀려나 있음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노키즈 카페처럼 아동들은 짐과 같은 존재라는 인식이 있는가 하면, 아동용품들과 아동 교육기관들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비싼 경우가 많아 아동들을 돈벌이의 대상으로만 보는 불편한 관점들도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국가나 사회의 정책을 입안하는 데 있어 아동들의 우선순위는 늘 후순위이며, 아동들의 눈높이에서 정책이 입안되기보다는 어른들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아동들이 되게끔 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입안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더불어 상당수의 아동들이 어린 시절부터 각종 학원에 시달리면서 아동들과 부모 모두가 힘든 사회가 되어있으며, 그로 인해 부모와 아이들 사이의 불화가 조장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어린 시절부터 더 뛰어난 사람이 되어 경쟁에서 이기게 하기 위한 압력을 가하지만 오히려 아이들의 장래 희망은 건물주나 돈 많이 버는 것으로 획일화돼 가고 있고, 아이들이 진정으로 부모와 친구들, 그리고 이 사회와 국가를 사랑하는지 물어보면 자신있게 그렇다고 대답하기 어려운 사회가 된 것 같습니다.

이처럼 아동들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사회적 환경이 아동학대가 근절되지 않는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입니다. 이전 칼럼에서도 썼듯이 아동들은 단순히 성인의 축소판이 아닙니다. 아동들은 육체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성인들과는 완전히 다른 존재이며, 이러한 아동들의 특성을 사회가 인정하고 존중할 때 진정한 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아동들은 우리의 미래입니다. 아동들이 병들어 가면, 우리 사회에 미래는 없습니다. 어떠한 기성세대도 미래세대보다 오래 살 수 없으며, 어떠한 기성세대도 미래세대를 영원히 구속할 수 없습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가 어떤 세대였는지는 미래세대가 역사의 붓을 쥐고 기록할 것입니다.

우리의 미래세대가 우리를 진정으로 미래세대를 위해 희생하고 그들이 건강하게 자라나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세대였다고 기록해줄 것을 확신할 수 있으신지요. 아니면 자신들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미래세대의 모습만을 강요하며 가혹한 무한경쟁과 육체적 정서적 학대로 몸과 마음이 병들게 하고, 미래세대의 희망을 지워버린 세대로 우리를 기억하게 될까요.

필자는 법이라는 것도 결국 그 자체로는 의미가 없고, 사회를 움직이는 뼈대로서 사회를 건강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조력할 때만 법이 진정 존중받고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쪼록 우리 법체계가 우리의 미래세대를 살리는 법체계로 정비되고 작동되기를 간절히 희망하며 필자도 최선을 다할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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