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10만명 예상 주최측 예상 훨씬 뛰어넘어... 경찰, 공식 추산치 발표 안 해"
민주당 "200만 국민 검찰개혁 외쳐... 검찰개혁 더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사명"
한국당 "조국 비호 집회 참가자 숫자까지 터무니없이 부풀려... 조작 정권 행태"

28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 일대에서 열린 제7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 일대에서 열린 제7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조국 법무부장관 가족에 대한 검찰의 ‘과잉 수사’를 비판하고 검찰 개혁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어제(28일) 저녁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렸습니다.

주최측이 애초 기대하고 예상한 10만명을 훨씬 넘는 인파가 몰렸는데 여야는 오늘(29일) 집회 참가자 수를 놓고 공방을 벌였습니다. 앵커 브리핑입니다.

어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는 제6차 촛불집회입니다. 당시 주최측은 3만명 정도가 참여했다고 주장했고 어제 7차 집회엔 그 세배가 넘는 10만명 정도가 참석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과연 그 정도가 올까.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치 10만명을 훨씬 상회하는 시민들이 검찰개혁 촛불집회에 참석한 것으로 주최측은 보고 있습니다.

단순히 서울중앙지검 앞 정도를 메운 정도가 아니라 서초역을 기준으로 반포대로 서초역에서 서초경찰서을 넘어 일명 ‘누에다리’까지, 서초대로 서초역에서 교대역까지, 다시 서초역에서 예술의 전당까지 말 그대로 집회 참가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습니다.

집회 참석자들이 몰리면서 애초 예정했던 대법원까지 행진도 취소됐습니다. 행진을 하려 해도 할 공간이 없을 정도로 집회 참석자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들어찼기 때문입니다. 

많은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한때 서초역 인근 휴대폰 데이터 통신이 끊겨 동영상이 원활하게 재생되지 않거나 메시지가 늦게 도착하는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수도권의 한 중견 판사는 법률방송과의 통화에서 어제 촛불집회에 대해 “법원이나 검찰청 앞에서 시위는 어떻게 보면 늘 있는 일이고 익숙한데 이런 건 처음 봤다”고 놀라워했습니다.
  
놀랄 만도 한 게 2000년대 들어 지난 20년간 집회 가운데 주최 측 추산 기준 단일 집회로 가장 많은 시민들이 어제 검찰개혁 촛불집회에 참석했기 때문입니다.

관련해서 국가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는 어제 촛불집회에 주최측을 인용해 150만명이 참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한겨레신문 경우엔 역시 주최측을 인용해 200만명이 촛불집회에 참석했다고 제목을 뽑았습니다.

조선일보의 경우엔 10만에서 100만, 다시 150만으로 주최측 추산이 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통상 집회 인원 보도는 ‘주최측 추산’과 ‘경찰 추산’ 인원을 함께 표기합니다. 가능한 참석 인원을 넓혀 잡으려는 집회 주최측과 보수적으로 계산하려는 경찰 추산을 함께 적어 독자들로 하여금 그 중간 어디쯤으로 짐작할 수 있게 하려는 취지입니다.  

이때문에 집회측 추산과 경찰 추산이 보통 3~4배, 많을 때는 6~7배까지도 차이가 납니다.

실제 지난 2016년 11월 12일 당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민중총궐기 당시 주최측은 참석 인원을 100만명이라고 추산한 반면 경찰은 26만명이라고 밝혔습니다. 4배 가까이 차이가 납니다.  

6·10 항쟁 21주년 기념 및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2008년 6월 10일 촛불대행진 때는 주최측 100만명 대 경찰 추산 10만5천명으로 7배 가까이 차이가 났습니다.

이처럼 같은 집회를 놓고 주최측과 경찰 추산에 큰 차이가 나는 건 추산 방법이 조금은 주먹구구식이고 방법 자체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일단 경찰은 이른바 ‘페르미 추정법’에 근거해 집회 참가자를 추산합니다.

원자력의 아버지로 불리는 노벨 물리학상 출신 엔리코 페르미의 이름에서 따온 페르미 추정법은 이미 알려진 사실을 바탕으로 논리적 추론을 통해 답을 유추하는 것을 말합니다.

페르미가 미국 시카고대 학생들에 냈다는 ‘시카고의 피아노 조율사 수는 얼마나 될까’ 같은 식의 문제입니다. 요즘은 입사 면접에서 압박용 질문으로도 자주 활용된다고 합니다.

아무튼 이 페르미 추정법에 따라 경찰은 집회 참가 인원을 면적을 기준으로 한평당 앉아있을 경우 6명, 서 있을 경우 9명으로 계산해 전체 면적을 곱해 계산하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좀 빽빽하거나 헐렁하다 싶으면 평당 인원을 좀 더하거나 줄이는 식입니다. 이런 식으로 특정 시점에 몇 명이 집회 현장에 있었나는 추정하는 게 경찰 집회인원 추산 방식입니다.

반면 주최측은 특정 시점이 아닌 시간의 흐름을 더한 ‘연인원’ 방식으로 계산합니다. 집회에 왔다가 간 사람도 있고 새로 온 사람도 있는 만큼 특정 시점이 아닌 연인원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겁니다.         

암튼 이런 점들로 집회 참석자 수는 경찰과 주최측이 보통 3~4배 이상 차이를 보이는데 어제는 이런 비교도 불가능했습니다. 경찰이 공식적인 추산치를 발표하지 않은 겁니다.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의 경찰이 정권 비판 촛불집회 참석자 수를 주최측 발표에 비해 4분의1에서 7분의 1 가까이 적은 추산치를 발표한 이유는 짐작이 됩니다.

반대로 어제 촛불집회에서 주최측이 150만에서 200만명을 부르는데도 경찰이 늘 하던 집회 참여 인원수를 발표하지 않은 것도 반대의 측면에서 이유가 짐작이 됩니다.

‘조국 수호’, ‘검찰개혁’ 촛불집회 참석자 숫자를 굳이 주최측 발표보다 확 깎아서 발표해 눈총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고 이해도 갑니다.

관련해서 서초구청장을 지낸 자유한국당 박성중 의원은 누에다리에서 서초역까지 기준으로 페르미 추정법을 적용해 계산하면 시위 참가 인원은 3만5천명에서 5만명이라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5만대 200만명. 차이가 나도 너무 납니다. 이렇게 정치권은 아니나 다를까. 어제 집회를 두고, 특히 참석자 수를 두고 오늘 오전부터 여지없이 공방을 주고받았습니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은 논평을 내고 “통제받지 않는 무소불위 검찰 권력의 폭주에 보다 못한 국민이 나섰다. 어제 200만 국민의 검찰청 앞에 모여 검찰개혁을 외쳤다”고 ‘200만 국민’을 말했습니다.

이재정 대변인은 그러면서 “거대한 촛불의 물결은 검찰개혁이 더는 미룰 수 없는 시대의 사명임을 선언했다”고 어제 촛불집회에 대해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이에 이만희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민주당은 조국 비호집회의 참가자 숫자까지 터무니없이 부풀리며 국민의 뜻을 운운하고 있다”며 “조작 정권의 행태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즉각 맞받았습니다.    

이창수 한국당 대변인도 “대통령이 앞장서 국민 편가르기를 하고 있다”며 “국민의 명령이다.당장 조국을 파면하라”고 ‘국민’을 말했습니다.

일단 '숫자'도 숫자지만 민주당이 말하는 ‘국민’과 한국당이 말하는 ‘국민’은 단어만 같지 뜻도 사람도 완전 다른 무엇인 것 같습니다.

경찰 발표 추산치가 없어 단순비교가 어렵지만 어제 검찰개혁 촛불집회 주최측 추산 150만에서 200만 명은 2000년대 들어, 9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도 ‘단일 집회’로는 최대·최다 집회 아닌가 합니다.

집권 초기 MB 정권을 당황케 했던 2008년 촛불집회나 헌정 사상 초유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집회를 포함해 어떤 주최측도 참여 인원수를 100만명 이상을 부른 경우는 없습니다.

주최측 발표참여 인원이나 규모만 놓고 보면 흡사 87년 6월 민주화항쟁 연세대생 이한열의 장례식이나 2009년 5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울시청 노제를 연상케 합니다.

사람 수를 기준으로 모든 걸 세울 순 없지만 어떻게 보면 법무부 일개 외청에 불과한 검찰을 두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같은 자리에서 동시에 촛불을 든 건 분명 ‘사회적 현상’입니다.

그 함의가 무엇인지, 이런 현상을 부른 원인과 배경은 무엇인지, 어떻게 해소하고 극복해야 하는지. 각자의 유불리를 따져 달을 가리키는데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가지고 싸울 때도 상황도 아닌 듯합니다. ‘앵커 브리핑’이었습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