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 안전' 강연... "안전 문제도 구조적 문제" 조국 사태 등 정치권 비판
"모성애, 부성애가 나라 발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 그것은 짐승의 사랑"

소설가 김훈씨가 27일 오후 생명안전시민넷 주최로 열린 ‘나는 왜 생명과 안전을 말하는가’ 토크콘서트에서 강연하고 있다. /김지현 기자 jeehyun-kim@lawtv.kr
소설가 김훈씨가 27일 오후 생명안전시민넷 주최로 열린 ‘나는 왜 생명과 안전을 말하는가’ 토크콘서트에서 강연하고 있다. /김지현 기자 jeehyun-kim@lawtv.kr

[법률방송뉴스] 소설가이자 시민단체 생명안전시민넷 공동대표인 김훈(71)씨가 "우리나라에는 남을 모르고 자기 가족만 아는 사람들이 많다"며 “모성애와 부성애가 나라의 발전을 가로막는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 이렇게 큰 장애물이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생명안전시민넷 주최로 27일 오후 7시 서울 명동 커뮤니티센터 마실에서 열린 토크콘서트 ‘나는 왜 생명과 안전을 말하는가’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생명안전시민넷은 '누구나 안전하게 살 권리를 누리는 세상'을 위해 생명안전기본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등 입법활동을 펼치고 있는 단체다.

김씨는 강연을 통해 생명과 안전 문제와 연결시켜 최근의 조국 법무부장관 사태, 그와 관련한 정치권의 행태와 사회분열 양상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김씨는 "진보나 보수나 하도 말같지 않고, 인간의 생애 진실과는 아무 관계없는 쓰레기 같은 말"이라며 "(나는) 그 쓰레기 같은 단어를 지금까지 글을 쓰든 말을 하든 한 적이 없다. 오늘 (안전 문제를 설명하려고) 처음으로 쓴 것이다. 앞으로는 쓰기 싫다"고 일갈했다.

김씨는 우선 “하루에 6명 이상, 매년 2천명 이상의 노동자가 산업 현장에서 떨어져 목숨을 잃는다. 몸이 터져 죽고, 노동자들의 몸이 터지는 소리가 들린다. 당장 해결해야 하는 일이지만 시급성에 대한 의식이 우리사회에는 없다"며 "그 숫자가 두려움이나 무서움을 일으키지 않고 일상화돼, 주변과 남의 고통이나 슬픔에 대한 감각이 완전히 마비됐기 때문"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정의나 공정성에 대한 것은 감각으로 아는 것이다. 추상적으로 관념적으로만 이해하면 아무것도 모르게 된다."

안전 문제는 관리 소홀이 원인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구조적·제도적 문제라고 김씨는 강조했다. 양극화의 구도, 억압과 차별의 구도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김씨는 "산업 현장에서 돌아가시는 분들은 대부분 가난하고 교육을 잘 못받고 돈도 빽도 없는 사람들이다. 이런 현상의 뒤에는 반드시 불평등의 구조와 차별이 있다"고 말했다.

"돈 많고 권력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자식을 기르고 무슨 짓을 하는지 우리 다 알잖아요. 자기 자식이 죽었다면 정치권력을 동원하든 돈을 동원하든 행정력을 동원하든 당장 해결했을 겁니다."

"이런 세상은 오직 유일무이 대한민국 뿐입니다. 이렇게 잘먹고 잘살고 국민소득 높은 나라에서 해마다 2천400명이 고독사하고, 2천명 이상이 산업현장에서 죽고. 불평등의 구조 하에서 벌어지는 참사..."

김씨는 이어 "우리나라에는 남을 모르고 자기 가족만 아는 사람들이 많다. 부모들 사랑이 지나치다. 모성애와 부성애가 나라의 발전을 가로막는 큰 장애물"이라며 "인간이 자기 자식을 그렇게 기르는 것은 개돼지와 똑같다. 개돼지도 자기 새끼 핥아서 키우고, 자식 똥 먹어가며 깨끗하게 키운다. 그런데 인간이 개돼지처럼 자기 자식만 데리고 키우면, 그것은 인간의 사랑이 아니고 금수의 사랑"이라고 말했다.

조국 사태로 다시 불거진 자기 자식만 챙기려는 가족이기주의 문제, 공동체성을 상실한 사회 분위기에 대한 비판이다.

조국 사태로 더 격렬해진 정치적 진영 대립, 소위 진보와 보수의 막장같은 적대적 대결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나는 상식적인 인간이다. 나는 아무 주의자도 아니다. 사람들이 나를 보수적인 사람으로 분류하더라. 그런데 내가 이런 단체(생명안전시민넷)에서 일하다보니 내가 진보주의자가 되더라. 하지만 그것은 진보의 문제도 보수의 문제도 아니다. 인간의 문제다. 이런 문제를 진보와 보수의 틀로 갈라서 얘기하는 것은 무지몽매한 일이다. 그것은 개가 짧은 목줄에 기둥에 묶여서 짖는 것과 똑같다. '이념'이라는 짧은 목줄에 묶여서 서로 짖어대는 것이다."

김씨는 산업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행위 주체가 되는 대기업이 마음 먹으면 된다. 공사장 비계를 똑바로 튼튼하게 만들면 된다. 하지만 절대 그런 사업주는 없다. 내 70년 경험으로 보니 그런 일은 없더라. 결국 계속 문제를 제기하고 들이대고 들이받는 수밖에 없다. 몰아붙이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면서 "(산업 현장에서 추락한 노동자들의) 퍽퍽퍽 몸통 터지는 소리가 나는 들리는 것 같다"는 말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질의응답에서는 "정치권에 안전과 생명에 관한 문제에 관심 갖고 애쓰는 사람이 있나"는 질문이 이어졌다.

김씨는 "정치하는 사람들은 (이념이라는) 짧은 목줄에 바싹 묶여있다, 고함 질러대면서. 우리 사회에서 가장 더럽고 가장 썩어빠진 곳이다. 쌍소리 거짓말 욕지거리 허장성세 이런 말들이 매일 쏟아져 나온다. 그런 말들이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다. 사람들이 정치권이나 언론이 쏟아내는 말의 쓰레기에 갇혀 가짜 현실 속에서 마취돼 있다. 그들은 '나의 뻔뻔함이 나의 정의다'라고 한다. 그러니 대화가 안 된다. 대화할수록 소통이 안되고 차단되고 단절된다. 그게 내가 바라보는 정치권"이라고 답했다. 

이날 행사는 산업 현장에서 매년 2천명 이상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개정 촉구 차원에서 열렸다. 산업안전보건법은 고 김용균씨 사망 사건을 계기로 원진레이온 사고 이후 28년 만에 지난해 말 개정됐다. 지난해 12월 당시 28세였던 김용균씨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석탄 운반 컨베이어를 점검하다 벨트에 몸이 말려들어가는 사고로 사망했다.

김씨는 "이런 일이 한 노동자의 사망을 계기로 거론됐다는 것이 정상은 아니다"라며 "그런데 그 법이 다시 시행령으로 인해 불구가 됐다. (적용대상 및 보호범위를 제한하는 등) 상위법의 정신을 하위법이 훼손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개정을 촉구했다. 생명안전시민넷은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개정과 함께 생명안전기본법 제정 활동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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