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탄희 변호사 '한국의 제왕적 대법원장 실태' 발표... "치부 드러내야 치유"
22일부터 엿새 동안 전 세계 변호사 6천여명 서울에 모여... 한국 첫 총회
"전 세계 법률가들과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법의 지배' 위해 협력하는 계기"

[법률방송뉴스] 전 세계 170여개 국가 190여개 변호사협회와 8만명 넘는 변호사들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세계변호사협회(IBA) 총회가 '변호사와 판사에 대한 박해'를 주제로 한 심포지엄을 마지막으로 오늘(27일) 폐막했습니다.

IBA 총회가 우리나라에서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인데 지난 6일간 이번 대회를 총괄한 이찬희 대한변협 회장은 "전 세계에 대한민국 법조계의 위상을 제고한 뜻깊은 교류의 장이었다"고 이번 대회를 평가했습니다.

IBA 총회 폐막 마지막날 현장을 장한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세계 변호사들의 올림픽'이라는 세계변호사협회 총회 마지막날의 주제는 'Rule of Law', '법의 지배'였습니다.

'변호사와 판사에 대한 박해' 한국 사례 주제 발표자로 나선 법조인은 이탄희 변호사.

2017년 2월 법원행정처의 이른바 '법관 블랙리스트' 파일 작성과 관리 등을 거부하며 사법행정권 남용 문제를 수면 위로 드러낸 그 이탄희 전 판사입니다.

이탄희 변호사는 한국 사법부의 '제왕적 대법원장' 실태를 도마에 올렸습니다.

[이탄희 변호사 / 전 판사]
"우리 사법부 구조에는 약간의 기이한 점이 있습니다. 대한민국 대법원장은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대 국가의 다른 법원들과는 달리 밑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는 피라미드의 이미지를 떠올리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지방법원 부장판사부터 고법 부장판사, 심지어 대법관까지. '인사권'으로 대표되는 대한민국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력에 대한 이 변호사의 발언이 이어지는 동안 외국 변호사들은 숨죽여 이 변호사 말을 들으며 때론 곳곳에서 작은 탄식이 터져나오기도 했습니다.

11분 20초가량의 주제 발표가 끝나자 청중들은 이 변호사를 향해 약 15초간 뜨거운 박수를 보냈습니다.

법률방송과 만난 이탄희 변호사는 "주제발표 요청에 처음엔 '내가 해도 되나. 자격이 있나' 하는 생각에 거절했다"고 합니다.

[이탄희 변호사 / 전 판사]
"사실 제가 이것을 초대를 받고 몇번을 사양을 했어요. 보셨겠지만 사실 다른 나라에는 판사들이 납치를 당하기도 하고 실종되고 이런 사건들이 많기 때문에 '그것들에 비하면 어떻게 비칠까' 이런 생각이 들어서 몇번 사양을 했는데 '꼭 하셔야 된다'고 몇번을 요청을 하셔가지고 결국은..."

그러나 걱정과 달리 세계 각국에서 온 변호사들의 반응은 뜨거웠고 한국 사법부 현실에 놀라워했습니다.

[이탄희 변호사 / 전 판사]
"막상 해보니까 사실은 굉장히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관심을 많이 보여주시고, 어떤 면에서는 이런 사례들이 세계적으로 많지 않기 때문에 특히 우리나라처럼 어느 정도 발전된 사회에서 이런 일이 가능하다고 하는 것들이 지금까지는 확인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 사례를 굉장히 관심있어 하시고..."

결과적으로 '자기 얼굴에 침 뱉기가 될 수도 있지 않았겠나'는 질문에 이탄희 변호사는 "우리 사법부가 거듭나기 위해선 스스로의 치부를 먼저 드러내고 깨나가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이탄희 변호사 / 전 판사]
"사실 한국의 사법부라고 하는 게 사실 기존의 법원행정처에서 홍보를 하기를 우리 사법제도가 굉장히 선진적이고 또 효율성 측면에서는 다른 나라보다 훨씬 우월하다, 이렇게 많이 홍보가 돼 있었기 때문에 그 이면에 실제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서는 많이 안 알려졌던 부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대회를 주관한 이찬희 대한변협 회장의 반응도 이탄희 변호사 말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잘못되고 곪은 환부는 감추고 숨길 게 아니라 드러내야 고치고 치유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찬희 / 대한변호사협회장]
"저는 우리의 진솔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또한 전 세계에 이런 정보를 공유하면서 한국과 외국이 계속 교류하면서 법치주의 확립을 위해서 역할을 하기를 기대합니다. 이탄희 변호사의 그런 발표는 아주 의미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일요일 총회 개막을 시작으로 전 세계 170여개 나라에서 6천여명의 법조인들이 참여해 6일간 220개 넘는 세션이 깔끔하고 순조롭게 진행된 세계변호사협회 총회.

이찬희 회장은 "한국 법조계와 법조인의 능력을 세계에 보여준 대회가 됐다"고 자평했습니다.

[이찬희 / 대한변호사협회장]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큰 행사를 무사히, 성공적으로 마치게 된 데 대해서 무지하게 영광이고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번에 참석한 많은 변호사들이 한국이 이렇게 기획력과 추진력으로 이렇게 국제적인 큰 규모의 행사를 했다는 것에 대해서 정말 감사하면서 한국을 다시 보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해외 각국에서 참석한 법조인들도 우리나라에서 처음 열린 이번 세계변호사협회 총회를 높게 평가했습니다.

[안나 세데코바 / 러시아 변호사]
"IBA는 굉장히 흥미로운 세션을 제공했고, 세계 각국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전 세계 사람들과 우리의 법에 관한 지식을 공유하고 추후에 이메일을 보내기를 희망하는 좋은 인연도 만들었습니다."

[오툰바 오구나데 / 나이지리아 변호사]
"굉장히 성공적인 미팅이었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모든 방문객에게 굉장히 친절했습니다. 멋진 경험이었습니다."

심포지엄장을 찾은 권오곤 국제형사재판소(ICC) 당사국총회 의장은 이번 세계변호사협회 서울총회가 우리 사회와 법조계가 한 단계 더 성숙하고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습니다.

[권오곤 / 국제형사재판소(ICC) 당사국총회 의장]
"굉장히 긍정적인, 기분이 좋았어요. 'Rule of Law'(법의 지배)라는 게 참 굉장히 중요한 것이고 이 사회를 버티는 아주 가장 중요한 원칙이고 그래서 어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서 세계 모든 법률가들하고 같이 'Rule of Law'를 위해서 발전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우리나라에서 처음 열린 세계변호사협회 총회는 '변호사와 판사에 대한 박해'를 주제로 하는 심포지엄을 끝으로 6일간의 장정을 마쳤습니다.

이번 총회가 세계에 한국 법조계의 위상를 제고하는 한편 주춤해진 사법부 개혁의 추동력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6일 간의 일정을 마치고 27일 폐막한 '2019 세계변호사협회 서울총회'에서 '한국 사법부의 제왕적 대법원장 실태' 주제발표를 한 이탄희(가운데) 변호사. 오른쪽은 권오곤 국제형사재판소 당사국총회 의장, 왼쪽은 행사를 주관한 이찬희 대한변협 회장. /박태유 기자 taeyu-park@lawtv.kr
6일 간의 일정을 마치고 27일 폐막한 '2019 세계변호사협회 서울총회'에서 '한국 사법부의 제왕적 대법원장 실태' 주제발표를 한 이탄희(가운데) 변호사. 오른쪽은 권오곤 국제형사재판소 당사국총회 의장, 왼쪽은 행사를 주관한 이찬희 대한변협 회장. /박태유 기자 taeyu-park@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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