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재소자, 수감 중 별도 민사소송 진행
교도소, 법원 '출정 비용' 영치금에서 인출
"조정기일 바뀌었는데도 반환 거부" 소송

▲유재광 앵커= ‘법률구조공단 사용설명서’, 오늘(24일)은 교도소 출소자의 국가를 상대로 한 ‘4천450원’ 반환소송 얘기해 보겠습니다. 신새아 기자 나왔습니다. 일단 어떤 사연인지 먼저 들어볼까요.

▲신새아 기자= 네. 교도소 재소자 출신인 하모씨 사연입니다. 하씨는 교도소 수감 중에 별도의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해당 민사소송에서 법원이 조정기일을 지정하자 법정에 가는 걸 교도소에선 ‘출정’이라고 하는데 교도소에선 ‘출정비용’으로 하씨의 영치금에서 4천450원을 인출해 갔습니다.

쉽게 말해 법정까지 데려다주는 비용 4천450원을 하씨 영치금에서 미리 받은 겁니다.

▲앵커= 원래 수감자들을 법원에 호송하면 이렇게 돈을 받는 건가요.

▲기자= 형사소송이냐 민사소송이냐에 따라 다른데요. 형사사건 경우에는 당연히 구치소에서 돈을 받지 않고 법정에 데려다 줘야 합니다. 반면 민사소송은 ‘비용 당사자 부담’ 원칙에 따라 출정비용을 제소자가 부담해야 합니다.

법무부 ‘민사재판 등 소송 수용자 출정비용 징수에 관한 지침’은 사전이든 사후든 출정비용을 제소자에게 받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앵커= 관련 법무부 지침에 따라 출정비용을 영치금에서 인출했는데 뭐가 문제가 된 건가요.

▲기자= 네. 원래 잡혔던 조정기일이 변경되면서 하씨가 실제 법정에 가지 않게 됐습니다.

이에 하씨는 출소 후에 법정에 가지 않았으니 자신의 영치금에서 인출한 4천450원을 돌려달라고 교도소에 요구했지만 거절당하자 지난해 국가, 그러니까 당시 박상기 법무부장관을 ‘피고’로 해서 소송을 낸 건데요.

해당 사건에 대해 법원은 변호사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는 ‘소송구조’ 결정을 내렸지만 하씨는 변호인을 구하지 못해 결국 ‘나홀로 소송’에 나섰고 1심에서 결국 패소했습니다.

▲앵커= 4천450원짜리 소송에 나설 변호사가 없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 같기도 한데 그래서 어떻게 됐나요.

▲기자= 네, 변호사를 구하지 못하고 있던 하씨는 법률구조공단을 알게 돼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고 공단에서 사건을 맡아 항소심 재판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공단은 "특정일에 민사재판에 출정하지 않았음에도 출정비용을 출금하고 반환하지 않은 것은 부당이득" 이라며 “국가는 이를 반환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교도소 측은 "출정비용 징수는 법무부 지침에 근거해 이뤄진 것으로 법률상 원인 없이 이득을 얻었다고 할 수 없다"고 맞섰습니다.

교도소 측은 또 "수용 중이나 출소 직후엔 아무 이의제기가 없다가 이제야 이를 신청하는 것은 권리남용" 이라는 주장도 펼쳤습니다.

▲앵커= 그래서 항소심 판결은 어떻게 나왔나요.

▲기자= 네, 2심은 1심 판결을 완전 뒤집고 하씨와 공단 손을 들어줬습니다.

법원은 일단 출정비용 징수가 법무부 지침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는 교도소 주장에 대해 “내부 보고문이나 지침은 업무처리를 위한 기준에 불과해 내부적 효력을 가질 뿐 일반 국민을 귀속하는 것은 아니” 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재판부는 이에 “출정비용은 차량운행비를 보전하기 위한 실비징수임에도 민사 출정을 하지 않은 이상 영치금에서 출금한 4천450원은 반환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앵커= 교도소 말대로 지침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면 이런 일이 그동안 관행적으로 이루어져 왔다는 말 아닌가요.

▲기자= 네, 관련해서 하씨 대리인을 맡은 유근성 변호사는 “재소자가 교도소로부터 돈을 돌려받아야 하는 사유가 생겨도 불이익을 우려해 반환청구를 하지 못하거나 이를 거부당해도 제대로 항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는데요.

"재소자가 교도소로부터 돌려받아야 할 돈을 돌려받지 못한다면 교도소 나아가 국가에 대한 불신이 생길 것이고 제소자에 대한 교화가 제대로 이루어 질 수 없다“는 것이 유근성 변호사의 말입니다.

유 변호사는 그러면서 “아무리 국가라도 부당이득을 취해서는 안 되고 아무리 재소자라도 부당이득을 당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유 변호사는 “다른 변호사들이 기피하는 이번 사건처럼 법률구조의 사각지대가 생겨서도 안 된다"며 “이런 사각지대 생기지 않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앵커= 네, 한 마디도 버릴 말이 없어 보이네요. 거창한 담론이나 개혁도 좋지만 이런 소소해서 안 보이는 일상의 비합리부터 바로 잡아가는 일이 필요해 보이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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