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횡단 했다는 사정만으로 업무 수반 행위 벗어난 사적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워"

[법률방송뉴스] 택시기사가 운행 중 시장에 잠시 들렀다가 택시로 돌아오며 무단횡단을 하다 교통사고를 당해 숨졌습니다. 이 택시기사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할까요, 아닐까요.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법인택시기사 김모씨라고 하는데요. 김씨는 지난해 3월 근무 중 택시를 도로에 주차해놓고 무슨 일 때문인지 시장에 들어갔다 나오며 버스에 받히는 사고로 사망했습니다.

 

이에 김씨의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 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택시 운행 중 용변을 보기 위해 시장 내 화장실을 다녀오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한 만큼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것이 유족의 주장이었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하지만 "어떤 이유로 무단횡단을 했는지 명확하고 구체적인 증거자료가 확인되지 않아 해당 사고와 업무상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며 유족 급여 지급 등을 거부했습니다.

 

“해당 사고는 택시운행 업무에 수반해 발생할 수 있는 사고라기보다는 도로교통법을 위반한 사적행위에 의한 교통사고"라는 게 공단의 급여 지급 거부 사유입니다.

 

이에 김씨 유족은 “화장실을 갔다 온 게 맞다”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 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을 냈습니다.

 

재판에선 숨진 김씨가 시장을 들어갔다 나온 이유가 무엇인지가 쟁점이 됐습니다.

 

일단 김시가 택시를 주차하고 시장에 갔다가 다시 나와 무단횡단을 하다 사고를 당하기까지 소요된 시간은 약 5~7분 정도가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박성규)는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줘 택시기사 김씨가 화장실을 가기 위해 시장에 들어간 것으로 판단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오늘(22일) 밝혔습니다.

 

"시장 입구에서 화장실까지 거리는 약 100m로 왕복 2~3분이 소요되는 것으로 보이고 도로 횡단과 용변을 보는데 필요한 시간까지 고려하면 그 시간 동안 화장실을 다녀왔다고 추론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설명"이라는 것이 재판부 판단입니다.

 

회사 사고경위서에 김씨가 개인 물건 구매를 위해 시장에 갔다고 기재된 점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동료 기사들 얘기를 듣고 추측해 쓴 것이며, 교대시간까지 2시간이 남았고 손님이 더 탑승할 수 있는 상황에서 물품을 구매하러 시장에 들렀을 것으로 추론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사고 당시 블랙박스 영상을 봐도 물건을 들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없다"고 덧붙여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사고 장소가 평소 불법 주차된 차량과 무단횡단 보행자가 많은 장소인 점 등을 감안하면 김씨의 무단횡단 또한 유족 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을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버스기사는 시장 골목 무단 정차 차량에 시야가 가려 김씨를 보지 못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김씨가 주차된 택시로 돌아가면서 무단횡단을 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업무 수반 행위를 벗어난 사적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재판부는 판시했습니다.

 

택시기사 불친절은 많이 거론되는데 본인이 편해야 상대한테도 편하고 여유롭게 대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화장실 문제와 결은 좀 다르지만 열악한 택시기사 근무 환경은 어떤 식으로든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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