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대검 중수부 폐지 추진에 송광수 총장 "내 목부터 먼저 쳐라"
천정배 법무장관 '강정구 사건' 지휘하자 김종빈 총장, 사표 내고 검찰 떠나
윤석열 총장, 전방위 조국 일가 수사... '조국 검찰개혁'은 성공할 수 있을까

[법률방송뉴스] 인사와 예산, 어느 조직이나 핵심 중의 핵심입니다. 검찰도 예외일 순 없는데 검찰 인사와 예산을 담당하는 법무부 검찰국장과 기회조정실장을 검사가 아닌 비검사에 맡기는 쪽으로 법무부가 가닥을 잡았습니다. '앵커 브리핑'입니다.

검찰 인사와 예산을 담당하는 법무부 검찰국장과 기조실장은 그동안 검사의 전유물이었습니다. 직급은 검사장급입니다.

특히 검찰 인사와 조직을 총괄하고 수사 등 검찰사무 전반을 지휘·감독하는 검찰국장은 서울중앙지검장과 함께 검찰에서 이른바 ‘빅 2’라고 불릴 정도로 요직 중의 요직입니다.

문재인 정권이 출범한 뒤 법무부 탈검찰화 조치로 이뤄진 2017년 법무부 직제개정 때 법무실장이나 범죄예방정책국장 등은 검사가 아닌 인사도 임명할 수 있도록 바뀌었습니다.

이른바 ‘복수직제’ 조항인데 이때도 검찰국장만큼은 “검사로 보한다”는 조항을 손대지 못했습니다. 검찰에겐 그야말로 건드릴 수 없는, 건드리면 안 되는 ‘언터처블’의 영역입니다.   

이제 ‘검찰국장은 검사’라는 그 언터처블의 영역에 손을 대겠다는 건데, 어제 오전 국회에서 열린 사법개혁 당정협의회에서 이같은 내용이 당에 보고됐습니다.

법무부 보고 문건엔 “법 개정 없이 추진이 필요한 검찰개혁 과제들을 발굴해 불가역적이고 신속하게 추진한다”고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 불가역적 탈검찰화 방안의 하나가 ‘복수직제 조항’ 삭제입니다. 이게 뜻하는 것은 법무부 실국장에서 검사들을 다 빼고 일반 공무원이나 외부 전문가로 채우겠다는 얘기입니다. 

당정협의회에선 아울러 ‘형사·공판부 강화’ 방안 등도 보고됐습니다. 문건엔 ‘형사·공판부 강화’라고 썼지만 ‘특수부 힘빼기’, ‘검찰 인지수사 약화‘라고 읽는 게 더 정확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사안들은 결국 하나로 묶여 있습니다. 법무부 탈검찰화와 이를 통한 검찰에 대한 법무부의 실질적 통제 강화입니다. 그리고 그 핵심은 ‘검찰국장 비검사 보임’입니다.

관련해서 당정협의회에 참석했던 박주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어제 저녁 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법무부 탈검찰화 관련한 질문에 “법무부가 검찰에 장악됐다”고 말했습니다.

오래된 ‘사실’입니다. 당장 그동안 장·차관이 거의 전부 검찰 출신이고 이를 보좌하는 실·국장들도 다 현직 검사들이었던 게 불과 2~3년 전까지 얘기입니다.

법무부의 일개 외청인 검찰이 거꾸로 법무부를 장악하고 인사와 예산, 조직을 틀어쥐고 있었던 겁니다. 이에 조국 장관이 그 핵심 연결고리인 검찰국장을 비검사로 보임하겠다고 하니 검찰이 강력 반발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표면적으론 검찰국은 검찰 수사와 검사 인사업무를 담당하기 때문에 조직을 속속들이 잘 아는 사람이 맡아야 된다, 검찰 바깥의 사람은 업무 수행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논리입니다.  

검사 인사는 검사를 아는 검사가. 어떻게 보면 무서운 말입니다. 이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 있습니다. 이영렬 전 중앙지검장과 안태근 전 검찰국장의 이른바 ‘돈봉투 만찬’입니다.

검찰 ‘빅 투’가 휘하의 아끼는 부하들을 데리고 회식을 하고 사이좋게 서로 격려금을 건네고. 검사들은 이렇게 그 이름이 ‘검사동일체’이든 뭐든 다른 곳을 볼 필요가 없습니다.

평검사는 바로 위 부장·차장을, 부장은 차장과 지검장을, 차장은 지검장을... 이렇게 바로 위, 그 위만 보고 일하고 충성하면 됩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윤석열 총장이 단적인 예입니다.

총장 취임 하루 만에 서울중앙지검 시절 휘하에 두고 있던 1·2·3차장을 전부 검사장으로 승진시켜 대검 과학수사부장, 공안부장, 반부패·강력부장으로 발탁했습니다.

말 그대로 대검을 윤석열 사단이 접수한 겁니다. 차장 아래 주요 부장들도 서울중앙지검 차장들로 승진해 영전하는 달콤함을 맛봤습니다.

이렇게 검찰에 돌려주었던 인사권을 장관이 다시 찾아오겠다는 것이 조국 장관의 구상이고 그 첫 단추이자 핵심은 검찰 인사를 총괄하는 검찰국장을 비검사로 보임하는 것입니다.

우선 검찰과 법무부의 인사 연결고리부터 끊어버리겠다는 겁니다.

검찰개혁 깃발을 들고 취임한 조국 장관으로선 달리 선택지가 없습니다. 공수처 설치나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국회 협조가 난망한 상태에서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흔히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는 말이 있습니다.

김영삼 정권 시절 YS가 당시 김진영 육군참모총장과 서완수 기무사령관 등 그때까지도 군내 주요 요직을 장악하고 있던 전두환의 군부 내 사조직 ‘하나회’를 일거에 날려버리고 숙청한 적이 있습니다. 

검찰은 어떻게 보면 조직 자체가 ‘하나회’입니다. 누구 하나를 날리고 바꿔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잠재적으로 누구나 제2, 제3의 ‘하나회원’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노무현 정부의 검찰개혁이 좌초한 것도 이런 측면이 큽니다. 누구를 총장에 앉혀놔도 검찰 조직 자체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노무현 정부이던 2004년 정권이 대검 중수부 폐지를 추진하자 송광수 검찰총장은 “중수부를 없애려거든 먼저 내 목을 쳐라”고 저항했고, 2005년 천정배 법무부장관의 ‘강정구 교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검찰총장 지휘에 반발해 김종빈 검찰총장은 사표를 던지고 나갔습니다. 

조국 일가 수사에 올인하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이나 방식만 다를 뿐 ‘검찰 보호’와 ‘조직 제일주의’라는 차원에선 검사들은 결국 초록은 동색이라고 여겨집니다.

그리고 이른바 '수평적 정권교체' 이후 검찰은 정권과의 싸움에서 궁극적으론 져본 기억이 없습니다. 정권 입장에서 보면 검찰개혁의 무산이자 좌초입니다.

아무튼 일단 조국 장관은 인사권을 검찰에서 가져오는 걸 검찰개혁의 첫 단추로 삼은 듯합니다. 이를 통해 '검찰 조직이기주의'를 깨고 검사들이 ‘사람’이나 ‘조직’에 충성하게 하는 게 아니라 상투적이지만 국민을 바라보고 법과 양심에 따라 일하게 하려는 취지로 이해됩니다. 

다 좋은데, 무소불위 권력을 쥔 검찰을 상대로 한 개혁, 지난한 작업이 될 것입니다. 아무런 논란이나 흠이 없는 장관이 추진해도 절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부인을 포함해 일가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조국 장관의 검찰개혁이 불안하고 위태해 보이는 것도 바로 이 지점입니다.

이미 임명된 이상 ‘꼭 조국이어야 했을까’ 하는 질문은 이제 큰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조국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와 조국 장관의 검찰개혁. 수사와 개혁. 칼 대 칼. 어느 한 쪽이 부러져야 끝나는 국면이 열린 듯합니다. ‘앵커 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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