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 피의사실 공표, '필요악'인가 그냥 '구악'인가... 조국 "수사공보준칙 개정 오해 있다"
수사기관 피의사실 공표, '필요악'인가 그냥 '구악'인가... 조국 "수사공보준칙 개정 오해 있다"
  • 장한지 기자
  • 승인 2019.09.18 1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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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 피의사실 공표 관행 방지' 토론회 열려
"피의자 인격권 등 침해... 언론 통해 여론몰이도"
"별도 위원회 설치해 피의사실 공표 최소화해야"

▲유재광 앵커= '뜨거운 감자' 검찰 피의사실 공표 금지 얘기해 보겠습니다. 'LAW 인사이드' 장한지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정부 여당이 오늘(18일) 국회에서 검찰개혁 당정협의회를 열고 검찰 공보준칙 개선안을 조국 장관 일가 수사 이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고 하는데 국회에서 관련 토론회가 열렸죠.

▲장한지 기자= 네, 대한변협 주관, 검사 출신 국회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 주최로 오늘 오후 '수사기관의 피의사실공표 관행 방지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습니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가 발제를 맡았고 법무부와 경찰청, 인권위, 대한변협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토론자로 참석해 피의사실 공표 관련 법적 쟁점과 향후 과제나 방향 등에 대해 토론을 벌였습니다.

▲앵커= 어떤 말들이 나왔나요.

▲기자= 김상겸 교수가 '피의사실 공표죄의 헌법적 문제와 개선방안'이라는 제목으로 주제 발표를 했는데요.

먼저 헌법 제12조 '신체의 자유' 조항은 적법절차 원칙을 비롯해 영장주의 등 형사피의자와 형사피고인의 인권보장을 위한 기본권이 규정돼 있습니다.

헌법 제27조 4항은 형사피고인의 무죄추정원칙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당연히 기소 전 피의자에 대해서도 적용이 됩니다.

관련해서 김 교수는 검찰이나 경찰의 피의사실 공표는 형사피고인, 특히 피의자의 경우 기소도 되기 전에 범죄혐의가 여과 없이 알려진다는 점, 유무죄의 예단을 갖게 할 수 있다는 점 등 헌법적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단순히 무죄추정의 원칙뿐만 아니라 신상공개에 따른 인격권 침해 등 여러 헌법적 권리가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입니다.

▲앵커= 이게 한국 언론보도 행태와도 관련이 되는 것 같은데 어떤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한국 언론의 범죄보도 경향에 관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일간신문을 놓고 보면 사건 기사의 경우 80% 기사가 재판 전 단계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고 합니다.

당장 사법농단이나 과거 정부 적폐 수사와 재판만 봐도 검찰 수사 단계에선 하루에도 수십 수백건씩 경쟁적으로 쏟아지던 보도가 정작 재판에 들어간 지금은 뜸하고 거의 없는 게 현실입니다.

이에 대해 조응천 의원은 "수사 편의를 위해 피의자를 망신 주고, 제대로 된 항변 기회도 안 주고, 여론을 유리하게 몰아가 법원으로 하여금 잘못된 예단을 갖게 하는 폐단은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라고 친정인 검찰을 향해 날을 세웠습니다.

민갑룡 경찰청장도 인사말을 통해 "보도 대부분이 수사단계에 집중됨으로써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무죄추정의 원칙이 침해될 수 있는 문제점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이런 지적에도 불구하고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가 없어지지 않는 건 수사기관 입장에선 어쨌든 효용과 필요성이 있다는 반증이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윤승영 경찰청 수사기획과 총경이 관련 내용을 발표했는데요.

윤 총경에 따르면 고위공직자나 주요 사건 수사에서 이른바 '여론의 간'을 보거나 여론을 등에 업고 수사 동력을 얻기 위해 피의사실을 흘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거꾸로 언론의 취재 내용이 검찰 수사 단서가 되기도 하구요. 일종의 '악어와 악어새' 관계라는 겁니다.

여기에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검거 실적이나 이른바 거악 척결 등 '우리 이만큼 노력한다'는 골 보여주는 데에도 언론만한 창구가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미디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보도경쟁이 과열되면서 추측보도나 오보 양산을 제어하고 막기 위해선 공신력 있는 수사기관에서 어느 정도는 교통정리를 해줘야 하는 불가피한 측면도 분명히 있습니다.

▲앵커= 피의사실 공표죄가 법적으로는 어떻게 돼 있나요.

▲기자= 네, 피의사실 공표죄 자체는 1953년 형법이 제정될 때부터 있었습니다. 수사기관이 공판을 청구하기 전에 피의사실을 공표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해 처벌 수위도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 조항으로 처벌받은 검사나 경찰관이 사실상 아무도 없어 사문화한 조항이라는 점입니다.

지난 2009년 당시 뇌물사건 피의자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 보도인데요. 노 전 대통령을 결국 죽음으로까지 몰고 갔지만 처벌받은 검사나 기자는 아무도 없는 게 단적인 예입니다.

▲앵커= 그래서 뭘 어떻게 해야 한다고 하던가요.

▲기자= 토론회 발제를 맡은 김상겸 동국대 교수는 공표 여부를 수사기관에서 임의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위원회를 만들어 결정하도록 하고 '최소성의 원칙' 기준이 반드시 준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공공성과 객관성, 절차적 정당성을 모두 충족한 상태에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피의사실을 공표할 수 있도록 하되 그 경우에도 허용의 범위는 매우 제한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김 교수의 말입니다.

구체적으로 "공표 대상이 되는 범죄가 반사회적·반인륜적이어야 하고, 그 경우에도 피의자의 신상에 관해서는 익명공표의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교수는 "다만 정치인이나 공직자의 경우처럼 공인의 경우엔 현실적으로도, 공익적으로 신상공개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입장과 "마찬가지로 공익적 차원에서 극도로 흉악범죄의 경우도 예외로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추측보도나 오보, 유사 범죄 피해 방지 등 공익적 필요성을 감안해도 지금 피의사실 공표는 너무 과하고 자의적이다. 어떤 식으로든 손을 봐야 한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공통된 인식입니다.

관련해서 조국 장관은 오늘 당정협의회에서 "형사사건 공보 개선 방안은 박상기 전임 장관이 추진한 내용으로 오해가 있다"며 "제 가족 수사가 마무리된 후에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습니다.

▲앵커= 오비이락, 법무부장관이 오해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현실 자체가 답답하고 안타깝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장한지 기자 hanji-jang@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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