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속의 산하Law] 화제의 방송 드라마, 영화 콘텐츠 중 시청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법적 쟁점을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들이 칼럼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합니다. 장민수 변호사는 '칠곡 계모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어린 의뢰인'을 통해 국민 여론과 법 적용의 실제, 형사사법 체계 등의 문제를 다룹니다. /편집자 주

 

장민수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장민수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지난 5월 22일 개봉한 영화 ‘어린 의뢰인’은 2013년 대한민국을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칠곡 계모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입니다.

경상북도 칠곡군에서 벌어진 이 사건에서 의붓어머니인 임모씨는 2013년 8월 14일 오후 의붓딸 A양(사망 당시 만8세)을 때린 뒤 복통을 호소하는데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아 장간막 파열에 따른 복막염으로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되었습니다.

또한 임씨는 A양의 언니(만12세)에게 동생을 죽였다는 허위 진술을 강요하였고 A양 언니가 말을 듣지 않는다며 세탁기에 가둬 돌리고, 성추행에 욕조에 가둬 물고문을 하는 등의 범행이 추가로 드러났습니다.

이렇게 천인공노할 범죄를 저지른 계모 임씨에게 살인죄를 적용하여 기소 및 처벌하여야 한다는 여론이 뜨거웠으나, 검찰은 상해치사죄를 적용하여 기소하였고 대법원까지 가는 재판 끝에 계모 임씨는 상해치사죄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아 확정되었습니다.

이렇듯 국민 여론이 살인죄로 기소 및 처벌해야 한다고 뜨겁게 달아올랐음에도 검찰과 법원이 상해치사죄를 적용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반면 같은 해 칠곡 계모 사건과 마찬가지로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이른바 ‘울산 계모 사건’에서는 피고인에게 살인죄가 적용되어 처벌되었고, 울산 계모는 징역 18년에 처해졌습니다.

두 계모가 한 행위나 결과가 유사함에도 한 명은 상해치사죄, 한 명은 살인죄로 처벌되었는데 두 계모의 범행에 어떤 차이가 있었기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요.

차이는 바로 두 사건의 계모가 의붓딸들을 폭행하였을 때 ‘살인의 고의’ 즉 ‘살인을 할 의도’로 폭행을 하였는지 여부입니다. 검찰과 법원은 칠곡 계모의 경우는 폭행에서 사망까지 2일의 시간이 소요되었다는 점에서 의붓딸들이 다치는 것(상해) 정도까지만 의도하거나 예상하여 다치기만 할 정도의 강도로 때렸으나 결과적으로 사망에 이르게 된(치사) 경우로서 때릴 당시 숨지게 할 의도는 없었다고 보아 ‘상해치사죄’를 적용하였습니다.

반면, 울산 계모의 경우는 의붓딸이 갈비뼈 16개가 부러질 정도로 폭행당하고 당일날 바로 사망한 점에 비추어 여차하면 사망에 이를 정도의 강도로 때렸으며, 이 정도로 폭행하면 죽을 수도 있겠다는 것을 의도하였거나 최소한 사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을 예상하였음에도 그러한 가능성을 받아들여 멈추지 않고 폭행하여 죽음에 이르게 하였다는 점에서 때릴 당시부터 숨지게 할 의도가 있었다고 인정하여 ‘살인죄’를 적용하였던 것입니다.

‘어린 의뢰인’의 모티브가 된 칠곡 계모 사건은 상해치사죄가 적용된 판결 결과가 나온 뒤 죽은 아이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국민의 정서에 부합하지 않는 판결의 내용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대한민국 사법체계에 문제점이 있다는 비판을 거세게 퍼부었습니다.

하지만 법조인인 필자로서는 해당 사건에서 검찰과 법원이 칠곡 계모를 선처할 생각에 그런 결과가 나왔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사안을 법률에 적용한 결과 살인죄에는 미치지 못하였기에 상해치사죄로 처벌한 것이며, 그것이 국민들의 안타까움과 분노에 미치지 못하였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의 형사법 체계는 ‘10명의 범죄자를 놓치더라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않겠다’는 이념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이는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근대 형사법 체계의 공통된 이념입니다.

더욱이 대한민국은 국민들의 인권이 유린되었던 군사정권의 경험까지 더해지며 피고인들의 권리 보장의 측면이 강조되다 보니 민주화가 제법 진전된 지금은 국민들의 시선에서 보기에 너무 범죄자들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만을 낳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검찰과 법원으로서는 형사법의 대이념을 포기해서는 안되기에 칠곡 계모 사건은 그 자체로는 올바른 법 적용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해당 판결을 통해 국민들이 표출하는 사법체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저를 포함한 모든 법조계가 겸허하게 받아들여 더욱 공정하고 정확한 법 적용에 힘써야 한다고 다짐해 봅니다.

아울러 ‘어린 의뢰인’은 형사법 체계뿐만 아니라 아동학대에 있어 작동해야 할 우리 사회 아동보호체계의 허점을 총체적으로 노출시킨 사건을 다룬 것으로, 이 사건은 법원·검찰과 같은 사법기관뿐 아니라 경찰·학교 같은 우리사회의 모든 기관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라고 할 것입니다.

다음 회에는 형사판결 이외에 이 영화가 주는 시사점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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