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광 앵커= 부인이 남편 몰래 캐피탈 회사에서 돈을 빌리며 남편을 연대보증인으로 내세웠습니다. 남편이 이 빚을 갚아야 할까요, 갚지 않아도 될까요. ‘법률구조공단 사용설명서’, 오늘(17일)은 신새아 기자와 ‘연대보증’ 얘기 해보겠습니다. 신 기자, 어떤 사연인가요.

▲신새아 기자= 네, 경북 청도의 한 농촌 마을에 사는 김모씨 사연입니다. 지난 2017년 어느 날 김씨는 자택에 도착한 서류를 보고 어안이 벙벙해졌습니다.

자신이 10년 전인 2006년 1월 1천427만3천원의 채무에 연대보증을 섰다며 캐피탈 회사가 해당 채무를 갚으라고 소송을 걸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다 금융회사가 상환을 요구한 채무액에는 연 24%의 이자까지 붙었는데요.

기초생활보장수급자인 김씨로선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이었고 무엇보다도 김씨가 황당했던 건 아무리 생각해도 본인은 연대보증을 선 기억이 없는데 연대보증을 섰다며 채무상환을 요구해 왔기 때문입니다.

▲앵커= 본인은 연대보증을 선 적이 없는데 어떻게 연대보증인으로 되어 있었던 건가요.

▲기자= 전후사정을 알아보니까 이혼한 전 부인 정모씨가 캐피탈 회사를 끼고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는 회사 차량을 구매하면서 차량 구매대금이 채무로 남게 됐는데요.

이 과정에 정씨는 남편 명의로 발급받은 인감증명서와 위임장, 신분증 등을 캐피탈 회사에 제출하며 당시 남편을 연대보증인으로 세운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김씨와 정씨가 이혼을 하고 전처 회사가 폐업을 하게 되면서 채무 시효 만료 직전 캐피탈 회사 측에서 연대보증인으로 돼 있는 김씨에게 해당 채무를 변제하라며 소송을 낸 겁니다.

▲앵커= 아무리 남편이라도 그 부인은 어떻게 인감증명서와 위임장, 신분증 등을 다 가지고 있을 수 있었던 건가요.

▲기자= 거기에도 말 못할 얘기가 있는데요. 전 부인이 대출 받을 당시 김씨는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었다고 합니다.

김씨가 알코올 중독 문제가 있어 가족들이 강제로 입원을 시켰다고 하는데요.

사정이 이렇다보니 남편 대신 경제활동을 전담해 대리하고 있는 부인이 남편 명의 인감이나 위임장, 신분증을 발급받아 제출할 수 있었던 겁니다.

이에 김씨는 “정신병원에 갇힌 것도 억울한데 정신병원에 감금돼 있는 사람을 확인하지도 않고 어떻게 보증인으로 세우나”고 억울해하며 법률구조공단을 찾아 도움을 요청하게 됐습니다.

▲앵커= 캐피탈 회사 입장에선 어쨌든 인감과 위임장, 신분증 등 받을 서류는 다 받은 건데 재판은 어떻게 됐나요.

▲기자= 네, 재판에선 연대보증 계약이 유효한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캐피탈 회사 측에선 민법 제832조 ‘일상가사대리권’을 앞세워 설사 김씨가 대출 사실을 몰랐더라도 부부는 일상적인 가사에 대해 서로를 대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만큼 당시 부인이 맺은 연대보증 계약도 유효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공단은 김씨는 인감과 신분증을 무단으로 도용당한 경우에 해당하고, 전 부인 정씨가 가사와는 관계없는 본인이 대표이사로 있는 회사 차량 구입에 자금을 쓴 만큼 ‘일상가사대리권’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맞섰습니다.

재판부는 공단 손을 들어줘 해당 채무와 이자를 갚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습니다.

"연대보증계약이 전 부인이 공동생활에서 필요로 하는 통상 사무에 관한 법률행위라거나 부부 공동생활에 필요한 자금조달을 목적으로 체결된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입니다.

소송을 수행한 한창훈 법무관은 “남은 인생을 자신도 모르는 빚으로 고통 받을 뻔한 아찔한 경우를 구조해 보람을 느꼈다”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앵커= 다행히 회사차 구입자금으로 써서 다행이지 대출받아 생활자금으로 썼다면 또 어떻게 됐을지 모르는 변호사 말대로 정말 ‘아찔한 경우’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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