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등 대형사건 수사기록 방대... 트럭으로 기소"
민사·행정 등은 전자소송 시행 중... 형사재판만 ‘아직’
“공판중심주의, 투명·신속한 재판 위해 반드시 도입해야”

▲유재광 앵커= 오늘(16일) 국회에선 ‘형사전자소송 도입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이슈 플러스’ 신새아 기자와 자세히 얘기 해보겠습니다. 오늘 토론회 어떤 토론회였나요.

▲신새아 기자= 네, 검사 출신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대한변협 공동 주최로 열렸고요. 법무부와 사법정책연구원, 경찰청 등 각계 실무인사들이 참여해 형사전자소송 도입 필요성과 관련 쟁점을 논의했습니다.

서초동에는 ‘트럭기소’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는데요. 국정농단이나 사법농단, 재벌 회장 관련 사건, 정치인 뇌물 사건 등 대형사건의 경우는 검찰 수사기록만 수만 쪽에서 십만 쪽이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 검찰 수사 기록을 법원으로 옮기는데 트럭을 이용한다고 해서 ‘트럭기소’라는 말까지 생겨난 겁니다.

"방대한 기록을 수레로 운반하는 모습을 서초동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오로지 기록 복사만을 위해서 엄청난 인력과 시간, 비용이 투입되고 있다“고 조응천 의원은 오늘 토론회 개최 취지와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이게 단순히 인력과 시간의 문제로 국한되는 게 아니라 피고인의 방어권에도 제약이 있을 수 있고 기록 보존에도 한계가 있는 등 많은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는 것이 조 의원의 설명입니다.

▲앵커= 우리 법원에서 전자소송이 지금 어떻게 돼 있나요.

▲기자= 일단 2010년 4월 특허 분야를 시작으로 민사·행정·가사·회생·파산 등 분야에서는 현재 전자소송이 도입돼 실시 중에 있습니다. 반면 형사소송만 유독 아직까지 종이 기록을 기반으로 한 이른바 ‘종이소송’으로 진행되고 있는데요.

민사소송의 경우 2017년 기준 전자소송이 전체 접수 건수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등 전자소송이 안착해가고 있다는 것이 이찬희 변협 회장의 설명입니다.

▲앵커= 유독 형사재판에서만 전자소송이 안 되고 있는 건 무엇 때문인가요.

▲기자=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역설적으로 관련 기록이 너무 방대하다는 사실입니다. 기록이 방대해서 거꾸로 이를 전자문서화 할 엄두를 못 내온 측면이 제일 큰 이유이고요.

다른 하나는 기관 간, 그러니까 경찰이나 검찰, 법무부, 법원 등 기관간 공조와 협조가 제대로 잘 안 돼 종이기록을 전자문서화 하는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차일피일 미루다 형사사건에서만 전자소송이 계속 안 되고 있는 겁니다.

▲앵커= 전자소송이 되면 구체적으로 어떤 장점들이 있는 건가요.

▲기자= 네, 크게 재판의 공정성과 투명성, 신속성 측면에서 나눠볼 수 있는데요. 토론자로 나선 이상엽 울산지법 부장판사는 크게 네 가지 측면에서 형사전자소송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우선 증거조사의 실질화와 실질심리 집중, 기록 중심의 법정 형사재판을 통한 실절적 공판중심주의 구현이 가능해지고요. 다음은 관련 기록의 실질적 열람과 영구보전을 통한 피의자나 피고인 및 변호인의 방어권 보장과 재심청구권의 실질적 보장이 가능해진다는 것이 이상엽 부장판사의 설명입니다.

이 부장판사는 이 외에도 형사소송 관련 정보의 공개에 따른 적법 절차 강화와 사법 투명성 제고 등도 전자소송 도입 필요성 이유들로 함께 제시했습니다.

▲앵커= 방법론적으로 어떻게 하자는 얘기도 나왔나요.

▲기자= 크게 두 가지 측면이 있는데요. 하나는 기술적인 면이고 다른 하나는 법 제도적인 측면입니다.

일단 기술적인 면과 관련해서 류부곤 경찰대 법학과 교수는 법무부가 운영 중인 형사사법정보시스템, KICS를 법원을 중심으로 한 ‘형사사법서류 유통시스템’으로 재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는데요.

경찰이나 검찰 같은 수사기관과 피고인이 법원에 형사사건 관련한 전자 자료를 전송하고, 이를 전송받은 재판부가 이를 전자문서화 최종적으로 법원 시스템에 귀속시켜 공개하는 방식입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익명화 작업 등 전자화에 따른 책임 역시 법원이 부담해야 한다는 게 게 류 교수의 말입니다.

입법적인 측면에선 형사소송법을 개정하거나 가칭 ‘형사소송에서의 전자문서 이용 등에 관한 법률’과 같은 특별법을 만들어서 형사사건 전자소송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앵커= 한계점이나 주의사항 같은 것도 얘기가 나왔나요.

▲기자= 네, 오늘 토론회 발제를 맡은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인 정성민 판사가 크게 세 가지 정도 주의사항을 언급했습니다.

먼저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형사사법정보의 적정한 관리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보호, 정보 남용 위험성 차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를 위해 필요하면 형소법을 개정해 무차별적인 데이터 검색 등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 정 판사의 제안입니다.

정 판사는 그리고 법원이나 검찰이 같은 전자소송 시스템을 이용하는 거나 수사자료 일괄 저장은 이른바 공소장엔 공소사실과 관련된 사실만 적시해야 한다는 ‘공소장일본주의’ 위배 논란 등 공판중심주의나 재판 공정성에 대한 부정적인 외관을 형성할 수 있다며 이런 불신 해소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장애인 등 정보접근성이 떨어지는 취약 계층에 대한 배려 등도 전자소송 시행을 위해 반드시 극복되어야 할 과제로 정 판사는 꼽았습니다.

전체적으론 형사사건 전자소송 도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데 참가자 모두 인식을 같이 했습니다.

▲앵커= 토론문을 보니까 ‘무기 대등주의’라는 표현이 나오던데 형사재판에 있어 전자소송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라면 시행되는 게 맞는 것 같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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