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길에서 잠든 취객, 차로 치었다면... 블랙박스 영상과 실제 시야 차이
한밤중 길에서 잠든 취객, 차로 치었다면... 블랙박스 영상과 실제 시야 차이
  • 한문철 변호사
  • 승인 2019.09.13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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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철 변호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동차 운전해 가는데 밤에 길에 누워있는 사람 보신 적 있나요. 사고나서 쓰러져 있는 사람은 본 적 있지만 누워서 잠 자고 있는 사람 보신 분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러한 영상들을 자주 봅니다. 길에 누워있다가 사고당해서 사망한 사고도 있고요. 크게 다치는 사고도 있고요. 이번 사고는 다친 사고인데요. 영상 먼저 보시겠습니다. 블박차가 천천히 갑니다. 천천히 가고 좌회전할 것입니다.

천천히 좌회전 하는데 '윽', 길에 사람이 누워있습니다. 길에 사람이 누워있는 경우는 대부분이 술에 취해서 취객들입니다. 경우에 따라서 갑자기 몸이 안 좋아서 쓰러지는 경우도 있겠지만 거의 대부분은 취객들인데요.

만일 여러분들이 저런 상황이라면 피할 수 있을까요? 내가 블박차 운전자였다면 과연 나는 피할 수 있을지 생각하면서 다시 한 번 영상 보시겠습니다.

블박차 빠르지 않죠. 천천히 잘 가고 있습니다. 왼쪽 깜빡이 켜고 그리고 좌회전 하는데...

한편 블랙박스 영상이 상당히 밝죠. 저것은 블랙박스에 '나이트비전'이라는 그러한 장치가 있어서 실제보다 더 밝게 보이는 것이랍니다. 실제 상황은 블랙박스 영상에 보이는 것보다 어두웠데요. 여러분들이 저런 상황이었다면 과연 피할 수 있었을까요.

블랙박스 영상은 넓게 보이죠. 와이드죠. 내 눈에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이 보입니다. 블박차 운전자는 "블랙박스 영상에는 보이지만 제 눈에는 안 보였어요. 왜냐하면 블랙박스 영상은 넓게 보이는데 제 눈은 그만큼 안 보이고요. 그리고 에이 필러 때문에 좌회전하면서 안 보였어요. 저는 몰랐어요"라고 주장하면서 운전석에서 스마트폰을 들고 똑같이 촬영해 봤습니다.

물론 운전하면서 폰을 든 것은 아니고 옆에 조수석에서 다른 분의 도움을 받아서 찍은 영상 보시겠습니다.

똑같은 상황이죠. 천천히 좌회전하는데 어떤가요. 아까보신 블랙박스 영상보다 화각이 많이 좁죠. 그리고 에이 필러 넓이가 얼마나 되나요. 여러분 한 번 재보세요. 한 10cm 될까요. 아닙니다. 15cm 정도 됩니다. 넓은 건 20cm까지 됩니다. SUV 차량 같은 경우는.

얼마 안 되는 것 같은데 창틀, 그게 회전할 때는 시야가 많이 좁아집니다. 피하기 어렵겠죠. 여러분들이 블박차 운전자라고 하더라도 길에 누워있는 사람을 미리 발견하고 피할 수 있겠습니까.

운전 중에 길에 누워있는 사람 미리 발견하고도 그냥 넘어가는 사람이 있습니까. 없죠. 못봤으니까 사고로 이어지는 것이죠. 블박차가 빠르게 회전했다라든가 블박차 운전자가 음주운전 했다라든가 그게 전혀 아니고 정상적으로 천천히 좌회전 하는데 그런데 블랙박스에는 보이지만 운전자는 밑에 있고 뒤에 있고 안 보여요.

보닛이 상당히 많이 가립니다. 보닛 때문에 실질적으로 그 앞에 있어도 안 보여요. 똑바로 갈 때는 저 멀리는 보이죠. 그러나 회전할 때 좌회전 할 때 또는 우회전 할 때는 바로 모퉁이에 있으면 안 보입니다.

법원에서는 어떻게 평가할까요. 직선도로에 '쭉 뻗은 도로에 길에 누워있는 사람 앞을 잘 봤으면 피할 수 있는 거 아니냐. 잘못이다' 누워있던 사람 60 자동차 40 정도로 봅니다.

버스도 다니는 넓은 길에서 그런 사고가 있었다고 하면 누워있던 사람 70 정도로 봅니다. 이번 상황은 어떻게 볼까요. "이번 상황 다르지, 왼쪽 틀 때 안 보이는데 어떻게 피해, 자동차 운전자 잘못 없어" 이렇게 생각하시죠. 다 그렇게 생각하시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법원에서는 이런 사고에 대해서 아직까지 운전자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왼쪽으로 돌 때 잘 안 보이니까 더 조심해서 돌았어야 된다" 더 조심해서 돈다고 해서 보일까요. 현실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법원에서는 이와 같은 사고에 대해 블박차에게도 약 20 내지 30% 정도의 과실을 인정하는 추세에 있습니다.

만일 똑같은 상황이었다면 피할 수 있을까요. 사고현장에 가서 보이나 안 보이나 보자, 라고 하면서 보면 보입니다. 보려고 하면 보여요. 거기에 있는지 없는지 보면 보이지만 운전하는 사람들에게는 안 보입니다. 현실과 법원의 판결 사이에 상당한 괴리감이 느껴집니다.

 

한문철 변호사 hanji-jang@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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