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차장검사 해명에도 논란 계속... "검찰에 대한 신뢰의 문제"

지난 13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로 검찰이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진경준 전 검사장에게 향응과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정주 NXC(넥슨지주회사) 대표의 아버지와 진 전 검사장의 직속 상관이었던 현직 검찰 고위간부의 부동산 거래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 이금로 특임검사팀, 김정주 집인 줄 알고 압수수색하려다 그냥 돌아와

김수남 검찰총장이 13일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의혹을 처음 제기한 인물은 금태섭 의원(더민주)이다.

금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현직 검찰 고위 간부가 김정주 대표의 아버지 명의로 된 건물을 구입해 거주하고 있다"며 "검찰이 김 대표의 휴대전화 요금 수령지를 압수수색하러 갔는데 다른 현직 검사가 살고 있었다"고 폭로했다. 

금 의원이 지목한 부동산은 김 대표의 아버지 김교창(79) 변호사가 지난 1991년 구입해 소유하던 빌라로 2006년 김주현 대검 차장검사(당시 법무부 검찰과장)가 11억1천만원에 구입했다. 

앞서 지난 7월 진경준 전 검사장 사건을 수사하던 이금로 특임검사팀은 진 전 검사장과 김 대표의 사무실 및 주거지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김 대표 주거지로 추정되는 곳에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하려 했지만 당시 거주자가 김 차장이라는 사실을 알고 그냥 돌아왔다는 것이다. 

금 의원은 국감에서 "검사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는데 현직 고위 검사가 살고 있었음에도 압수수색을 하지 않고 왔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박지원, 이용주 의원(국민의당) 역시 검찰 간부가 김 대표 아버지의 집을 사게 된 경위 등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수남 검찰총장은 "일부 언론에서 문제를 제기해 진상을 확인해보라고 지시했고 (김 차장) 본인에게 부동산 구입 및 대금 마련 과정 등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했다"며 "당시 자금 출처와 부동산 실거래 가액 등을 확인한 결과 비위 단서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김주현 대검 차장이 직접 국감장에 나왔다. 

김 차장은 "집을 매매하는 과정에서 '김정주'라는 이름을 들어본 일이 없고 지금까지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해명했다. 

김 차장은 "2006년 당시 현재 살고 있는 집 부근 아파트에서 전세를 살고 있었다"며 "이사 갈 집을 구해야 할 상황이 됐는데 아이들 학교 문제도 있고 해서 멀리 갈 수 없는 형편이라 가까운 곳의 집을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부동산을 통해 소개받았다"며 "당시 집 소유자가 김정주 대표라고 말하는 근거를 모르겠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김 차장은 "김교창 변호사 역시 잔금지급일에 딱 한번 봤을 뿐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며 "국정감사에서 아무런 근거나 사실 확인도 없이 이런 의혹을 제기한 데 유감을 표시한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빌라 매매 대금은 1990년대 초 분양받은 안양 소재 아파트를 팔고 전세금, 예금, 대출금을 합쳐 마련했다"며 주택 매매계약서와 등기부등본, 자금관계 서류를 공개하기도 했다.

◆ 거래 당시 진경준 전 검사장의 직속 상관이 김주현 대검 차장

김정주 대표의 아버지와 부동산 거래 의혹이 불거진 김주현 대검 차장검사가 13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장에 직접 출석해 관련 서류를 공개하며 해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사자인 김주현 차장이 증빙자료까지 갖춰 해명했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연이어 발생한 검사 비위 의혹으로 검찰에 대한 국민 신뢰가 추락한데다 이번 논란이 발생 당시에는 제대로 보고되지 않았다는 의혹까지 불거졌기 때문이다. 

당시 이금로 특임검사팀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김 대표 거주지로 추정되는 곳에 김 차장이 거주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김수남 검찰총장 등 상부에 전혀 보고하지 않았다. 

이 사실을 알지 못한 것은 김 총장만이 아니다. 

법조계에 따르면 당시 특임검사였던 이금로 인천지검장 역시 이 사실을 보고받지 못했다가 최근에야 알게 된 것으로 밝혀졌다. 

통상적으로 이목이 집중된 사건의 경우 압수수색 후 내부적으로 결과를 보고하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이같은 과정을 생략했다는 것이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국정감사에서 김수남 검찰총장의 해명대로 특임검사팀이 김 총장에게 이런 내용을 보고하지 않았을 수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 특임검사까지 모르고 있었다는 건 다른 얘기"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만약 이런 일이 있었다면 그 즉시 이를 검찰총장 등 상부에 보고해 주택 구입 경위 등을 철저히 조사하게 했어야 한다"며 "만약 그때 제대로 수사가 됐다면 해프닝으로 마무리될 수 있는 일을 검찰이 스스로 확대시킨 꼴"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김교창 변호사와 김주현 차장의 부동산 거래 당시 실제 빌라에 거주한 인물이 김정주 대표라는 의혹도 불거졌다. 

빌라 등기부등본을 보면 2005년 4월 김 변호사가 경기도 양평으로 거주지를 옮겼다는 내용이 나온다. NXC 등기부등본 역시 2006년 3월부터 12월까지 김 대표가 해당 빌라에 거주했다고 돼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당시 법무부 검찰과 검사였던 진경준 전 검사장의 직속 상관으로 법무부 검찰과장이었던 김 차장을 위해 김 대표가 특혜를 제공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검찰 출신의 또다른 변호사는 "검찰이 계속 비위 의혹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직후 이런 일이 벌어지다보니 의혹을 제기하는 시선도 더욱 많은 것 같다"며 "검찰도 수사를 했다고 하고 본인도 해명을 하는데 의심의 시선이 계속된다는 것은 검찰 조직 내부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검찰이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 뼈를 깎는 심정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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