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기 전 법무부장관이 9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을 마친 뒤 청사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박상기 전 법무부장관이 9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을 마친 뒤 청사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제주 예멘 난민 논란 이후 난민심판원을 신설해 이의신청 절차를 단축하겠다는 박상기 전 법무부장관의 약속은 결국 퇴임까지 진척되지 않았다.

법률방송뉴스가 6일 법무부에 확인한 결과 난민심판원과 관련해 신설된 예산은 전혀 없었고, 향후 심판원 설치를 위한 계획안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는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난민심판원의 신설은 난민불인정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과 법원 1심 절차를 통합한 기관을 신설하는 것으로 기존 사법체계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사법기관과 협의 등이 필요한 중·장기적 추진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난민법 개정 작업을 추진 중이며 올해 9월에는 법원행정처를 방문해 난민재판절차 개선과 관련한 방안을 논의하는 등 관계기관과 지속적인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5일 법무부는 행정안전부·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와 2020년 소요정원 정부안을 협의한 결과 '난민심사과'를 신설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난민심사과는 기존 법무부 난민과 내 난민위원회팀을 분리, 난민 불인정 결정이나 난민 인정 취소 등에 따른 이의신청을 조사·심의하는 난민위원회 운영을 전담하게 된다.

법무부는 부서가 신설되면 전문 조사인력이 충원돼 난민위원회의 이의신청 심의 전문성이 강화되고, 이의신청 심의기간이 단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단기적으로는 난민법을 시급히 개정하여 현재 15명 이하의 비상임위원으로 구성된 난민위원회의 위원수를 30명으로 늘리겠다"며 "위원회가 상시 운영될 수 있도록 상임위원을 두는 등 난민심판원의 전 단계로서 난민위원회를 확대하고 상설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답변을 내놨다.

심사기간 단축 및 난민위원회 위원수 증원 등 난민 심사 인프라 확충을 위해 난민심판원의 전 단계인 난민위원회를 확대하고, 정작 난민심판원 신설에 대해서는 현재 관계 부처와 협의가 진행 중이라는게 법무부의 설명이다.

법무부는 "난민심판원 관련 진행되고 있는 사안은 아직 없고 난민법 개정, 난민심사관 증원, 유관기관과의 협의 등의 절차가 필요해 단기간에 추진되긴 어렵다"며 "난민문제에 대한 국민 관심이 커지기 전부터 지속적인 난민신청자의 증가와 그에 따른 심사적체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2017년 '난민심판 전문기관 설립 타당성 및 운영방안 연구'에 대한 연구용역을 수행한 바 있다"고 해명했다.

이렇듯 시급한 난민심판원 신설에 관한 논의는 진행하지 않은 채 난민심사과를 신설하는 이유에 대해 법무부는 "구체적인 사항이 논의되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시민단체들은 단순히 절차를 줄이고 늘리는 게 문제가 아니라 어느 절차 하나라도 전문적이고 독립적 판단을 내려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난민을 위한 법 개정 등을 지원하고 있는 공익법센터 '어필'의 이일 변호사는 "난민심사과는 일단 공무원의 숫자를 늘려 신속한 심사를 하겠다는 중간단계의 고민이 아닐까 싶다"며 "난민심사과를 신설하면 난민 심사의 시간단축은 되겠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심사위원들의 독립성이 유지되기 어려운 상태이기 때문에 전문적이고 독립적인 판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아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는 난민위원회에 상임위원회가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앞으로 행정심판처럼 직접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형태의 기관이 잘 만들어진다면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지난 8월 1일 난민법 폐지 등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한 답변 형식을 통해 "난민 심사 문제와 관련해 부족한 심사 인력과 통역 전문가를 대폭 늘리고 국가정황정보를 수집하는 전문 인력을 확충하겠다"며 "특히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난민심판원을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법무부가 난민심판원 신설 논의를 구체화한지 3년여의 시간이 지났고 박 장관의 공개적인 약속이 나온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심판원 신설을 위한 대략적인 안 조차 나와있지 않은 것은 난민 문제에 대한 정부의 안이한 태도를 방증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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