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판례 "의도한 효과 보지 못했다고 '굿' 자체를 사기로 처벌 할 수 없어"
1심 "사회통념상 지나치게 거액"... 사기 혐의 유죄, 무속인에 징역 7년 선고

[법률방송뉴스] 점집이나 무당집에서 굿을 하고 받는 돈, 보통 굿값이라고 하죠. 액수가 몇 천만원 단위로 커지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요.

의도한 효력을 보지 못했다고 굿 자체를 사기로 볼 수는 없다는 게 우리 법원 판례입니다.

과학적 효과는 없어도 마음의 안정이나 치유 효과 등 일종의 역사적·사회적으로 인증된 미신이라는 건데요.

그런데 굿값으로 수십억원을 받았어도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을까요.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무속인 43살 조모씨라고 하는데요. 조씨는 요즘 조국 후보자 딸 봉사활동 총장 표창 위조 논란으로 한창 시끄러운 동양대가 위치한 경북 영주 모 봉사단체에서 알게 된 A씨의 아들에게 이른바 대입 합격 굿을 해줬는데 A씨 아들이 미국 명문대학교에 실제 합격을 했다고 합니다.

A씨 입장에선 영험한 이른바 굿발을 본 것으로 철석같이 조씨를 믿게된 A씨는 이후 무속인 조씨가 쳐놓은 그물로 속절없이 끌려들어 갑니다.

A씨 남편은 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했던 모양인데 조씨는 20163월부터 "할배신이 돈을 보내라 한다. 돈을 주지 않으면 남편의 공천에 악영향이 있을 것이다는 식으로 돈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A씨 남편이 시장선거 공천에서 떨어지자 조씨는 공천을 뒤집어야 하는 이런 긴박한 시점에 간절한 마음이 있는 것이냐며 추가로 수억원을 요구했다고도 합니다.

조씨는 또 남편과 이혼을 하려고 하는데 돈을 빌려주면 갚겠다. 선거가 끝나면 돈을 돌려줄 테니 일단 맡겨라며 굿값 이외의 명목으로도 돈을 요구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20163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3년간 조씨가 이런저런 구실로 A씨에게 받아간 돈이 무려 72억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조씨는 A씨가 맡긴 돈의 일부라도 돌려달라고 하자 할배가 앞으로 4년 동안 돈을 돌려보내지 말라고 했다는 허무맹랑한 소리를 하며 돈을 돌려주지 않았습니다.

이 과정에 A씨는 지인들에게 수십억원을 빌리고 보험대출까지 받아 무속인 조씨에 굿값 등 명목으로 돈을 집어넣었다고 합니다.

결국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기소된 조씨는 재판에서 굿의 대가로 돈을 받았으며 일부는 빌린 것이다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굿값의 경우 법원은 무속인도 아닌 사람이 무속인인 것처럼 속이거나 굿을 할 의사와 능력이 없음에도 돈을 받은 경우가 아니면 굿값 자체를 부당이득으로 보진 않습니다.

하지만 1심 법원(서울중앙지접 형사합의 23부 유영근 부장판사)는 사회통념상 무속인에게 지급할 기도비로는 거액인 점 등을 들어 사기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조씨에 대해 징역 7년을 선고했습니다.

피해자 A씨가 굿 등 무속의식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은 점, 피해자가 대출을 받아 피고인에게 돈을 증여할 만큼 친밀한 사이가 아니라는 점 등에 비춰보면 위력이나 위계에 의한 기망행위와 그로 인한 재물 편취가 인정된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이에 재판부는 "피해자가 지인에게 수십억을 빌리는 등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도 피고인은 범행 일체를 부인하고 있다""피고인은 남편의 공장 자금, 부동산 투자에 피해금을 모두 사용한 점을 고려하면 엄벌에 처할 필요가 있다"고 양형사유를 밝혔습니다.

바깥에서 보기엔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가도 뭐에 홀린다는 말이 있는데 피해자 A씨 경우도 그랬지 않나 싶습니다.

새옹지마라고 하는데 수십억씩 빌려서 공천 받아 시장에 당선됐을 경우 들인 돈이 얼만데식의 본전 생각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 삐끗하면 쇠고랑 차고 풍비박산 나는 건 일도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그럼에도 사람의 욕심이란 계속 자라니 분수를 알고 만족하는 안분지족은 그래서 어려운 것 같습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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