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엔진 결함 제보자, 해고 이어 형사처벌 위기 권익위 "소비자 권익 위한 제보... 해고 처분 취소해야" 권고 현대기아차, 비난 여론 일자 복직시켜... "소송은 계속 진행"

 

 

[유재광 앵커] 달리던 차가 엔진 결함으로 멈춘다. 상상만 해도 끔직한 일인데요. 현대기아차 일부 차종에서 이런 현상이 실제로 발생한다고 합니다. 이런 사실을 국토교통부에 알린 공익 제보자가 있습니다. 사안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이슈 플러스’, 오늘은 공익 제보 얘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석대성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앵커] 석 기자, 먼저 현대기아차 공익 제보자의 제보 내용부터 좀 전해주시죠.

[기자] 네, 현대기아차에서 일한 김모 부장인데요. 김 부장은 그랜저와 쏘나타, 스포티지 등 5개 차량, 모두 ‘세타 2’ 라는 이름의 엔진을 쓰는데요,

이 세타 2 엔진을 쓰는 일부 차종에서 주행 중 시동 꺼짐 등의 현상이 발생한다, 김 부장은 이런 사실을 지난해 8월에서 10월 사이 국토교통부와 미국 도로교통안전국 등에 알렸습니다.

흔히 공익 제보라고 하는데, 김 부장은 회사 내에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이런저런 노력을 기울였지만 회사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공익 제보를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국내 해당 차량 17만 1천348대와 해외까지 147만대에 대해 자발적 리콜 명령을 내렸고, 지난 7일 현대차는 이를 수용했습니다.

 

[앵커] 김 부장의 공익 제보는 이게 다가 아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아반떼와 모하비, 제네시스와 에쿠스, 쏘렌토, 카니발, 산타페 등에서도 이런저런 결함이 있다는 내용의 제보를 했는데요.

브레이크 성능과 직결되는 진공파이프 결함, 타이어와 차체를 이어주는 허브너트 풀림 현상 등의 내용입니다.

 

[앵커] 타이어와 차체를 이어주는 너트가 풀리면 달리다가 타이어가 빠질 수도 있다는 얘기 잖아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국토부는 김 부장이 제보한 대로 제네시스 등 차량 21만여 대에 대해서도 현대기아차에 자발적 리콜을 권고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어제(26일), 현대기아차는 이 21만대에 대해선 리콜을 수용할 수 없다며 리콜 거부 입장을 밝혔습니다. 안전운전에 지장이 없다는 건데요. 자동차 업체가 국토부 리콜을 거부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국토교통부는 5월 8일에 ‘리콜 청문회’를 열어 현대기아차가 리콜을 안해도 되는 ‘상당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으면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강제 리콜 명령을 내린다는 방침입니다.

국토부는 지금까지 김 부장이 신고한 현대기아차 결함 32건 중 14건에 대해 조사를 마쳤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이 중 3건은 현대기아차가 자진 리콜 조치를 취했고요, 5건은 이번 청문회에서 리콜 여부가 최종 결정됩니다.

국토부는 나머지 18건에 대해서도 조사 후 리콜 여부를 검토할 방침입니다.

 

[앵커] 얘기를 들어보니까 김 부장이 제보한 내용, 현대기아차가 생산하는 거의 모든 차종에 해당하는 거 같은데, 현대기아차는 이런 결함들을 쉬쉬했다는 거잖아요, 그걸 폭로한 김 부장이 현대기아차 입장에선 달가울 리가 없을 텐데, 김 부장은 그 후 어떻게 됐나요.

[기자] 네, 현대기아차는 분풀이를 아주 제대로 하고 있는데요. 현대기아차는 영업비밀 유출과 사내 보안규정 위반 등을 이유로 제보 직후인 지난해 11월 김 부장을 해고하고, 검찰에 고소까지 했습니다.

현대기아차가 낸 고소장을 확인해 보니 “김 전 부장이 사적인 이익을 위해 영업비밀을 유출했다”,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앵커] ‘사적인 이익을 위해 영업비밀을 유출했다’구요, 김 부장이 사적인 이익을 취한 게 있나요.

[기자] 경찰 조사 결과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경쟁 업체에 관련 사실을 넘긴 것도 아니고, 이걸 가지고 현대기아차와 무슨 거래를 하려고 한 것도 없습니다. 말 그대로 공익적 목적으로 관련 기관과 언론에 제보를 한 게 전부입니다.

국민권익위도 이런 점을 인정해 지난 3월 김 전 부장을 ‘공익 신고자’로 인정하고, 현대기아차에 김 전 부장을 복직시키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김 부장 제보로 소비자 권익이 보호됐기 때문에 해임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것이 권익위 결정입니다.

 

[앵커] 권익위가 할 일을 한 거 같은데, 김 전 부장 복직이 됐나요.

[기자] 이게 상황이 좀 묘하게 됐는데, 현대기아차는 당초 김 전 부장을 복직 못 시키겠다며 서울행정법원에 김 전 부장을 복직시키라는 권익위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그런데 취재가 시작되자 현대기아차는 오늘, 김 전 부장을 일단 복직은 시키겠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일단 복직'은 뭔가요.

[기자] 그래서 상황이 좀 묘하게 됐다는 건데요. 비난 여론 등을 의식해 일단 권익위 결정을 수용해 복직은 시키되, 복직 결정 취소 소송은 소송대로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겁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의 말을 한 번 들어보시죠.

[현대기아차 관계자]

“권익위의 권고로 결정이 났으니까 복직을 하는 건 어쩔 수 없는 거고, 그 외에 처음에 행정소송은 계속 진행하고 일단은 별도로.”

 

[앵커] 뭐, 순순히 받아들이진 않겠다. 해볼 때 까지 해보겠다 이런 거 같은데, 김 전 부장 에 대한 고소 건도 마찬가지요 고소를 했으면 어떻든 수사를 해야 하는데, 김 전 부장에 대한 수사는 어떻게 되고 있나요.

[기자] 네, 김 전 부장에 대한 수사는 경기남부경찰청이 맡고 있는데요. 경찰은 그제 김 전 부장을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 전 부장 자택을 압수수색해 컴퓨터를 열어보니 현대기아차 내부 자료가 다수 발견됐고, 이는 영업비밀 유출로 현행법 위반이라는 것이 경찰의 말입니다.

 

[앵커] 아니, 공익 제보를 하려면 자료가 있어야 제보를 하고, 자료를 확보하려면 당연히 자료를 가지고 나와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게 범죄라는 건가요.

[기자] 경찰 설명은, 김 전 부장이 공익 제보와 관련된 자료 외 다른 자료까지 빼냈다는 거고 이게 영업비밀 유출에 해당한다는 겁니다.

 

[앵커] '유출'이라고 하면, 경쟁사 등 어디 다른 데에 넘겨줬다는 말인가요.

[기자] 그건 아니고, 현대기아차에서 김 전 부장 자택으로 자료를 가져온 것. 이거 자체가 현행법상 ‘유출’이라고 합니다.

한마디로 회사 밖으로 회사 자료를 가져 나가는 그 순간 ‘유출’로 범죄가 된다고 생각하시면 될 듯합니다.

 

[앵커] 어디 다른 데 넘긴 것도 아니고 아무리 법이 그렇다지만, 김 전 부장은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어떻게 딱 공익 제보 자료만 가져 나올 수 있나, 제보 내용을 설명하려면 이런 저런 다른 자료도 필요하다, 즉 참고 자료로 가져 나온 거다, 이런 입장입니다.

이 때문에 현대기아차가 법의 맹점을 이용해 ‘본때 보이기’식 고소를 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 부소장인 이상희 변호사 얘기 들어보시죠.

[이상희 변호사 /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 부소장]

"이 분이 공익문제 이런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서 가지고 나온 것이지 어떤 부정한 개인적인, 경제적인 목적이라든지 이것 때문에 가지고 나온 건 아니어서 사실 회사 측이 형사고소를 한 건 상당히 무리가 있는 행위였던 거죠. 그래서 이제 결국은 이런 내부 제보자를 이제 뭔가 보복을 가하고, 이런 내부 제보가 더 이상 회사 내에서 이뤄지지 않게 하려고 형사고소를 하고 해고를 한 게 아닌가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앵커] 검찰이 기소하면 김 전 부장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기자] 네, ‘공익신고자 보호에 관한 법률’을 보면 공익 제보와 관련된 자료를 유출한 경우엔, 그게 영업비밀이든 뭐든 ‘유출’ 행위에 대해 죄를 묻지 못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위법성 조각 사유라는 건데요, 쉽게 말씀 드리면 관련법은 위반했지만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어서 범죄는 아니다, 이런 겁니다.

김 전 부장이 재판에 넘겨진다면 김 전 부장이 가지고 나온 자료들이 모두 ‘공익 제보와 관련된 자료’ 인지 인정 여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재판이라는 것이 졌을 때는 말할 것도 없고 이긴다 해도 그 과정이 참 힘들고 가슴을 졸여야 하는 시간인데, 김 전 부장을 해고하고 고소까지 한 현대기아차, 공공의 이익이든 뭐든 어디 제보해봐라 어떻게 되나, 본보기는 아주 제대로 보이고 있는 거 같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이슈 플러스', 석대성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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