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법원행정처 공동 주최 국회 토론회 열려
"대법원 사건 너무 많아 신속·충실한 재판 어려워"
상고허가제, 고법 상고부, 상고법원 설치 등 제시
"제도 개선·대법관 인적구성 다변화, 투트랙으로"

▲유재광 앵커= 오늘(3일) 국회의원회관에선 대한변협과 법원행정처 공동 주최로 '상고제도,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 다녀왔습니다. 'LAW 인사이드' 장한지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상고심이면 대법원 재판을 말하는 건데 통계나 현황 같은 걸 먼저 좀 볼까요.

▲장한지 기자= 네, 이런저런 분쟁이 늘고 덩달아 변호사 수도 늘어나면서 소송 건수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데요.

2018년 기준 대법원에 올라간 사건은 약 4만 8천 건 정도 됩니다. 1990년에 비해 5배 넘게 급증한 수치인데요. 단순 계산을 해봐도 12명의 대법관 중 한 명이 1년에 담당해야 하는 사건이 4천건 정도 된다는 얘기입니다.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재판해도 하루 10건 이상씩은 처리해야 한다는 계산입니다.

▲앵커= 말 그대로 엄청난데 상고제도 개선이 시급하긴 시급해 보이네요.

▲기자= 네, 이렇게 대법원 상고심 사건이 너무 많다 보니 신속·충실한 재판이 이뤄지기 어렵고요. 대법원 전원합의체를 통한 법령해석 통일 기능 등 대법원 본래의 기능과 역할도 부실해진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관련해서 국회 법사위 금태섭 의원은 토론회 인사말을 통해 "현재 법 제도는 모든 사건에 대해 상고를 허용하고 있다 보니 충실한 심리가 어렵다"며 "대법원이 법령해석 및 법 적용의 통일적 기능, 국민의 권리구제 기능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상고제도의 개선이 불가피하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예전에는 어떻게 했었나요.

▲기자= 네, 소송이 급증한 지금과 단순비교는 어렵지만, 1950년대에는 대법원을 대법관과 대법관 아닌 판사로 이원적으로 구성해 운영하는 제도를 시행한 적이 있고요.

1960년대에는 고등법원에 상고부를 설치해 운영하다가 폐지한 바 있고 1980년대에는 상고허가제를 10년 가까이 실시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1994년 도입된 '심리불속행 제도'가 있습니다. 상고이유가 '이유 없다'고 판단될 때는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것인데요. '이유 없음'을 판단하려면 어차피 사건을 들여다봐야 해서 대법원에 부담이 되긴 마찬가지라는 게 법원 설명입니다. 

이에 대해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은 토론회 축사를 통해 "지금은 심리불속행 제도가 있으나 상고가 되는 사건의 숫자나 내용의 복잡성을 고려해 볼 때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그래서 상고제도, 어떤 대안들이 제시됐나요.

▲기자= 크게 3가지가 제시됐습니다. 하나는 80년대에 시행했던 상고허가제를 다시 실시하는 방안입니다. 민사사건에 있어서 헌법·법령·판례 위반의 사건에만 한정해서 상고를 인정하고 그 외에는 대법원의 상고 허가를 받은 경우에만 상고를 가능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미국과 일본에서 현재 시행하고 있는 제도입니다.

대법원이 국가적·사회적으로 의미를 갖는 중요한 사건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헌법에 보장된 재판 받을 권리를 제한한다는 지적은 극복해야 할 점입니다.

▲앵커= 다른 두 대안은 어떤 건가요.

▲기자= 네, 60년대에 있었던 고등법원 상고부를 신설하는 안도 제시됐습니다. 일정한 기준을 두고 더 중요한 건 대법원에서,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건 고법 상고부에서 나눠 재판하는 방식입니다.

별도의 상고법원 도입도 대안으로 제시됐습니다. 고법과 대법 사이 별도의 상고법원을 설치해 상고심 대다수는 상고법원에서 처리하고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위주로 사회 규범을 판단하고 제시하는 일종의 '정책법원'으로 운영하는 방식입니다.

고법 상고부나 상고법원 설치는 정책법원으로 대법원의 역할을 회복하면서 재판을 통한 권리구제라는 헌법 정신을 모두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차이점은 상고법원은 별도의 법원으로 한 곳에, 고법 상고부는 각 고법마다 별도의 상고심 법원을 둔다는 점입니다.

상고법원 판결이나 고법 상고부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으로 다시 사건이 넘어가는 경우엔 4심제로 하염없이 사건이 늘어질 수 있는 점은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앵커= 쉬운 게 없네요. 대법관 수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나요.

▲기자= 그런 방안도 논의됐지만 생각하는 것처럼 대법관 수를 무한정 획기적으로 늘릴 수 없다는 데 딜레마가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사회 규범에 대한 판단과 제시라는 정책법원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려면 대법원 전원합의체를 통해야 하는데 대법관 숫자가 늘어날수록 전합 토론이 어려워지고 어느 선을 넘어가면 전원합의체 개최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습니다.

이와 관련 이찬희 대한변협 회장은 "대법관 숫자가 늘어날수록 전원합의체 토론이 점점 불가능해지므로 대법관 증원만을 해결책으로 볼 것은 아니고 상고심 제도 개선과 함께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제도 개선과 대법관 인적 구성 다변화, 투 트랙으로 상고제도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게 오늘 토론회 참가자들의 공통된 인식입니다.

▲앵커= 잘못된 방식으로 추진하긴 했지만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왜 그토록 상고법원 도입에 목을 맸는지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네요. 상고제도 개선, 꼭 필요하고 시급해 보이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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