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경비 근로자에 대처하는 서울대의 자세... 사무직과 단체교섭 분리 요청에 '소송'
청소·경비 근로자에 대처하는 서울대의 자세... 사무직과 단체교섭 분리 요청에 '소송'
  • 유재광 기자
  • 승인 2019.09.02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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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시설관리직, 행정·사무직에 비해 근로조건 현저한 차이... 단체교섭 분리해야"
서울대 우희종 교수 60대 청소노동자 사망에 "'함께' 라는 마음보다는 교수가 왕"

[법률방송뉴스] 어느 직장이나 이른바 ‘화이트칼라들’이 근무하는 사무직과 청소와 용역, 시설관리 등 어떻게 보면 궂은일을 수행하는 ‘블루칼라’ 직종이 있습니다.

이 두 직종은 임금 등 교섭을 따로 하는 게 맞는 걸까요. 한꺼번에 같이 하는 게 맞는 걸까요.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서울대학교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해방 이듬해인 1946년 국립대학교로 개교한 서울대는 진통 끝에 지난 2011년 법인으로 전환했고 상시 약 7천100여명의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서울대는 사회 흐름에 따라 지난해 3월 청소·경비직 용역근로자 440명을, 지난해 4월에는 기계·전기·소방·통신직 용역근로자 144명을 시설관리직으로 직접 고용했습니다.

그리고 서울대와 단체교섭에 나서게 된 이들 시설관리직 노조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교섭단위에서 시설관리직종을 분리해야 한다”는 교섭단위 분리 결정 신청을 냈습니다.

쉽게 말해 같은 서울대 직접 고용 직원이어도 사무나 행정직원과는 하는 일도 근무시간이나 조건도 완전히 다르니 이들과 분리해 따로 교섭을 진행해야 한다는 신청입니다.

이에 서울노동위는 "시설관리직과 그 밖의 직종 간 현격한 근로조건 차이가 있고 고용형태에서도 차이가 존재하는 등 별도의 교섭단위로 분리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교섭단위 분리결정 신청을 인용했습니다.

서울대는 이에 불복해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했지만 기각을 당하자 소송을 냈습니다.

"자체 직원들의 고용형태 및 근로조건은 다양한데 시설관리직만 교섭단위를 분리하는 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형해화하는 것“이라는 게 서울대의 주장입니다.

말이 좀 어려운데 쉽게 말해 직군이 다양한데 시설관리직만 따로 단체교섭에 응하도록 할 이유도 근거도 없다는 주장입니다.

법원(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 홍순욱 부장판사) 판결이 오늘 나왔는데 법원은 학교 행정·사무직과 시설관리직 교섭단체 분리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먼저 “행정·사무직원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주40시간 근무하지만 시설관리직은 업무 특성상 청소직은 오전 6시 30분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경비·기계·전기직은 24시간 교대근무를 하는 등 근로 시간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1인당 연평균 급여도 시설관리직원이 행정·사무직원에 비해 현저히 낮고 시설관리직원은 일률적으로 복지혜택을 적용받지 못한다”는 점도 아울러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에 “임금수준이나 복지혜택 등 근로조건에서 현격한 차이가 나는 만큼 행정·사무직과 시설관리직이 직종별로 단체교섭을 분리해서 하는 게 맞다”는 취지로 판시했습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사무직과 시설관리직을 묶어서 교섭창구 단일화를 강제하면 단체교섭 우선순위 등을 둘러싸고 노노 갈등을 유발하고 불필요한 교섭 장기화를 야기할 우려가 크다”는 점도 분명히 강조했습니다.

오늘 판결을 보며 지난 달 9일 사망한 67세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건이 떠올랐습니다.

구치소 수감자 수용시설보다도 좁은 1인당 1.17㎡ 에어컨도 창문도 없는 ‘휴게 공간’에서 폭염 경보가 내려진 낮 12시 30분경 사망한 60대 청소 노동자.

이와 관련 서울대 수의학과 우희종 교수는 지난 달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소리’를 남겼습니다.

“서울대 노동자들의 환경과 공간 부족은 어디에서 올까 솔직한 대답은 대학본부나 각 단과대가 아닌 기본적으로 교수 갑질에 의한다.”

“학내 구성원들에 대한 배려와 ‘함께’ 라는 마음보다는 교수가 왕이고 교수 공간도 부족하다는 태도, 대학 운영에 기여하는 연구 간접비를 많이 내는 나에게 공간을 더 달라는 태도.”

“서울대 교수 중에 (교수직이) 자기 혼자 힘으로 얻은 위치와 환경이라고 착각하는 자들이 너무 많은 탓이다”고 꼬집으며 서울대 교수 사회에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보수화된 교수집단”, “각자도생 문화”. 우희종 교수가 본 서울대 교수사회의 모습입니다.

최고의 대학을 나와 박사학위를 취득한 교수들은 논외로 하고 행정·사무직과 청소·경비·기계 같은 시설관리직에게 똑같은 월급, 똑같은 혜택을 줘야한다는 소리는 아닙니다.

다만, 하는 일도 다르고 근무 환경도, 받는 돈도, 대우도 다르니 단체교섭을 별도로 해달라는 요구가 뭐가 그리 문제가 있고 부당하다 여겨서 서울지노위, 중노위 결정에도 불복하고 소송까지 냈는지는 쉬이 이해가 가진 않습니다.

행정법원에서 패소 판결까지 받은 마당에 서울대의 전향적인 결정을 바라보겠습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유재광 기자 jaegoang-yu@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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