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개특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골자 선거법 개정안 의결
장제원 의원 "민주당 정치적 뒷거래... 민주주의 운운할 자격 상실"
1988년 장성만 국회부의장 소선거구제 도입 선거법 '날치기' 사회

[법률방송뉴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활동 종료를 이틀 앞둔 오늘(29일) 국회의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날치기 폭거’가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앵커 브리핑’, ‘날치기의 역사’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정개특위는 오늘 오전 10시 전체회의를 열어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대표발의한 선거법 개정안을 재석 위원 19명 가운데 찬성 11명으로 의결했습니다.

해당 개정안은 민주당과 정의당, 민주평화당, 바른미래당 등 여야 4당이 합의한 안입니다. 한국당 의원 7명과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은 표결처리에 반발하면서 기권했습니다. 

의결된 개정안은 현행대로 의원 수를 300명으로 유지하되 지역구 225명, 비례대표 의원을 75명으로 배분했습니다. 지역구 의석은 28석 줄고 그만큼 비례대표 의석은 늘어납니다.

현행 소선구제의 승자독식 폐해를 줄여 국회의원 선거의 대표성과 비례성을 담보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개정안엔 또 현행 만 19세 이상인 선거 연령을 만 18세로 하향 조정하는 내용 등도 담겼습니다.  

한국당은 이같은 내용의 선거법 개정안을 홍영표 정개특위 위원장이 표결에 부치려 하자 “망나니 같은 짓”이라는 원색적 표현까지 쏟아내며 극렬하게 반발했습니다.

정개특위 한국당 간사인 장제원 의원은 “또 날치기를 하려하나. 패스트트랙 날치기, 소위원회 날치기, 안전조정위원회 날치기에 이어 민주당이 4번째 날치기를 하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럼에도 홍영표 위원장이 표결을 강행하자 한국당 의원들은 고성을 지르며 항의했고, 장제원 의원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도 없이 이렇게 잔인하게 밀어붙일 이유가 있는가“라고 거듭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홍영표 위원장이 가결을 선포한 뒤에도 한국당 의원들은 한참을 더 항의하다 퇴장했습니다.

앞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선거법 개정안 강행처리에 대해 “조국 정국 전환을 위해 여당이 드디어 선거법 날치기 카드까지 들고 나왔다”며 “정치 공작이자 의회민주주의 무력화”라고 쏘아부쳤습니다.

장제원 의원도 “민주당은 삼권 분립의 한 축인 입법부 구성 룰마저 정치적 뒷거래를 위해 바꿔먹었으니 더 이상 민주주의를 운운할 자격을 상실했다”고 민주당을 성토했습니다.

잠시 시계를 31년 전인 1988년 3월 8일 새벽 국회 본회의장으로 돌려보겠습니다.

1988년 4월 26일 13대 국회의원 선거를 한 달 보름여 앞두고 민정당은 야당을 배제하고 선거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합니다. 한국당의 표현을 쓰자면 선거법을 ‘날치기’ 한 겁니다.

개정안 내용은 기존 한 선거구에서 2명의 지역구 의원을 뽑는 중선거구제에서 지역구 한 곳에서 한 명의 국회의원을 뽑는 현행 소선거구제로의 전환이 골자였습니다.

당시 노태우-김영삼-김대중, 세 사람은 큰 틀에서 소선구제 전환에는 합의한 상태였지만 선거운동 방법과 비례대표 배분 방식 등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었습니다.

여와 야만 바꾸면 기시감이 느껴질 정도로 지금과 똑같은 상황입니다. 

그런데 1988년 당시 선거법 본회의 날치기 사회를 본 사람은 장성만 국회부의장, 바로 장제원 의원의 아버지입니다.  

이제 장성만 부의장의 아들 장제원 의원이 민주당에 대해 ‘날치기’라며 ‘잔인하다’, ‘민주주의를 운운할 자격을 상실했다’고 외치는 걸 보니 역사의 아이러니가 느껴집니다.  

사실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선거법 개정은 쿠데타 세력들이 임의로 개정하거나 여야 합의로 처리된 경우가 사실상 없는 말 그대로 ‘날치기 흑역사’였습니다.

그렇게 1988년 도입된 소선구제는 그동안 지역주의 강화와 승자독식에 따른 여러 부작용과 폐해에도 제1당과 제2당, 거대 양당의 암묵적 야합 속에 질기게 생명을 유지해 왔습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 도입 등의 내용이 담긴 선거법 개정안이 그런 폐해를 해소할 수 있을지는 여기서 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개정안에 따라 지난 20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를 시뮬레이션 하면 민주당은 16석, 한국당은 13석 감소. 반면 국민의당은 22석, 정의당은 8석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민주당 의석수가 가장 많이 빠지는, 민주당으로선 적어도 ‘남는 장사’는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선거법 개정안이 정개특위를 통과하긴 했지만 실제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한국당 여상규 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법사위와 본회의 표결이라는 두 개의 큰 산을 더 넘어야 합니다.

지역구가 줄어드는 등 의원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걸려있어 실제 내년 4월 총선 후보자 등록 전까지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국회의원 개인의 사익이나 정파의 이익이 아닌 국민을 위한 정도를 가길 바랄 뿐입니다. ‘앵커 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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