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기간제 교사들 '순직공무원' 인정 못 받아 인권위 “기간제 교사도 공무원연금법 적용 권고" 인사혁신처 "업무 '연속성' 없어 공무원 인정 안돼"

 

 

[유재광 앵커] 인사혁신처가 어제 순직공무원 유족에 대한 연금을 대폭 올려주겠다고 발표습니다. 'LAW 인사이드', 관련해서 오늘은 세월호에서 숨진 기간제 교사들 얘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박가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박 기자, 우선 세월호 순직 교사 얘기부터 해보죠.

지난 23일, 세월호 순직교사들을 ‘순직군경’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죠. 군경이면 군인과 경찰인데 교사들이 어떻게 순직군경 판단을 받았는지 먼저 이 부분부터 간략히 설명해 주시죠.

[기자] 네, 국가유공자법은 "순직군경이 되려면 직무 자체의 목적이 국가의 수호 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 재산을 보호하는데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군인이나 경찰, 소방관 등이 이에 해당하는데요.

유족들은 "교사들이 목숨을 바쳐 학생들을 구조했고 이는 실질적으로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군경의 역할을 수행하다 숨진 것"이라는 취지로 소송을 냈습니다.

 

[앵커] 실제 최혜정 교사 등은 탈출과 구조가 비교적 더 용이한 5층에 있었지만 학생들이 있는 4층으로 내려갔지요?

[기자] 네, 최 교사는 "너희들 내가 책임질 테니까 다 갑판으로 올라가"라고 말하며 학생들을 대피시키고 구조했지만, 정작 본인은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졌습니다.

법원도 이런 점을 인정해 세월호 교사들에 대해 순직군경 판정을 내린 겁니다.

 

[앵커] 본격적으로 기간제 교사들 얘기를 해볼까요.

세월호에서 학생들을 구조하다 숨진 기간제 교사가 두 분 있죠. 김초원, 이지혜 교사. 이 두 교사는 지금 어떻게 돼 있나요.

[기자] 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두 교사 다 순직군경은커녕 순직공무원으로도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순직' 자체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건데요, ‘순직’이란 개념은 '공무원'에게만 붙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법적으로 공무원이 아니니 순직이고 뭐고 인정할 수 없다, 이런 겁니다.

 

[앵커] 기간제 교사도 교사고, 교사면 공무원 아닌가요.

[기자] 네 그래야 상식적일 것 같지만 그렇지가 않습니다. 

기간제 교원은 '교육계 비정규직 교사'인데요, 2016년 4월 기준으로 우리나라 기간제 교원 수는 총 4만 6천600여 명이나 됩니다.

이들의 경우 일정 계약기간이 존재하는데요, 통상 정교원이 연수나 출산 등의 이유로 잠시 휴직을 했을 때 그 기간만큼 계약을 해서 학교에서 교사 업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짧게는 한 달만 계약을 하는 경우도 있고 기본적으로는 1년 미만으로 계약을 한다고 합니다. 연장은 최대 3년 더 할 수 있긴 합니다.

임금이나 복지 등은 정교원과 별반 차이가 없고, 담임을 맡는 등 학교 내 교사 활동 영역도 정교원과 거의 동일합니다. 또 본인이 원하면 계약기간 동안 적용되는 ‘공무원증’도 발급됩니다.

 

[앵커] 수행하는 업무도 거의 똑같고 임금이나 처우도 비슷하고 공무원증까지 발급되는데도 공무원이 아니라는 건데, '공무원증까지 나오는데 공무원이 아니다' '살아서는 공무원증을 받았는데 죽어서는 공무원이 아니다', 이건 도대체 어떻게 해서 이렇게 되는 겁니까.

[기자] 예, 순직공무원 인정 여부는 공무원의 인사나 복무, 연금 등에 대한 사무를 관장하는 인사혁신처에서 담당하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이 인사혁신처가 바로 어제(25일) 순직공무원 유족에 대한 연금을 대폭 상향한다고 발표하면서 세월호 참사로 숨진 기간제 여교사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콕 찍어 밝혔습니다.

법적으로 기간제 교원은 교육공무원 범주에 포함돼 있지 않아 해주고 싶어도 해줄 수 없다는 건데, 인사혁신처는 교육부에서 관련 법을 정비하는 등 좀 정리해줬으면 좋겠다고 공을 교육부로 넘겼습니다.

 

[앵커] 교육부는 이에 대해 뭐라던가요.

[기자] 교육부 반응은 한마디로 '우리 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냐'입니다. 대법원에서 정확하게 '기간제 교원을 교육공무원이다, 아니다'라고 명확히 판단을 내려준 게 없는데, 법에 근거는 없는 상태에서 임의로 '기간제 교사도 공무원이다', 이렇게 할 수 없다는 겁니다.

 

[앵커] 돈이 문제라면 정년이 보장되는 정교원까지는 아니어도 기간제 계약 기간 만이라도 공무원으로 인정해주도록 법을 바꾸면 되는 거 아닌가요. 어차피 나가는 돈도 하는 일도 같은데.

관련해서 인권위에서 공무원연금법 시행령을 근거로 '기간제 교사도 순직을 인정받을 수 있게 하라'고 권고했다는데, 이 내용 좀 전해주시죠.

[기자] 네, 공무원연금법 시행령 제2조 4항에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직원으로 수행 업무의 계속성과 매월 정액의 보수 지급 여부 등을 고려해 인사혁신처장이 인정하는 사람'도 공무원연금법 적용을 받을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인권위는 이 조항을 근거로 기간제 교사도 담임을 맡는 등 일정 기간 업무를 계속했기 때문에 수행업무의 연속성이 있다고 보고, 인사혁신처장이 세월호 기간제 교사들을 공무원연금법 적용 대상자로, 즉 공무원 신분으로 만들어 주면 된다는 겁니다.

 

[앵커] 그렇게 하면 될 거 같은데 인사혁신처는 뭐라던가요?

[기자] 네, 정확하게 ‘불가’ 입장입니다.

여러 이유를 들고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인사혁신처는 일단 인권위가 '직원으로서 수행업무의 계속성' 법리를 오해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여기서 계속성은 업무의 계속성이 아니라 직원으로서 계속성, 그러니까 업무가 아니라 교육공무원이라는 신분상 계속성을 말한다는 겁니다.

말이 어려운데 쉽게 얘기하면 기간제는 계약직이다, 계약직은 정년이 없다. 즉 교원으로서 계속성이 없다는 겁니다.

 

[앵커] 인사혁신처 관계자 말 한 번 들어볼까요.

[인사혁신처 관계자]

"이 연금법에서 나열하고 있는, 의미를 갖고 있는 ‘계속성’과 ‘상시성’은 교원의 어떤 ‘신분’이에요. 신분, 신분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요, 그래서 그 사람이 (교원) 업무를 보고 안 보고 이런 거는 별개의 문제고, 신분적으로 계속 지속적으로 5년이고 10년이고 15년이고 쭉 근무를 하면 ‘상시성’을 갖고 있다고 보는 거죠."

[기자] 한마디로 '기간제는 5년 10년 계속 있는 게 아니니까, 기간제 교사는 교원이지만 공무원은 아니다. 그래서 공무원 연금도, 순직 인정도 안된다' 뭐 이런 겁니다.

 

[앵커] 계약직이어서 비정규직이어서 공무원 인정을 못 받으니까, 업무 연속성을 근거로 공무원으로 좀 인정해 주라, 이게 인권위 권고 취지인데 인사혁신처는 계약직이어서 비정규직이어서 공무원 아니다, 이런 순환논리로 거부하고 있는 모양새네요. 듣고 보니까.

그럼 이거 뭐 어떻게 해야 하나요.

[기자] 네, 지금 유일한 방법은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지난해 6월 대표발의한 ‘세월호 참사 피해 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통과되는 겁니다. 법안을 발의한 박주민 의원의 말을 한번 들어보시죠.

[박주민 의원 / 더불어민주당]

"정말 백보 양보해서 살아 있었을 때 처우는 좀 차별이 있을 수 있다고 봅시다, 그게 타당한 건 전혀 아니지만. 그런데 같은 일을 하다가 사망했는데 사망 후의 처우에 있어서까지 달라야 할 필요가 있는지, 저는 그 부분에 있어선 수긍하기 어렵거든요. 그래서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정부부처의 태도는 제가 보기엔 합리적인 것도 아니고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국가의 어떤 의무와 역할에 비춰봤을 때도 타당하지도 않아요. 그래서 입법적인 개선을 통해서라도 이 부분 보완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구구절절 틀린 말은 없는 것 같은데, 이런 법도 1년 넘게 국회 상임위 문턱조차 못넘고 있는 현실이 참 씁쓸합니다.

요새 대선 후보들 너도나도 비정규직 차별 문제 해소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당선 후에 이 문제 어떻게 처리하는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겠습니다. 수고했습니다.

'LAW 인사이드' 박가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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