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사실로 명예훼손"... 이석기, 조선일보 등 상대 위자료 소송 최종 패소
법원 "보도 내용 지엽적 부분, 이석기 사회적 평가 저하된 정도 크지 않아"

[법률방송뉴스] 이석기(57)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자신을 “간첩”이라고 지칭해 보도한 조선일보와 TV조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최종 패소했습니다. ‘앵커 브리핑’입니다.

이른바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은 2013년 8월 28일 국정원이 이석기 의원 등 당시 통합진보당 간부들이 내란음모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있다며 이들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일명 'RO'라는 지하혁명조직을 통해 국가 전복을 획책했다는 내용입니다.

관련해서 TV조선 등은 2013년 9월 초 내란 선동 등 혐의로 구속된 이석기 전 의원에 대해 “북한을 위해 간첩 활동을 한 것으로 봐야 한다”, “이석기 의원이 아들에게 주체사상을 철저히 공부하라고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등의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이에 이 전 의원은 "허위사실 적시로 명예를 훼손했다"면서 TV조선과 조선일보 등 9명을 상대로 위자료 1억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아무 근거나 구체적 정황 뒷받침이 없고, 별다른 사실 확인 노력도 없이 보도를 했다"는 것이 이석기 전 의원의 주장입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 전 의원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판결 내용은 이렇습니다.

"방송·보도 내용으로 이 전 이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가 저하될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 현저히 상당성을 잃었다고 보긴 어렵다."

"보도 당시 이 전 의원은 현역 국회의원으로 가치관·세계관까지 국민의 건전한 감시와 비판 대상이었다."

"국회의원의 신성한 의무를 근원적으로 저버리는 내용의 혐의로 수사를 받는 상황이라면, 관련 보도는 언론 본연의 기능인 감시·비판·견제를 다할 수 있게 폭넓게 보장돼야 한다."

"범죄 내용이 국회의원이 저질렀다고 도저히 믿기 어려울 정도로 충격적이고 사안이 매우 중대해 각종 의혹을 신속 보도해야 할 공익상 필요가 컸다."

"이미 혐의 내용으로 평가가 저하됐었고, 보도 내용은 지엽적인 부분이어서 추가로 평가 저하된 정도가 크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1·2심 재판부 판단입니다.

대법원(2부 주심 노정희 대법관)도 오늘 “원심 판결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습니다.

이석기 전 의원은 애초 국정원에서 ‘프레이밍’하고 ‘네이밍’했던 ‘내란음모’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 받았고그렇게 떠들썩했던 'RO'도 실체가 없는 것으로 결론 났습니다.

이 전 의원은 다만 뇌란선동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9년에 자격정지 7년 형을 확정 받고 현재 복역 중입니다.

그리고 지난해 5월 공개된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문건에는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이 ‘청와대 협조사례’로 적시돼 있습니다.

관련해서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국정원이 통진당 간부들 압수수색에 나선 2013년 8월 28일부터 이석기 당시 의원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이 의결된 9월 4일까지 1주일간 ‘이석기’, ‘간첩’, ‘북한연계’를 키워드로 작성된 기사는 최소 610건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선일보나 TV조선뿐 아니라 도하 사실상 거의 모든 언론이 이석기 전 의원을 간첩과 연계하는 기사를 양산한 겁니다.

이에 대해 김재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당시 상황에 대해 “사실 여부를 바로잡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양이 많았다”고 회고한 바 있습니다.

"24시간 내내 뉴스채널 같은 곳에서 ‘통진당 이석기’ 관련 내용이 쏟아지는데 ‘팩트 체크’를 할 겨를조차 없을 정도로 양이 방대했고 출처는 대부분 불분명 했다.“

"몇 달의 시간이 흐르고 난 뒤 재판 과정에서 언론보도를 통해 흘러나온 얘기들은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음에도 책임을 물을 수가 없었다“는 게 김재연 전 의원의 말입니다.

김 전 의원은 그러면서 “나를 종북, RO 성원으로 낙인찍은 게 분명한 명예훼손임에도 언론은 처벌받지 않아도 되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나는 마녀사냥의 먹잇감으로 전락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석기 전 의원이나 통진당의 행태를 두둔하거나 비호할 의도는 없습니다. 다만 당사자에 확인도 없이 ‘모두가 써대니 나도 써도 되겠지’ 식으로 경쟁적으로 기사를 쏟아내는 언론의 보도 행태는 분명히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더불어 ‘이미 사회적 평가가 저하됐으니 거기서 더 저하돼봐야 큰 차이가 없다’는 식으로도 읽힐 수 있는 이번 법원 판결도 한번쯤 생각해 봐야하지 않나 싶습니다. ‘앵커 브리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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