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 “헤어디자이너 업무 자율, 근로자 아닌 개인사업자”
법률구조공단 "매장에서 다리 못 꼬게 하는 등 업무 감독"
법원 “고정급 아닌 성과급이라 해도 '임금'... 근로자 맞다"

[법률방송뉴스=유재광 앵커] 미용실과 업무위탁계약을 맺고 근무한 미용사는 근로자일까요, 개인사업자일까요. ‘법률구조공단 사용설명서’, 오늘(20일)은 헤어디자이너의 ‘근로자성’에 대보겠습니다. 이게 어떤 얘기인가요.

▲신새아 기자=서울 강남에 위치한 국내 유명 브랜드 P 미용실에서 10년 가까이 일한 이모씨 사연입니다. 이씨는 지난 2006년부터 2009년까지는 이른바 ‘스텝’으로 일하면서 경험을 쌓았고요.

2010년 1월 스텝에서 헤어디자이너로 승격이 된 이씨는 1년 5개월 간 정해진 액수를 받는 ‘월급제’ 헤어디자이너로 일했습니다.

이후 2011년 6월 매출액에 비례해 수당을 받는 ‘배분제’ 헤어디자이너로 승격해 2015년 9월까지 약 4년간 근무하다 미용실을 나왔는데 문제는 미용실 측에서 퇴직금을 한 푼도 지급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유재광 앵커= 10년 동안 일했다는데 미용실에선 뭐라면서 퇴직금을 안 준 건가요.

▲신새아 기자= 헤어디자이너는 근로자가 아니라는 게 미용실의 주장입니다. 이씨와 계약도 근로계약이 아닌 업무위탁계약을 맺었고, 이씨가 매출액에 비례해 수당을 받아 간 만큼 개인사업자로 봐야 한다는 건데요.

이에 이씨는 법률구조공단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고 공단은 이씨를 도와 퇴직금 2천78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퇴직금 청구소송을 냈습니다.

▲유재광 앵커= 재판에서 미용실 측은 뭐라고 주장했나요.

▲신새아 기자= 재판에선 이씨가 미용실의 지시·감독을 받는 근로자인지 여부가 쟁점이 됐는데요. 일단 퇴직금 청구 소멸시효는 3년으로 퇴직한 날로부터 3년 이내에 퇴직금을 청구해야 합니다.

미용실은 이에 원고가 스텝으로서 일했던 기간은 지시·감독을 받는 근로자로 인정할 수 있지만 스텝 기간이 종료된 2009년으로부터 3년이 훨씬 지나 퇴직금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주장을 했고요.

퇴직금 소멸시효가 살아있는 배분제 헤어디자이너로 일한 데 대해선 앞서 언급했듯 근로계약서가 아닌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한 점, 고정 급여를 제공한 것이 아니라 수입 배분 정산금을 지급해 온 점.

그리고 실제 경력 헤어디자이너들을 별도의 사업자로 등록하여 사업소득신고를 해 온 점 등을 들어 이씨를 포함한 헤어디자이너들은 근로자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미용실 측은 또 미용시술이나 할인행사, 마케팅 등 업무 수행에 있어 경력 헤어디자이너들이 전적인 재량권을 가지고 있었다며 이씨가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라고 주장했습니다.

▲유재광 앵커= 나름 주장이 탄탄한데 공단 측은 뭐라고 맞섰나요.

▲신새아 기자= 네, 공단은 이씨와 미용실이 맺은 업무위탁계약이 내용에 있어선 실질적으론 고용계약에 해당하고 경력 헤어디자이너들도 실제로는 미용실의 업무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공단은 그 근거로 미용실 관리직원들이 헤어디자이너들의 출퇴근과 근무시간 등 근태를 관리한 점, 점심시간을 20분 이내로 제한한 점, 매장 내에서 다리를 꼬지 말라고 하는 등 각종 규칙을 만들어 위반 시 벌금을 부과하고 신규고객 배정 순번에서 제외한 점 등을 들었는데요.

미용실은 헤어디자이너들이 전권을 갖고 자율적으로 일했다고 하지만 공단은 그게 아니고 미용실이 근태를 매우 철저하게 관리하며 사실상 강제력을 행사했다고 반박했습니다.

▲유재광 앵커= 법원 판결은 어떻게 나왔나요.

▲신새아 기자= 네, 공단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 전부승소로 판결했습니다.

"헤어디자이너도 근로의 대가인 임금을 받을 목적으로 미용실에 대해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입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지급받는 보수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아니라 매출액에 의해 정해지는 성과급이라 해도 근로의 대가인 임금의 성격이 부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유재광 앵커= 이게 이씨 같은 경우에 처한 사람이 한둘이 아닐 것 같은데요.

▲신새아 기자= 네, 미용업 종사자수가 2017년 기준으로 16만명을 넘어섰다고 하는데요.

미용실에서 주입한 측면도 있고 보통 월급을 인센티브 형식으로 급여를 받다 보니까 본인들이 근로자가 아닌 프리랜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서 퇴직금 미지급 등 부당한 일을 당해도 모르고 그냥 지나가고 알고도 그냥 포기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해당 여부는 업무위탁이나 도급계약 등 계약의 형식이 아니라 그 실질에 있다며 지시·감독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다면 근로자에 해당하는 만큼 적극적으로 권리를 행사하고 찾아야 한다는 것이 이번 소송을 수행한 강상용 변호사의 조언입니다.

▲유재광 앵커= 이게 미용실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닐 텐데 그게 뭐든 갑질은 근절됐으면 하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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