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 커피점 알바, 사장 등 '강제추행' 혐의 고소
“무고할 이유 없어”... 1심,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항소심 "성범죄 피해, 진술 신빙성 엄격하게 판단해야"

[법률방송뉴스] 통상 성추행 등 성범죄의 경우 피해자 진술이 일관될 경우 다른 증거가 없어도 유죄로 선고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강제추행 피해자를 자처한 여성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됨에도 1심 유죄 판결을 뒤집고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어떻게 봐야 하는지 '심층 리포트', 김태현 기자입니다.

[리포트]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36살 조모씨는 2017년 8월 아르바이트를 하던 20대 여성을 두 차례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비슷한 시기 조씨는 이 여성을 해고하는 과정에서 말다툼을 벌이다 멱살을 잡고 밀친 혐의도 함께 받았습니다. 

1심은 조씨의 강제추행 혐의 등을 유죄로 판단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고 명확하며, 피해자가 무고로 처벌받을 위험을 감수하고 허위사실을 가공해 조씨를 모함한다는 것은 상식과 경험칙에 반한다"는 게 1심 재판부 판단입니다.

당하지도 않은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할 이유가 없으니 강제추행이 있었다는 판결입니다. 

이에 재판부는 징역형의 집행을 유예하며 조씨에게 보호관찰과 200시간 사회봉사, 40시간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 등을 함께 명령했습니다.

은밀하게 벌어지는 성범죄 특성상 피해 여성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될 경우 다른 물적 증거가 없어도 유죄를 선고하는 법원 경향에 따른 판결입니다.

[윤수경 변호사 / 법무법인 게이트]
“사실 성범죄 사건 같은 경우에는 증거가 그러니까 객관적인 증거가 없는 경우들이 좀 많이 있어요. 예를 들어서 굉장히 둘만의 공간에서 벌어진 일들이 많잖아요. 때문에 성범죄에 있어서는 피해자의 진술에 굉장히 무게를 두고 보는 것 같아요 법원에서도...”

하지만 1심 재판부의 유죄 판단은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180도 뒤집혔습니다.

수원지법 형사8부(송승우 부장판사)는 강제추행과 폭행 혐의로 기소된 조씨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깨고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고 오늘 밝혔습니다. 

"피해자가 강제추행과 폭행을 문제 삼은 시점과 경위, 합의를 시도한 정황 등에 비춰보면 피해자의 진술은 상당 부분 과장되거나 왜곡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2심 재판부 판결입니다. 

재판부는 조씨가 아르바이트 여성에게 “일을 나오지 말라”고 하자 여성이 “절대로 가만두지 않겠다”고 말한 점, 조씨에 대해 합의와 정신적 피해 배상을 요구한 점, 조씨가 이를 거절하자 비로소 수사기관에 강제추행과 폭행에 대해 진술한 점 등을 감안해 이같이 판결했습니다.  

무엇보다 피해자의 교통카드 이용내역을 조사한 결과 첫 번째 강제추행을 당했다는 시점에 피해자와 조씨가 함께 있지도 않았다는 점이 무죄 선고에 결정적 이유로 작용했습니다.

재판부는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일 경우에는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과 합리성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성범죄를 문제 삼는 과정에 보인 태도 등을 두루 고려해 진술의 신빙성을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강신업 변호사 / 법무법인 하나]
“사실은 실제 있던 사건과는 다르게 뭔가 좀 조작을 한다든지 내지는 과장을 한다든지 뭔가 의심할만한 정황이 있다면 ‘그 피해자의 진술만을 유죄의 증거로 삼기는 어렵다’ 라고 법원이 판단한 것이고...”

오늘 판결은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과 구체성을 유무죄의 선고 주요 근거로 삼는 성범죄 재판에서 ‘의심스러운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형사재판의 대원칙을 충실히 고려한 판결이라는 평가입니다.

법률방송 김태현입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