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해외 비자금 뒷조사 기소 적절한지 의문"... 법원, 국세청 전 차장 '국고손실' 무죄
"DJ 해외 비자금 뒷조사 기소 적절한지 의문"... 법원, 국세청 전 차장 '국고손실' 무죄
  • 유재광 기자
  • 승인 2019.08.16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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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혐의를 입증할 증거 없다"
검찰 "DJ 뒷조사 불법성 인정하면서도 무죄, 수긍할 수 없다"

[법률방송뉴스] 이명박 정부 시절 당시 국정원과 공모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해외 비자금 뒷조사에 국고를 손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윤준 전 국세청 차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습니다. ‘앵커 브리핑’입니다.

박 전 차장은 국세청 국세조세관리관으로 근무하던 2010년 5월부터 2012년 3월까지 이현동 전 국세청장의 지시를 받고 김 전 대통령 뒷조사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풍문으로 떠돌던 DJ 해외 비자금 추적에 대북 공작에 써야할 국정원 자금 4억1천500만원과 4만7천 달러를 낭비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 등 손실’ 혐의입니다.

앞서 검찰은 지난 6월 28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박윤준 전 차장이 정치인 뒷조사가 국정원 업무 범위 밖이라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뒷조사에 관여했다”며 징역 2년을 구형했습니다.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송인권 부장판사)는 그러나 오늘 “박 전 차장이 적극적으로 범행에 가담했다고 볼 근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일단 특가법은 국고 등 손실죄를 ‘국가의 회계사무를 집행하는 자 또는 보조자가 횡령죄와 배임죄를 지었을 때 이 죄가 적용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신분범에 해당하는 건데 박 전 차장은 재판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회계관계직원 책임에 관한 법률’상 회계책임자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원 전 원장과 국고 손실 위반죄 공범이 성립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쉽게 말해 원세훈 전 원장이 국정원 책임자였긴 하지만 관련 법상 회계 책임자는 아니어서 원 전 원장이 특가법상 국고 손실죄의 주체 차제가 될 수 없고, 주범이 성립 안 하는데 자신이 국고 손실 공범이 될 수는 애초 없다는 주장입니다.

국정원 자금을 썼네 마네 하는 사실이 아니라 이른바 ‘법리’를 파고든 건데 1심은 박 전 차장 측 주장을 받아들여 국고 손실을 무죄로 판결한 겁니다.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회계관계책임법에는 소속 공무원에게 위임하지 않고 직접 처리할 경우에 지방자치단체장이 회계직원에 해당된다고 보고 있다."

"이는 국정원장에게도 적용되는데 국정원장이 회계책임자인 기조실장에게 회계 관련 업무를 위임하고 보고 받았다. 따라서 국정원장이 회계책임자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1심 재판부 판단입니다.

사건의 실체적 측면에서도 재판부는 박 전 차장이 관련 공작의 배경이나 내용, 자금 출처나 국고가 낭비되고 있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인은 국정원이 한정한 정보만으로 관련 사건에 수동적으로 임했고 국정원 내부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없는 외부자 지위에 있었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 전 원장의 정치적 의도를 인지해 업무상 횡령으로 인지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입니다.

박 전 차장에게 국정원 협조를 지시한 이현동 전 국세처장도 같은 혐의로 기소됐지만 비슷한 취지로 지난해 8월 국고 손실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바 있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국정원장은 법적으로 타 기관에 협조를 요청할 수 있고 국세청장은 국정원장 협조 요청을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관련해서 박 전 차장 재판부는 오늘 판결 말미에 “ 자금 인출에 관련된 국정원 직원 중 직접 해외에 전달한 직원이 있는데 이런 내부자 기소가 안 된 마당에 외부자인 박윤준 전 차장을 기소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이례적으로 검찰의 기소 자체를 문제 삼았습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국정원 활동의 불법성을 인정하면서도 박 전 차장과 국정원 관계자와의 공모관계 및 범의가 인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법원 판단을 수긍하기 어렵다"며 즉각 항소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정원이 헛발질을 하긴 했지만 왜 애먼 전 국세청장과 차장을 끼워넣기로 기소했느냐는 핀잔을 법원이 검찰에 대놓고 한 것인데요.

전직 대통령에 대한 ‘뜬구름잡기’ 식 뒷조사에 수억원의 국가예산을 낭비했지만 국정원장은 ‘국가회계직원’이 아니어서 국고 손실 공범이 애초 성립하지 않는다는 법원의 잇따른 판결.

검찰이 정말 특가법상 국고 손실 성립 ‘법리’도 모르고 재판부 말마따나 ‘적절한지 의문’인 기소를 한 걸까요. 법원이 ‘법리’에 매몰돼 상식과 동떨어진 판결을 한 걸까요. 2심을 지켜보겠습니다. ‘앵커 브리핑’이었습니다.

 

유재광 기자 jaegoang-yu@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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