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변호사 잘못으로 소송위임 해지됐어도 소송비용 변호사 줘야"

[법률방송뉴스] 재판에서 이기면 성공보수를 받되 패소하면 소송비용을 변호사가 전부 부담하는 걸로 소송 위임 계약을 했습니다. 그런데 중간에서 변호사 잘못으로 소송 위임이 해지됐습니다.

이 경우 소송에 들어간 이른바 ‘실비’는 누구 부담일까요.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이 모 변호사는 2012년 3월 지방의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아파트 분양사들을 상대로 아파트 하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위임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재판에서 지면 소송비용을 이 변호사가 모두 부담하되 이기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소송비용은 물론 성공보수까지 지급하는 걸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또 입주자대표회의가 정당한 이유 없이 변호사 위임계약을 해지할 경우에도 승소한 것과 동일하게 간주하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그러나 입주자대표회의는 변호사 선임 2개월만인 2013년 5월 이 변호사의 업무 태만 등을 이유로 변호사 선임 계약을 해지했습니다. 변호사비는 물론 한 푼도 주지 않았습니다.

이에 이 변호사는 아파트 하자진단비 3천300만원 등 소송비용 3천584만원과 성공보수금 1억6천260만원, 여기에 입주자대표회의가 빌려간 1억원을 갚으라며 소송을 냈습니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을 해지했으니 승소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것이 이 변호사의 주장입니다.

1심은 이 변호사 손을 들어줘 소송비용 3천584만원 및 빌려 간 1억원을 갚으라고 판결했습니다.

"이 변호사가 위임계약에 반해 소송수행을 현저히 게을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1심 재판부 판단입니다.

1심은 다만 성공보수금에 대해선 입주자대표회의가 아파트 하자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 확정 판결을 받은 게 아니므로 지급 의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판시했습니다.

반면 2심은 입주자대표회의 손을 들어줘 성공보수금은 물론 소송비용도 안 갚아도 된다고 판결했습다.

"이 변호사가 아파트에 관한 세대전수 하자 조사를 게을리해 입주자대표회의가 위임계약을 정당하게 해지했다"는 것이 2심 재판부 판단입니다.

다만 2심은 입주자대표회의가 빌려간 1억원은 이자를 쳐서 갚으라고 판결했습니다.

대법원 판결이 나왔는데 대법원은 2심 판결을 다시 뒤집고 소송비용을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다시 돌려보냈습니다.

일단 우리 민법은 '수임인이 위임사무 처리를 위해 지출한 필요비는 위임인에게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 규정에 따라 "소송 위임계약이 이 변호사의 귀책 사유로 해지됐더라도 이씨가 처리한 위임사무가 입주자대표회의에도 상당한 이익이 된 경우에는 민법 규정에 따라 입주자대표회의가 그 비용을 상환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단입니다.

변호사 잘못으로 소송 위임계약이 해지되긴 했지만 어떤 변호사가 왔어도 아파트 하자진단비 등 소송에 필요한 실비는 어차피 들어가야 되니 이는 당사자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그나저나 재판에서 지면 소송비용도 본인이 부담하기로 계약한 변호사가 왜 업무를 태만히 해 불과 2달 만에 소송에서 잘렸는지, 소송을 맡은 변호사가 소송을 의뢰한 입주자대표회의에 왜 1억원이라는 거금을 꿔준 건지 궁금합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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