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열린 '세월호 보고 조작' 혐의 1심 재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유튜브 캡처
14일 열린 '세월호 보고 조작' 혐의 1심 재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유튜브 캡처

[법률방송뉴스]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방식 등을 조작해 국회에 제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권희 부장판사)는 14일 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김장수,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은 무죄가 선고됐다.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과정에서 세월호 상황 보고와 관련해 위증한 혐의로 기소된 윤전추 전 청와대 행정관은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앞서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징역 4년을, '화이트리스트' 사건으로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이 각각 선고됐고, 두 사건 모두 대법원에서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재판부는 "대통령이 사고 상황을 언제 처음 보고받았고, 적절한 조치를 했는지 등은 비서실장이던 피고인도 충분히 인지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비난받을 것을 인식해 '(사고 상황이) 11회 보고돼 대통령이 상황을 충분히 잘 파악하고 있었다'며 대통령이 제대로 보고받지 못한 상황을 감추려 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대통령이 사고 당일 보고를 정말 끊임없이 실시간으로 받아 상황을 제대로 파악했는지 상당한 의문이 든다"며 "이를 모두 고려하면 피고인이 '당시 대통령이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었다'고 국회에 낸 서면 답변은 허위 내용을 포함하고 있고, 피고인도 그러한 사정을 인식했다고 보이기 때문에 유죄"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양형 사유에 대해 "이번 범행은 세월호 사건이라는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청와대의 책임을 회피하고 국민을 기만하고자 한 것으로 보여 책임이 가볍지 않다"면서 "다만 피고인이 고령으로 건강이 좋지 못하고, 이미 다른 범행들로 실형을 선고받아 구속 재판을 받은 것은 유리한 정상"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에 대해서는 "대통령과의 최초 통화 시각에 대한 허위 조작 의도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힘들고, 문서 작성 시점에는 피고인이 공무원 신분이 아니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무죄 선고 이유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은 부하 직원에게 업무폰 통화 내역을 보여주면서 시각을 특정했고, 자신의 분 단위 행적에 대해 객관적인 증거를 일일이 밝히지 못하더라도 이는 기억의 한계일 수 있다"며 "최초로 이뤄진 10시 15분 통화가 허위라는 것을 인식하면서 알려줬다는 점에 대해 입증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또 "허위 공문서를 작성했다고 보려면 공무원이어야 하는데 당시 피고인은 공무원 신분을 상실한 상태였다"며 "공문서를 작성한 공무원들이 피고인의 지시를 받고 공모한 것이 아닌 이상 피고인에 대한 허위 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는 유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가 위기관리 컨트롤타워가 청와대라는 내용의 대통령 훈령(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무단 변경한 혐의(공용서류손상 등)로 재판에 넘겨진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에 대해서도 증거 부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책임자이던 국가안보실에서 위법한 방법으로 지침이 수정된 것은 인정되지만, 피고인이 공용서류 손상에 해당된다는 점을 알면서도 부하 직원들과 공모해 범행했다는 점은 증거가 부족하다"며 "피고인에게 보고된 보고서만으로는 지침을 어떻게 개정하겠다는 것인지 파악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세월호 책임론에서 비켜 있었으므로 굳이 범죄를 묵인할 이유도 없다"고 설명했다.

김관진 전 실장은 선고 후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말하고 법원을 떠났다.

이날 재판에 참석한 세월호 유족들은 김장수,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에게 무죄가 선고되자 재판부에 큰 소리로 항의하기도 했다. 이들은 "우리는 아직도 2014년에 살고 있다"며 오열했다.

검찰은 즉각 항소할 계획이다. 검찰은 "법원이 김장수,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의 공소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고의성은 부인했다"며 "특히 김관진 전 실장은 상세히 (지침 수정을) 보고받은 증거가 있는데도 무죄를 받았다"며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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