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 살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이 12일 제주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 후 호송차로 가던 중 시민들에게 머리채를 잡히고 있다. /연합뉴스
전 남편 살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이 12일 제주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 후 호송차로 가던 중 시민들에게 머리채를 잡히고 있다. /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고유정 사건을 재차 맡기로 했던 판사 출신 변호사가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결국 변론을 포기했다.

13일 노컷뉴스에 따르면 고유정 사건 변론을 맡은 A변호사는 이날 오전 소속 법무법인 내부 단톡방에 글을 올려 고유정 사건을 포기하기로 했다는 의사를 밝혔다. 소속 법무법인에도 나오지 않기로 했다.

이 글에서 A 변호사는 "억울한 죄인을 후배의 소개로 만나 차비 외에는 별 비용 없이 소신껏 도우려 했다"며 "그 과정에서 법인에는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노력을 나름대로 했지만, (그러지 못해) 죄송하다"고 적었다.

A 변호사는 이어 "어제(12일)는 내게만 화살이 날아오는 상황이었으리라 본다"며 "(하지만) 가족 중 스트레스로 쓰러지는 분이 계셔서 소신을 완전히 꺾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A 변호사는 자신이 고유정 사건을 맡아 동료 변호사에게 피해가 갈까봐 법원에 선임계를 제출하기 전 법무법인 탈퇴 절차를 진행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 변호사가 고유정 변론을 포기한 배경에는 극심한 비판 여론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A 변호사는 지난달 9일 고유정 사건의 변론을 맡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이 일자 동료 변호사와 함께 법원에 한 차례 사임계를 제출했다. 하지만 이후 고유정이 수감된 제주교도소를 수시로 방문하며 사건을 다시 맡을지를 고심했고, 지난주 결심을 굳힌 후 B 변호사를 고용해 첫 재판 의견진술 등을 준비해왔지만 또다시 변론을 포기한 것이다.

A 변호사는 고유정 변론을 다시 맡기로 하면서 "사건 기록을 꼼꼼히 살펴보니 고유정의 우발적 범행 주장을 받쳐주는 객관적 증거를 다수 확인할 수 있었다"며 "공소사실 중 살인과 시신 훼손·은닉 혐의는 모두 인정하지만 범행 동기와 관련해 피고인이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해 재판에 복귀하기로 어렵게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편 고유정 1차 공판의 변론을 맡았던 B 변호사는 계속 재판에 참여하기로 했다. B 변호사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름이 언급되는 등 사실상 '신상털이'로 여론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앞서 고유정은 범행 80일째가 되는 날인 지난 12일 첫 공판에 출석해 "우발적 범행"이라는 주장을 계속했다.

변호인은 “피해자가 설거지하는 평화로운 전 아내(고유정)의 뒷모습에서 옛날 추억을 떠올렸고, 무리한 성적 요구를 거부하지 않았던 과거를 기대했던 것이 비극을 낳게 된 단초”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또 "고유정이 CCTV에 얼굴을 노출시키면서 한 모든 일련의 행동은 경찰에 체포될 수밖에 없는 행동으로, 계획적인 범행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라며 이불에 묻은 혈흔에서 졸피뎀 반응이 나왔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서는 "고유정이 전 남편과 몸싸움을 하던 과정에서 묻은 고유정의 혈흔으로 강씨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검찰이 제시한 졸피뎀 처방 내역과 인터넷을 통해 ‘뼈의 중량’ 등을 범행 전에 검색한 데 대해서는 “클럽 버닝썬 사태 기사를 보던 중 호기심에 찾아본 것이며, 뼈의 무게를 검색한 것은 현 남편 보양식으로 '감자탕'을 준비하려 검색하는 과정에서 연관검색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피해자 측 변호인은 “피고인의 변호인은 고인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방적 진술을 했다”며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점을 악용해 터무니없는 진술을 한 부분에 대해 응당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재판이 끝난 뒤 분노한 일부 시민들은 고유정의 머리채를 잡고 10m가량 끌고 갔고 야유와 고성을 보냈다.

법조계에서는 향후 계획살인 여부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 간 치열한 법정 공방을 예상하고 있다. 고유정 사건 2차 공판은 9월 2일 오후 2시 제주지법 201호 법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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