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장소 선점 방지" 집시법 개정에도 현대차 '알박기' 집회신고 여전... 법적 쟁점은
"집회장소 선점 방지" 집시법 개정에도 현대차 '알박기' 집회신고 여전... 법적 쟁점은
  • 신새아 기자
  • 승인 2019.08.05 1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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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사측 집회신고, 노조 집회신고 건수 4배... 사실상 매일"
"현대차 사측 폭력·협박 없어 업무방해·집회방해죄 처벌 불가능"

[법률방송뉴스=유재광 앵커] 현대·기아차 ‘알박기 집회’ 얘기 더 해보겠습니다. ‘이슈 플러스’, 신새아 기자 나와 있습니다.

현대차 양재동 사옥 앞 사측의 집회 신고, 이게 얼마나 된 일인가요.

[기자] 네. 강남역 삼성 서초사옥 준공이 지난 2008년인데요. 이후 삼성 서초사옥 앞은 삼성 관련 노조나 시민단체들의 붙박이 집회 신고 장소가 됐습니다.

이런 현상을 목격한 현대·기아차가 일종의 ‘반면교사’로 회사 측에서 알박기 집회 신고를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노조사 경찰 관계자들의 전언입니다. 햇수로 따지면 10년 안팎쯤 된다는 설명입니다.

[앵커] 그런데 화면을 보니까 현대차 사옥 주위에 이런저런 노조 현수막들이 걸려 있는 걸 보면 노조도 집회 신고를 지속적으로 하는 것 같은데 사측만 뭐라 할 순 없는 거 아닌가요.

[기자] 언뜻 보면 그렇게 보일 수도 있는데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회사와 노조 집회 신고가 일단 집회 신고 수에 있어 양적으로 큰 차이가 납니다.

김영호 더불어민주당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1월부터 2018년 9월까지 4년 10개월간 현대차 그룹 본사 주변에 신고된 집회는 날짜로 치면 1천761일, 사실상 거의 매일 집회 신고가 됐고요.

건수로 따지면 2천680건에 달합니다. 이 중 현대차 사측이 신고한 집회 건수는 2천232건으로 전체 신고 집회 건수의 83.2%에 달합니다. 쉽게 말해 현대차 본사 앞에 신고된 집회 10건 가운데 8건 이상은 사측이 신고한 집회라는 얘기인데요.

단순히 노조나 시민단체 집회에 질려 방어적으로 현대차 사측이 집회 신고를 했다고 보기엔 그 양이 너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비판 목소리를 차단하기 위한 ‘알박기 집회’라는 비판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앵커] 그러네요. 그런데 집회 신고일보다 신고 건수가 훨씬 많던데 이건 어떻게 봐야 하나요.

[기자] 네, 취재진도 그 점이 궁금해서 집회 중복 신고를 받아주나 해서 서초경찰서를 찾아가 현대차 사옥 정문 앞에서 오전부터 오후까지 집회를 하겠다는 집회 신고서를 작성해 직접 제출해 봤는데요.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같은 장소, 같은 시간이라 하더라도 집회 중복 허가가 가능합니다.

시간과 장소가 중복되는 그 목적이 서로 상반되는 2개 이상의 집회 신고가 접수된 경우 가급적 신고된 집회 모두를 허가하도록 지난 2016년 1월 27일 집시법 제8조 ‘집회 및 시위의 금지 또는 제한 통고’ 조항이 일부 개정되면서 가능해진 건데요.

그 전에는 먼저 집회 신고를 선점하면 끝이어서 집회 신고 갱신 시점이 다가오면 경찰서 앞에서 이틀씩 3일씩 노숙을 하는 것도 낯선 풍경이 아니었는데요. 이 같은 집회 선점과 알박기 집회의 폐해를 해소하기 위해 해당 집시법 조항이 새로 만들어진 겁니다.

[앵커] 그러면 현대차 측에서 이런 식으로 계속 알박기 집회 신고를 하는 것도 별 의미가 없는 것 아닌가요. 이렇게 말하긴 그렇지만 어떻게 보면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요.

[기자] 그게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법 규정은 규정이고 현실은 현실, 어떻게 보면 법 운용과 현실 사이에 괴리가 있다고도 볼 수 있는데요.

복수의 상반되는 집회가 신고될 경우 ‘장소 분할’ 등의 방법으로 평화적으로 각자 집회를 하라는 게 집시법 개정 취지인데 현장에선 그렇지 못한 경우가 태반이라고 합니다. 서초경찰서 집회 담당 관계자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죠.

[서초경찰서 관계자]

“장소만 분할해서 하면 서로 시비만 안 걸고 자기 목적으로 집회를 하면 되는데 서로 시비를 걸기 때문에... 감정이 격해지니까...”

거기다 현대차 사측 입장에선 집회 신고를 안 내놓으면 그나마도 집회 현장에서 노조와 싸울 수 있는 근거 자체가 없어지니까, ‘비판 집회 차단’이라는 종래의 목적을 위해선 계속 그 전에 하던 대로 집회 신고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상황인 겁니다.

[앵커] 난감하네요. 앞서 리포트에서 잠깐 언급했는데 그럼 현대차 사측의 이런 집회 선점 신고가 이게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는 건가요.

[기자] 네, 편법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일단 외양상 폭력 집회가 아닌 만큼 절차를 따라 집회신고를 했으니 집회 허가를 난 내줄 수가 없다는 것이 관할 서초경찰서 관계자의 말이고요.

알박기 집회 신고를 노조나 시민단체, 소비자단체의 업무를 방해한 업무방해나 집회 방해죄로 규제하거나 처벌하기도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 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업무방해조가 성립하려면 허위사실을 전파하거나 위계나 위력의 행사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도 아니고 집회방해죄를 적용하려면 폭력이나 협박이 수반돼야 하는데 그 경우도 아니어서 규제도 처벌도 어렵다는 겁니다. 이한수 법무법인 함백 변호사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죠.

[이한수 변호사 / 법무법인 함백]

“왜냐하면 이렇게 일종의 선점효과를 위해서 ‘어용 집회’를 미리 신고하는 것만을 가지고 ‘폭행이나 협박에 준할 정도의 방법으로 다른 사람의 집회를 방해했다’ 라고 해석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이 때문에 현대차가 “그래서 더 얄밉다. 이것도 소비자와 국민을 졸로 보는 행태 아니냐”는 식의 비판과 비난을 더 받고 있기도 합니다.

결국 이런 힘 있는 기업이나 기관들의 알박기 집회 문제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 보장 차원에서 종국적으론 입법이나 정책 문제로 풀어야 한다는 것이 법조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입니다.

[앵커] 네, 어떤 비판이든 쓴소리는 듣기 싫은 게 인지상정이지만 듣기 싫다고 내 귀를 막고 상대 입을 막을 게 아니라, 대화로 문제를 푸는, 듣기 싫은 소리의 근원을 없애도록 노력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고 싶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신새아 기자 saeah-shin@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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