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등 특정인 얼굴 주문제작 판매해도 처벌은 사실상 불가능"
"공연성 없어... 공연음란죄·성폭력처벌법 음란물 유포 적용 어려워"
"사실 적시 아니고 비하도 아냐... 명예훼손·모욕죄 처벌도 어려워"

[법률방송뉴스] 평소 선망하는 연예인이나 짝사랑하는 여성과 똑같이 생긴 성기구 인형, 이른바 ‘리얼돌’을 파는 사이트가 최근 우리나라에도 생겨나 성업중이라고 합니다.

청와대 게시판엔 리얼돌 판매를 금지시켜 달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와 20만명 넘게 동참해 청와대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냥 인형이야 그렇다 치고 실제 존재하는 사람과 똑같은 얼굴의 리얼돌을 만들어 팔고 사고 이용하는 것, 법적으로는 어떻게 될까요. ‘심층리포트’ 김태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국내 최대 성인용 전신 리얼돌 쇼핑몰’을 표방하며 최근 개설한 한 인터넷 사이트입니다.

사이트 하나 가득 선정적인 속옷차림이나 나체의 성기구 인형 사진들이 게재돼 있습니다.

가발로 만든 머리카락과 눈썹, 속눈썹과 실리콘으로 만든 피부 재질이 실제 사람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졌습니다.

가격은 십만원대 후반부터 2백만원대 중반까지 다양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엔 연예인이나 이상형 등 원하는 얼굴로 주문제작이 가능하냐는 질문이 올라와 있고, 운영자는 페이스 주문제작 비용은 바디값을 제외하고 150~250만원 사이로 ‘가능하다’고 답변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른바 리얼돌을 이렇게 대놓고 팔아도 되나 싶지만 판매 자체가 불법은 아닙니다.

관련해서 대법원은 지난 6월 27일 “성기구는 음란물과 다르다”며 리얼돌 수입과 판매를 허용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제작과 유포 과정에서 사회적 피해가 생길 수 있는 음란물과 달리 성기구는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에서 이용되는 만큼 국가가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시민들의 반응은 저런 성기구 인형을, 특히 실제 존재하는 사람의 얼굴을 똑같이 복제한 리얼돌을 제조 판매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큰 것도 사실입니다.”

관련해서 청와대엔 지난달 8일 ‘리얼돌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해주세요’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왔습니다.

청원인은 “본인도 모르게 본인의 얼굴이 리얼돌이 된다면 정신적 충격이 얼마나 크겠냐”면서 “리얼돌에 만족하지 못하고 성범죄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며 판매를 금지시켜 달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해당 청원은 오늘 오후까지 23만 명 넘게 동참해 청와대 답변 대상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리얼돌 판매를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습니다.

일단 형법상 공연음란죄나 성폭력처벌법상 음란물 유포 등 처벌은 이른바 ‘공연성’이 없기 때문에 법 적용 대상이 못됩니다.

즉 공공연하게 남들 보는데서 혹은 남들이 볼 수 있는 방식으로 전파 또는 유포하거나 사용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공연음란죄나 음란물 유포로 처벌을 못하는 겁니다.

[신유진 변호사 / 법무법인 화담]
“아무리 연예인이라고 해도, 공인이라고 해도 이게 공공재가 아니잖아요. 그냥 갖다 쓸 수 있는 상품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아직 사전 예방적으로 법적으로 금지된 조항이 없으니까...”

명예훼손이나 모욕죄 적용도 어렵습니다. 이 또한 공공연히 사실을 적시하거나 모욕 대상을 향해 언행을 하는 행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강신업 변호사 / 법무법인 하나]
“모욕이 말뿐만 아니라 거동 이런 것들도 모욕이라고 하는데 그렇지만 그거를 리얼돌을 가지고 성적행위를 삼았다고 해서 그거를 모욕이라고 보기는 어렵거든...”

다만 연예인이나 실제 존재하는 사람의 얼굴과 닮은 리얼돌의 경우엔 초상권 침해 여지가 있는데 초상권은 형사처벌이 없고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만 가능합니다.

이 경우도 닮았다는 게 어느 정도까지 닮아야 초상권 침해가 인정되는지 기준이 애매하고 더구나 현실적으론 누가 어디서 내 얼굴을 닮은 리얼돌을 이용하는지 알기가 불가능해 손해배상 청구 대상을 특정하기도 어렵습니다.

[강신업 변호사 / 법무법인 하나]
“심지어 점까지 똑같이 찍어가지고 그것을 이제 성적도구로 삼는다면 그것은 초상권 침해가 되고 인격권 침해가 될 여지가 있는데 지금 현행법으로는 그거를 처벌하기가 어려워요.”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수요를 차단하거나 수요자 처벌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공급자에 대한 규제와 처벌 장치를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일반 리얼돌 판매는 허용하되 특정인을 닮은 리얼돌의 제조·판매 등의 행위는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승재현 박사 / 한국형사정책연구원]
“행위자에게 영업정지, 영업취소 같은 행정벌적 처분 뿐만 아니라 형사벌적 규정, 그리고 수익의 박탈이라는 삼중적인 안전장치를 만들어야 할 필요가...”

3D 프린터 등 기술의 발달로 이제 특정한 사람과 똑같은 얼굴의 리얼돌을 찍어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됐습니다.

선의에서 개발된 기술의 발달이 다른 사람에 피해를 주거나 악용되지 않게 변화한 실태에 맞게 관련 법제도 정비가 필요해보입니다. 

법률방송 김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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