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군 허가 없이 들어갔어도 필요 안전조치 다 취하지 않았다면 국가가 배상해야"

[법률방송뉴스] 민간인 통제구역, 민통선 안에 들어가 산나물을 채취하다 지뢰를 밟아 발목이 절단됐다면 군 당국 허가를 받지 않고 들어간 사람 잘못일까요. 위험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국가 잘못일까요.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55살 A씨라고 하는데요. A씨는 지난 2017년 7월 산나물을 채취하기 위해 경기도 연천군의 한 민간인 통제구역에 들어갔다가 지뢰를 밟아 오른쪽 발목이 절단되는 큰 사고를 당했습니다.

민통선은 한국전쟁 휴전 이듬해인 1954년 2월 미국 육군 사령관 직권으로 휴전선 일대의 군사작전과 군사시설 보호, 보안유지를 목적으로 남방한계선 바깥으로 5~20㎞ 사이에 임의로 그어 놓은 ‘보이지 않는 선’입니다.

민통선이라고 해서 민간인 통제가 절대적으로 금지되는 것은 아니고 민통선 안에 거주하는 주민들도 있고 군사시설보호법 등에 따라 군 허가를 받고 통행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에 발목이 절단당한 A씨와 가족은 “군이 지뢰폭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재판에선 군 당국 허가를 받지 않고 민통선 안으로 들어간 A씨의 행위와 군의 안전 조치의무 미이행 사이 과실이 쟁점이 됐습니다.

1심 판결이 오늘 나왔는데 재판부는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먼저 "사고 장소는 민통선 북방지역으로 비록 민간인 출입이 통제되는 곳이기는 하나, 출입이 완벽히 차단되는 구역은 아니었다"고 밝혔습니다.

"주위에 오래된 철조망이 설치돼 있었지만 높이가 낮아 식별하기 어려웠다“는 것이 재판부 설명입니다.

이에 재판부는 "출입 금지 철조망을 설치하고 주민에 대한 지속적인 홍보활동 등 군이 지뢰 폭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다만 "A씨의 행위가 산림보호법 및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 위반행위고 이로 인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점 등을 참작했다"며 국가 배상책임을 50%로 제한했습니다.

판결이 확정되면 국가는 A씨에게 9493만원을, 부인과 자녀에게는 위자료 400만원과 200만원을 각각 지연이자와 함께 지급해야 합니다.

한국전쟁이 남긴 상흔인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는 60년 넘게 인간의 접근이 차단된 생태계의 보고이자 단일 지역으론 세계 최대의 지뢰가 매장된 아픈 상처를 간직한 곳이기도 합니다.

북한이 최근 연이어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며 종전협상과 평화협정 체결 움직임이 좀 주춤하긴 한데 DMZ 지뢰 처리 방안도 남북과 미국이 함께 고민해봤으면 좋겠습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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