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후보들 "지지율 10% 내외 홍준표 지지 표, 나한테로 온다" 계산 "홍찍문, 홍준표 찍으면 문재인 된다"... '반 문 연합' 움직임도 가시화

 

 

[유재광 앵커] 대선을 보름가량 앞두고 ‘반 문 연합’, 그러니까 보수 후보들의 반 문재인 연합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뉴스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이슈 플러스', 오늘은 홍준표 후보의 이른바 ‘돼지 발정제’ 논란 뉴스로 반 문 연합, 각 후보들의 셈법을 들여다보겠습니다.

스튜디오에 김효정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김 기자, 저희도 보도해 드렸는데, 지난 23일 대선 후보 3차 토론회에서 홍준표 후보의 자서전 돼지 발정제 내용을 두고 다른 후보들의 홍 후보 사퇴 촉구 발언들이 쏟아졌죠. 먼저 관련 발언들을 간략하게 좀 전해주시죠.

[기자] 네, 먼저 포문을 연 건 정의당 심상정 후보였는데요, 심 후보는 모두 발언에서 ‘성폭력 범죄를 공모한 후보를 경쟁 후보로 인정할 수가 없다’면서 홍 후보의 사퇴를 촉구했습니다.

이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도 홍 후보는 ‘강간미수의 공범’이라며 후보 자격이 없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역시 ‘성폭력 모의는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날을 세우며 홍 후보의 즉각 사태를 촉구했습니다.

[앵커] 돼지 발정제, 돼지 발정제 하는데 정확하게 도대체 무슨 내용이었나요.

[기자] 네, 홍준표 후보가 12년 전 자서전을 하나 냈는데요. 제목이 ‘나 돌아가고 싶다’입니다.

[앵커] 나, 돌아가고 싶다... 요?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박하사탕’에서 설경구가 외쳤던 “나 돌아갈래”에서 따온 모양이네요. 아무튼 계속해서 전해주시죠.

[기자] 네, 이 자서전에 ‘돼지 흥분제 이야기’라는 소제목에서 홍준표 후보가 전한 얘기인데요.

대학 때 하숙집 친구가 짝사랑하는 여학생을 만나러 가는데 하숙집 친구들이 둘이 어떻게 해보라고 돼지 흥분제를 구해줬다, 뭐 그런 내용입니다.

[앵커] 이건 뭐 아무리 45년 전 후일담이라고 해도 유승민 후보 말대로 강간미수 아닌가요.

[기자] 네. ‘그렇다’는 게 제가 취재를 해 본 변호사들의 말인데요. 공소시효가 지났으니 이 문제는 논외라 하더라도, 해당 내용의 단어 선택이나 맥락을 보면 좀 더 뭐랄까. 받아들이기 어려운 표현들이 많았습니다.

[앵커] 뭐 어떤 거길래...

[기자] 네,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흥분제를 가지고 여학생을 만나러 가는 친구를 “드디어 결전의 날이 다가왔고 비장한 심정으로 출정했다” 이렇게 묘사하는가 하면,

“막상 옷을 벗기려고 하니 깨어나서 할퀴고 물어뜯어 실패했다. 그 흥분제가 진짜였다면 실패할 수 없다”는 등, 해당 여학생이 입었을 어떤 충격 같은 거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사태를 희화화하고 있습니다.

물론 말미엔 “다시 돌아가면 절대 그런 일에 가담하지 않을 것이다. 얼마나 큰 잘못인지 검사가 된 후에 알았다”는 ’반성‘의 표현도 있습니다.

[앵커] 심상정 후보 등이 해당 자서전을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인격에 문제가 있다’ 는 말을 쏟아내도 홍 후보로선 뭐라 답변하기가 참 난감해 보이긴 난감해 보이는데, 모두에 말씀드린 대로 홍 후보 사퇴 촉구 발언과 반 문 연대, 대선 주자들 셈법, 어떤 연관이 있는 건가요.

[기자] 네, 한마디로 하면 '보수 표 갈라 먹기'가 그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어제 바른정당 의총에선 안철수, 홍준표, 유승민 후보가 보수 깃발 아래 뭉쳐야 한다. 즉, 반 문 연합 깃발 들고 승부를 걸어야 한다 는 결론을 내렸는데요.

그동안 독자 완주 입장을 굽히지 않았던 유승민 후보도, 성사될 수 있으면 말리진 않겠다 정도로 조금 물러섰고, 홍 후보도 해볼 수 있으면 해보자 이 정도 분위기입니다.

안철수 후보야 보수 표가 한 표라도 아쉬운데, 홍 후보와 유 후보 지지를 흡수할 수 있으면 그보다 더 좋은 경우는 없을 겁니다.

문제는 후보들이 모두 ‘나로 단일화돼야 한다’는 입장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을 거라는 겁니다. 이런 점과 남은 대선 일정 등을 감안하면 단일화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앵커] 그래서 다시 묻게 되는데 그것과 홍준표 후보 사퇴 촉구가 무슨 연관이 있는 건가요.

[기자] 네, 어떻게 보면 단순한 산수인데요. 홍준표 후보가 사퇴한다면, 그럴 가능성은 뭐 거의 없지만, 암튼 돼지 흥분제 이야기를 지렛대로 홍준표 후보의 사퇴를 촉구해 홍 후표의 지지자들을 떨어뜨리면, 그 떨어져 나간 표가 문 후보한테 가진 않을 거고 나한테로 올 거다 뭐 이런 계산이 깔려 있는 겁니다.

홍 후보 지지율이 10% 안팎은 나오니까 그렇게 되면 최근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와 오차범위 바깥으로 벌어진 안철수 후보로선 다시 1위를 도모해 볼 수 있고, 유승민 후보의 경우 대선 이후 보수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홍 후보가 사퇴하라는 안 후보 발언에, ‘내가 사퇴하는 것이 안 후보한테 도움이 많이 되는 모양이죠’ 하고 맞받으며 비꼰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앵커] 문재인 후보가 홍 후보를 비판하면서도 사퇴까지 촉구하진 않는 것도 결국 같은 맥락이겠네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문 후보 입장에선 홍 후보가 너무 망가지는 것이 결코 도움이 안됩니다. 홍 후보에게서 떨어져 나간 지지표가 안 후보에게 이동할 경우 결과를 장담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입니다.

국민의당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이른바 ‘홍찍문’ 즉 ‘홍준표 찍으면 문재인 된다’는 말도 이런 선거 판세와 맞닿아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같은 사퇴 촉구 발언이지만 입장과 속셈들이 다 제각각이네요. 오늘 밤 있을 대선 후보 4차 토론에선 또 어떤 발언들이 나올지 유심히 봐야겠네요. 잘 들었습니다. 김효정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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