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CJ ENM 사무실·데이터 보관업체 등 압수수색 강제수사 돌입
"투표 고의 조작 경우 사기·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 적용 가능"

[법률방송뉴스=신새아 앵커]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X101의 논란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윤수경 변호사의 이슈 속 법과 생활‘에서 얘기해 보겠습니다.

이번 논란에 대해 다시 한 번 짚어볼까요.

[윤수경 변호사] 얼마 전 종영한 엠넷의 '프로듀스X101' 이라는 오디션 프로그램과 관련된 논란인데요. 이 프로그램 참가자 참가자 101명 중 시청자 투표를 통해 뽑힌 11명이 데뷔할 수 있는데, 프로그램의 취지는 국민 프로듀서가 직접 뽑은 아이돌을 선발하는 것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19일 마지막 생방송 투표 때 순위조작 논란이 불거졌는데요. 시청자들의 유료 문자 투표 결과 다수에 의해 유력한 데뷔 주자로 점쳐진 연습생들이 탈락하고, 의외의 인물들이 데뷔조에 포함되면서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이번 사태의 시작은 디씨인사이드 프로듀스X101 갤러리로 알려졌고, 이곳에서 누리꾼들이 특이점을 찾아냈습니다. 최종 공개된 연습생들의 득표 결과를 두고 일정한 패턴이 반복된다는 주장이었는데요.

팬들에 따르면 1위·2위, 3위·4위, 6위·7위, 7위·8위, 10위·11위를 기록한 각각 연습생의 득표 차이는 모두 2만 9천978표로 같았습니다. 또 7494.442에 특정 숫자를 곱하면 각각 연습생의 득표수와 유사한 값이 도출된다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예를 들어 1위 김요한의 경우 7494.442에 178을 곱하면 133만 4010.68인데, 이는 김요한의 최종 득표수인 133만 4천11표와 근사한 값입니다. 다른 연습생의 득표수에서도 이러한 패턴이 발견됐는데요.

이에 대해 제작진은 "방송 종료 후 제작진은 최종득표수에서 일부 연습생 간 득표수 차이가 동일하다는 점을 인지했다. 확인 결과 최종 순위는 이상이 없었으나, 방송으로 발표된 개별 최종득표수를 집계 및 전달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앵커] 팬들이 지금 조직적으로 대응에 나섰다고요.

[윤수경 변호사] 이 프로듀스X101 팬들은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하고 생방송 유료 문자투표에 참여한 시청자 260명은 어제 법률대리인을 통해 엠넷 채널을 운영하는 CJ ENM 관계자들과 일부 소속사 관계자들을 서울중앙지검에 사기 혐의로 고소하고,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한 바 있습니다.

제작진이 조작 사실을 숨기고 건당 100원의 유료 문자 투표를 하게 해 시청자들을 속이고, 탈락한 연습생들의 데뷔를 위해 지원해온 소속사들의 업무도 방해했다는 주장입니다.

[앵커] 결국 경찰이 본격 수사에 나섰죠.

[윤수경 변호사] 지난달 26일 엠넷 역시 프로듀스X101 제작진을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요. 서울지방경찰청에서 내사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지난달 31일에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NM 사무실과 문자투표 데이터 보관업체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는데요.

이번 압수수색에서 가공되지 않은 투표 결과 원 데이터를 포함한 그 밖의 여러 자료들을 확보한 걸로 전해졌습니다. 엠넷 측은 앞서 공식입장을 통해 경찰 수사에 협조하고,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입니다.

데이터 보관업체가 집계한 투표 결과와 프로듀스X101 방송에서 발표한 투표 결과가 서로 다른 것으로 드러날 경우 제작진의 조작 의혹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정말 조작이 사실이라면 바로 법적 처벌이 이뤄지는 건가요.

[윤수경 변호사] 투표 조작 의혹이 범죄로 인정될지는 누군가 고의로 실제 숫자를 조작을 했는지 가리는 게 관건이 될 텐데요.

업계 관계자에 의하면 "프로듀스X101 투표 결과는 보안 유지가 매우 강조된 사안이라 극소수만 자료를 공유했다"며 "이들이 마음만 먹으면 사실상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한 구조다"라고 하면서 조작 의혹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상황이긴 합니다.

만약 조작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오디션 프로그램의 공정성 문제는 물론 관련자, 제작진들의 법적 처벌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또한 업체가 집계한 투표수와 방송에서 발표한 결과가 같을 경우에는 데이터 보관업체와 제작진 사이의 공모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앵커] 이들을 총괄하는 본사죠. CJ ENM은 책임이 없나요.

[윤수경 변호사] 현재로썬 CJ ENM 측은 자체 내부조사로는 한계가 있어 공신력 있는 수사 기관에 생방송 투표 조사를 의뢰한다고 밝힌바 있습니다. 그리고 경찰의 압수수색도 CJ ENM, 엠넷 전체가 아닌 프로듀스X101 제작진에 국한이 된 것으로 확인이 되고 있습니다.

지금 상황으로서는 해당 프로그램 제작진의 적극적인 해명이 필요한 상황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나아가서 만약 투표가 조작됐더라도 탈락한 연습생 소속사의 업무를 제작진이 어떻게 방해했는지는 입증하기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오히려 제작진이 투표를 조작했고 CJ ENM 본사가 이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면 CJ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가 추가될 수는 있어 보이고요. 이런 경우는 청탁이나 뇌물을 받은 면접관이 회사 모르게 일부 지원자를 뽑은 채용비리가 발생한 상황과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만약 제작진과 일부 소속사가 순위 조작을 위해 뒷거래를 한 사실이 드러난다면 CJ ENM 본사에 대한 업무상 배임죄 적용도 가능해 보입니다.

[앵커] 이번 논란과 수사결과 전망 어떻게 보십니까.

[윤수경 변호사] 프로듀스X101은 팬덤을 중심으로 한 오디션 프로그램인데요. 팬덤이 데뷔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투표의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큰 문제가 발생하는 구조일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에 투표 조작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시청자를 속인 것 뿐 아니라, 101명의 연습생들의 노력과 공정경쟁을 해하는 채용비리의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으로썬 콘텐츠의 소비자인 시청자의 힘으로 수사기관을 통해 진실이 명확히 밝혀져야 할 상황으로 보여지고요. 다른 프로그램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제작진의 설득력 있는 해명이 필요해 보입니다.

[앵커] 앞으로 또 나올 오디션 프로그램의 비리 방지를 위해서라도 철저한 진상 규명과 엄중한 수사가 필요해 보이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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