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안동지청장 발령... "사실상 '좌천 인사'에 대한 반발" 해석
[법률방송뉴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수사했던 부장검사가 지방으로 발령나자 사의를 밝혔다.
주진우(44·사법연수원 31기)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검사는 1일 대검과 법무부에 사의를 밝히고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렸다.
주진우 부장검사는 전날 오후 발표된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대구지검 안동지청장으로 전보됐다. 안동지청은 검사 5명이 근무하는 소규모 지청이다.
주 부장검사는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사의를 표명한 이유를 "정도를 걷고 원칙에 충실하면 결국 저의 진정성을 알아줄 것이라는 믿음, 능력과 실적, 조직 내 신망에 따라 인사가 이루어진다는 신뢰, 검사로서의 명예와 자긍심이 엷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주 부장검사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에 대해서는 "수많은 법리 검토와 토의, 이견의 조율을 거쳤고, 의견이 계속 충돌할 때는 검찰총장의 정당한 지휘권 행사를 통해 결론을 냈다"며 "수사 결과는 여러모로 부족했지만 검찰 내의 '투명한 의사결정 시스템'을 통해 수사를 이끌고 가 '지휘라인과 수사팀 모두가 동의하는 결론을 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가 현 문재인 정부를 수사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주진우 부장검사의 지방청 발령은 그간 검찰 인사에 비춰볼 때 사실상 '좌천 인사'라는 지적이 나왔다. 주 부장검사가 자신의 인사에 대해 '검사로서의 명예와 자긍심이 엷어졌다는 느낌'이라며 사의를 표한 것은 그 반발로 해석된다.
주 부장검사는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파견 근무한 경력이 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인연이 깊어 검찰 내 '우병우 사단'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주 부장검사는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그것에 대해 해명하는 내용도 썼다.
주 부장검사는 "저는 정치색 전혀 없는 평범한 검사다. 아는 정치인도 없고, 그 흔한 고교 동문 선배 정치인도 한 명 없다"며 "정치적 언동을 한 적도 없고 검찰국에서 발령을 내 어쩔 수 없이 청와대에서 근무를 한 적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주 부장검사의 사직과 함께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수사한 검찰 지휘라인은 모두 서울동부지검을 떠나게 됐다.
권순철(50·25기)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는 검사장 승진에서 누락됐고 전날 서울고검 검사로 발령나자 사표를 냈다. 한찬식(51·21기) 서울동부지검장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취임하기 전 사직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주임검사 이지형(43·33기) 부부장검사는 전주지검 남원지청장으로 발령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