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우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안동지청장 발령

[법률방송뉴스] 어제(31일)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서울중앙지검장 1·2·3차장이 모두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특수부장들을 지낸 ‘윤석열 키즈’가 승진 발탁됐다는 보도 전해드렸는데요.

모든 인사가 빛을 보는 사람만 있을 순 없고 이른바 물을 먹는 사람도 반드시 있게 마련입니다. 오늘(1일) ‘앵커 브리핑’은 ‘물 먹은 인사’ 얘기해 보겠습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 주진우 부장검사입니다. 대구지검 안동지청장으로 발령이 났는데 안동지청은 검사가 모두 다해 5명인 소규모 지청입니다.

‘동·남·북·서’ 라고 전통적으로 서울 소재 지검 중에서도 맨 앞줄에 쳐주는 서울동부지검에서 특수수사를 담당하는 형사6부장을 지내면 서울중앙지검이나 대검·법무부 요직으로 발령 나는 게 통상의 경우인데 형식은 ‘지청장’으로 갔지만 실질은 ‘좌천성 인사’를 당한 겁니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에선 문재인 정부에 각을 세우다 지방으로 쫒겨났다는 식의 보도가 있기도 합니다. 문재인 정부를 겨눴다는 식의 보도는 주진우 부장의 이력 때문입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청와대에 대한 두 번의 압수수색이 단행됐는데 그 두 번의 압수수색 주인공이 모두 주진우 부장검사가 지휘한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에서 이뤄졌습니다.

자유한국당의 현 정부 청와대 특감반 민간인 사찰 의혹 고발 사건과 환경부 블랙리스트 고발 사건에 따른 두 번의 청와대 압수수색을 모두 주진우 부장이 지휘한 겁니다.

그리고 실제 주진우 부장은 김은경 문재인 정부 초대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사관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주 부장에 대한 좌천성 인사가 ‘역린’까지는 아니어도 청와대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데 대한 보복성 인사처럼 비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꼭 그렇게 볼 수도 없습니다. 주진우 부장의 이력을 좀 더 들여다보면 2014년 8월부터 2017년 2월까지 박근혜 정부 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실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했습니다.

주진우 부장이 희대의 최순실 국정농단과 우병우 수석의 전횡을 인지했는지, 가담했는지 등은 명시적으로 밝혀진 바 없지만 어쨌든 주 부장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직전인 2017년 2월 청와대에 ‘사표’를 내고 나와 ‘친정’ 검찰로 복귀했습니다.

검찰과 청와대 사이 ‘거래’를 차단하고자 검사의 청와대 파견 금지를 명문화하고 있는 현행 검찰청법 취지를 무시하고 무색케 하는 행보입니다.

어떻게 보면 애초 검찰에서 받아주면 안 되는 인사였는데 전임 문무일 총장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받아주고 그것도 요직인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으로 보냈고 자유한국당 고발 사건을 주진우 부장한테 몰아주기까지 한 것입니다.

주진우 부장이 이제 ‘안동지청’으로 발령을 받았다 하니 이런저런 생각과 함께 연산군 조 사간원 언간으로 바른말 하다 안동으로 유배 갔던 농암 이현보가 떠오릅니다.

‘무오사화’로 피바람을 일으킨 연산군 앞에서 이러저런 쓴소리를 하다 귀양을 갔는데 연산군이 아무리 생각해도 분이 안 풀리는지 ‘갑자사화’ 년에 한양으로 다시 압송해 장형을 가하고 하옥한 뒤 처형하려 했는데 연산군의 '실수'로 기적적으로 죽음을 모면했습니다.

이윽고 이현보는 1506년 ‘중종반정’으로 복직되고, 이듬 해 현재의 민정수석실 비서관이나 행정관쯤에 해당하는 사헌부 '지평'으로 발탁됩니다.

그러나 이현보는 출세길이 보장된 요직과 영달의 길을 박차고 영천군수를 자청해 지방으로 내려온 뒤 밀양, 충주, 안동, 성주, 대구, 영주, 경주, 경상도관찰사로 이어지는 지방 목민관으로 30여년을 근무하고 은퇴한 뒤 조정의 부름에도 일절 응하지 않았습니다. 

주진우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의 직속상관이었던 권순철 서울동부지검 차장은 어제 인사에서 서울고검 검사로 전보되자 바로 검찰 내부 통신망에 “인사는 메시지라고 합니다”라는 글을 남기고 사표를 냈습니다.

안동지청으로 좌천된 주진우 부장이 ‘권토중래’를 기대하며 ‘와신상담’의 심정으로 검찰에 남았는지 무슨 마음으로 남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보장된 영달 길을 마다하고 스스로 지방 목민관을 전전하며 백성들을 위해 살다간 농암 이현보 같은 이도 있으니 주진우 부장의 부임지도 마침 안동이고 ‘농암종택’도 안동에 있으니 한 번 들러서 조정에 나가지 않고도 나라에서 1품 숭정대부 품계를 받아 ‘재야 재상’이라 불렸던 선현의 향기에 한번 젖어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앵커 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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