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친 성범죄 사건, 부모의 친권보다 청소년 '보호'와 가해자 '처벌'이 우선이다
근친 성범죄 사건, 부모의 친권보다 청소년 '보호'와 가해자 '처벌'이 우선이다
  •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승인 2019.08.10 15: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억장이 무너졌다. 계부에 의해 의붓딸이 살해된 사건이 발생하였다. 친모는 계부를 도왔다는 정황이 나오고, 살해 현장에 있었지만 딸의 죽음을 철저히 외면했다. 세상은 12살 중학생의 살려달라는 가녀린 손짓을 철저히 묵살했다.

부모는 자녀가 가장 믿는 존재이다. 그러므로 부모는 모든 것을 줄 수 있어야 하고, 심지어 자신의 생명과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과 같이 전혀 다른 형태의 부모의 모습을 만나기도 한다. 아니 근친 성범죄에서는 너무나 흔한 일이다.

가정 내에서 발생한 근친 성범죄 사건의 실태를 파악하고, 범죄를 방지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보자.

2016년도 성학대 통계를 보면 만1세~만12세까지의 성학대가 64.7%에 달하고 있다. 또한 대검찰청에 따르면 친족 성폭력범죄는 2014년 631건, 2015년에는 688건, 2016년에는 730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범죄 중에서 신고율이 가장 낮은 범죄가 바로 근친 성범죄이다. 드러나지 않은 근친 성범죄 수는 훨씬 많을 것이다.

동양의 정서 중 하나가 ‘정’이다. 근친 성범죄를 ‘정’이라는 이름으로 덮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부모가 자녀의 성범죄에 대해 정면으로 나서기보다는 오히려 범죄를 은폐하기도 한다. 자녀가 성범죄를 당한 경우 스스로, 심지어는 적극적으로 보호자로서 지위를 포기하는 경우도 심심치않게 볼 수 있다.

경찰에게 “우리 아이가 거짓말을 했어요”, “우리 아이에게 문제가 있어요”, 혹은 성범죄를 당한 자녀에게 “그냥 네가 참아”라고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심지어 근친 성폭력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남편을 유혹했다거나 남편의 사랑을 아이가 빼앗아 갔다는 등의 어처구니없는 말을 한다.

왜일까?

남편에 대한 두려움, 보복에 대한 공포, 생계에 대한 어려움, 자녀에 대한 비뚤어지고 왜곡된 미움 때문일 것이다.

근친 성범죄가 발생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절대적 격리이다. 그래야 2차 피해가 방지된다. 주의할 점은 여기서 격리에는 어머니와의 격리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어머니가 자녀의 보호자라는 상식은 잠시 내려놓자. 근친 성범죄가 발생했다는 자체가 우리가 생각하는 통상적인 가정이 아니다. 정상적인 가족을 전제로 사건을 대해서는 안 된다.

“딸이 거짓말을 한다”, “우리 남편은 그런 행동을 할 사람이 아니다”, “내가 딸의 친권자로서 데리고 가겠다”는 어머니의 의사는 철저하게 무시해야 한다. 어머니에게 피해자인 딸을 돌려보내는 순간 어머니가 가지고 있는 두려움, 공포, 왜곡된 자아로 인해서 사건의 진실이 덮일 수 있다. 격리 후 딸이 정신적·육체적 안정을 회복한 후 세밀하게 사건을 조사한 뒤에 격리를 해제해도 늦지 않다. 아동·청소년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보호 필요성이가 격리로 인해 받는 피해보다 월등히 크기 때문이다.

근친 성범죄 사건의 경우 보호자가 자녀를 보호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정서적 학대 혹은 방임 등을 이유로 ‘아동복지법’ 위반 여부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성범죄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녀를 보호하지 않았다면 이는 명백히 정서적 학대와 방임이다.

사법당국의 수사도 매우 신중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특히 피해자의 진술을 받을 때, 신뢰관계자 동석이 가능하다. 피해자는 어머니에게 여전히 종속되어 있다. 어머니의 눈치를 보고 허위의 진술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어머니가 신뢰관계자로 동석하는 것은 가장 피해야 할 수사방법이다.

근친 성범죄는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제시카 런스포드 법’이 있다. 만12세 미만 아동 성폭행의 경우 최저 형량을 25년 이상으로 하고 있다. 또한 양형기준에 ‘처벌 불원의 의사표시’는 감경적 양형 사유로 되어 있다. 그러나 근친 성범죄에 있어서는 진의가 아닌 피해자의 처벌 불원의 의사표시가 있을 수 있다. 또한 주위 가족의 위증이 존재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의사표시의 진의 확인 없이 쉽게 감경 양형사유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근친 성범죄 피해 발생 당시부터 수사, 재판, 재판 이후의 전 과정에서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친사회적이고 친인권적인 양육시설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러한 인프라가 탄탄하게 구축되어 있어야 ‘격리’도 가능하다. ‘엄격한 처벌’도 가능하다. 정부는 이 점을 명심해주기 바란다.

부모의 제1의 임무는 자녀를 보호하는 것이다. 보호자 의무를 포기한 부모에게 친권은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 ‘보호’는 ‘관심’과 ‘배려’이다. 부모의 관심과 배려가 없는 곳에서는 ‘친권’보다 청소년 ‘보호’가 절대적으로 우선되어야 한다. 그리고 가해자에게는 ‘엄격한 처벌’이 필요하다. /승재현<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초빙교수>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saeah-shin@lawtv.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