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박과 강요로 인한 살인, 위법성 조각으로 처벌할 수 없어
총알 없는 총인지 모르고 죽이려 했다면 '불능미수범' 처벌

[법률방송뉴스=홍종선 기자] '영화 속 이런 법', '비스트', 우리 이조로 변호사가 아까 인상적이라고 했던 전혜진씨 이야기를 해볼까요. 전혜진씨가 연기한 역할이 마약 브로커 ‘춘배’잖아요.

근데 이 춘배는 마약 브로커이기도 하지만 정한수 이성민의 정보원이란 말이에요. 흔히 말하는 끄나풀. 자신을 감옥에 보내 3년 감방생활을 하게 한 어떤 남자를 죽이고 싶어 합니다.

근데 참 머리를 잘 쓴다고 해야 하나, 이거를. 이성민을 잠깐 속여서 이 경찰 총으로 조두식을 죽였단 말이에요. 그래서 이성민이 놀란 사이에 빨리 차를 몰라고 총으로 협박해서 이성민에게 과속운전을 하게 합니다.

사실 이성민을 보면 얼떨결에 총은 빼앗겼고, 춘배가 훔쳐간 거고, 총으로 협박하는데 어떻게 과속운전을 안 하겠습니까. 이렇게 협박당해서 한 행동도 처벌받아요?

[이조로 변호사] 처벌이 안 됩니다. 보통 법 같은 경우 기본적으로 적법행위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상태에서 불법행위를 했던 부분에 대해 처벌하는 것이지 적법행위를 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처벌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범죄가 되려면 구속요건에 해당하고, 위법성이 있고, 책임이 있어야 하는데, 예를 들어 사람을 살해했다면 구성요건에 해당이 됩니다. 그런데 이게 정당방위나, 긴급피난에 해당한다고 하면 위법성이 조각되어 처벌이 안 됩니다.

지금 이것 같은 경우 위법하지만 책임이 조각되는 사유가 형사미성년자라든지, 기대불가능 해야 합니다. 적법행위가 기대불가능 해야 하는데, 이렇게 협박을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기 생명이 소중한데 "내가 못하겠다"고 적법하게 행동하겠다고 하면 자기가 죽을 수밖에 없으니 이럴 때는 적법행위를 기대할 수 없잖아요.

법에 기재되어 있는 것은 강요된 행위로 규정되어 있지만 이게 적법행위가 기대불가능하기 때문에 처벌되지 않는다고 규정된 책임 조각 사유 중 하나로 강요된 행위로 처벌이 안 됩니다.

[홍종선 기자] 그럼 또 이건요? 이성민이 유재명이 아무리 라이벌이고 경쟁 관계라고 하지만 총을 쏘려고 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진짜 쏘려고 한 것 같습니다. 근데 다행히 실탄이 없었죠. 그래도 굉장히 유재명은 위협을 받았습니다. 이거는 죄가 안 되나요?

[이조로 변호사] 당연히 죄가 됩니다. 보통 어떤 범죄를 저지르려고 하다가 범죄를 완성시키지 못하는 것을 ‘미수’라고 합니다. 완성을 시키면 ‘기수’라고 말을 합니다.

물건을 훔치려고 했는데 다른 사람이 나타나서 훔치지 못했다. 예를 들어 사람을 살해하려고 했는데 다른 사람이 나타나니까 한두 번 찌르다가 멈췄다든지, 총을 겨눴다가 멈췄다든지 하면 이것을 미수라고 합니다. 미수라고 하는데 미수는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장애미수, 중지미수, 불능미수가 있는데요.

장애미수는 무언가 범죄를 물건을 훔치려고 했는데 다른 사람이 와서 훔치지 못했다, 사람을 살해하려고 하는데 다른 사람이 와서 방해해서 또는 상대방이 반항해서 못했다면 이게 장애가 있어 무언가를 못하는 범죄 완성을 못 하는 것이 ‘장애 미수’입니다.

중지 미수는 물건을 훔치려다가 ‘내가 이런 것까지 해야 해?’ 반성이라든지 중간에 자의적으로 멈추는 것이 ‘중지 미수’입니다.

그리고 불능 미수는 실행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해 결과 발생이 불가능한데 위험하다면 ‘불능 미수’라고 말합니다.

[홍종선 기자] 그럼 이번 경우가 불능 미수?

[이조로 변호사] 이번 경우가 불능 미수가 될 수 있습니다.

[홍종선 기자] 사실 허윤 변호사와 이 이야기를 했었어요. 장애 미수, 중지 미수, 불능 미수. 근데 이 케이스에 정말 사례가 딱 맞는 또 한 번 좋은 복습이 되었네요.

[이조로 변호사] 살인죄의 불능 미수로 볼 수 있고, 물론 견해에 따라서는 이게 불능범이다, 불능범 같은 경우 처벌하지 않거든요. 그런데 살인죄는 총을 겨눈 것만으로도 실행의 착수로 볼 수 있어서, 또 위험하잖아요. 그래서 이건 불능 미수로 보는 게 맞을 수도 있는데요.

이게 불능범으로 보는 견해에 따른다고 하면 살인죄 예비음모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다른 범죄는 예비음모가 없는데 살인죄는 예비음모가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는 예비음모가 되지 않나.

[홍종선 기자] 살인에는 예비음모가 있다. 어느덧 마무리할 시간이 됐는데, 이 ‘비스트’에서 이조로 변호사는 뭘 느끼셨나요?

[이조로 변호사] 영화 ‘비스트’의 제목처럼 연쇄 살인마를 미스트로 지목한다고 한다면 상관없겠지만 내용 자체를 봐보면 이성민 씨, 유재명 씨의 갈등 속에서 먼저 승진하고자 하는 마음, 또는 자기를 빨리 드러내고 싶어 하는 마음 때문에 가슴 속에 있는 비스트, 욕망, 그 야수성을 ‘비스트’라고 한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가 살면서 가끔 자기도 몰랐던 자기 자신을 발견할 때가 많고, 자기가 발견 못 한 것에 지배되어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유행가’의 가사도 '내 속에 내가 너무'도 많다는 내용도 있잖아요. 그런 것처럼 자기도 모르는 자기 내면의 자기 자신이 많이 있는데 보통 사회에서는 체력을 기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마음 같은 경우 수련하고 단련시키라는 것은 강조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많은 대부분의 일들이 마음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은데 지금 사회의 경우 외부적으로 보이는 체력이나 외모에만 집중하고 마음 수련을 등한시하는 면이 있는데 마음 수련을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홍종선 기자] 맞습니다. 마음수련, 일단은 우리 마음속에 괴물을 들이지 말아야겠지만 일단 들어왔다고 하면 이걸 키우지 말고 괴물을 고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마음을 살펴보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이조로 변호사] 네. 감사합니다.

[홍종선 기자] 얼마 전 배우 전미선 씨가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겸손과 노력을 곁에 두고 사는 좋은 배우였기에 11년 전 최진실 씨가 세상을 떠났을 때만큼 충격이 크고 먹먹했는데요. 다시 한 번 우울증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건지 절감했습니다.

자신보다 상대를 크게 생각하는 그녀였던 것에 비춰보면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일이기에 그녀의 선택이라기보다는 마음의 감기가 빚은 비극이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부디 저쪽 세상에서는 몸도 마음도 건강하기를 바랍니다. 시청자 여러분께서도 나와 내 가족, 내 친구의 마음을 다시 한 번 살펴보는 시간 꼭 가지시기를 바랄게요. 다음 주에 다시 뵐게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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