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보험료 다 대납해 줬다, 퇴직금은 못 준다"... 법원 판단은
"4대 보험료 다 대납해 줬다, 퇴직금은 못 준다"... 법원 판단은
  • 장한지 기자
  • 승인 2019.07.26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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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간 간호조무사 근무... 병원장 "4대 보험료 전부 대납, 퇴직금 없다"
간호조무사 '퇴직금 청구소송' 내자 병원장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 내
법원 "병원, 보험료 납부해 주기로 근로계약 체결" 간호조무사 손 들어줘

[법률방송뉴스=신새아 앵커] '법률구조공단 사용설명서' 오늘(26일)은 고용주가 대납해 준 4대 보험료를 직장을 그만두면 고용주에 반환해야 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장한지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이게 사건이 어떤 내용인가요.

[장한지 기자] 수도권의 한 산부인과 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하던 유모씨 사례인데요. 유씨는 2007년 3월부터 2017년 2월까지 만 10년간 간호조무사로 근무하다가 퇴직했는데 병원 원장이 퇴직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자 대한법률구조공단 도움을 얻어 퇴직금 청구소송을 냈습니다.

그런데 유씨가 소송을 내자 병원 원장 김모씨는 유씨를 상대로 역으로 맞소송을 냈습니다.

유씨가 병원에 근무할 당시 자신이 대납해준 유씨의 4대 보험료 부담분 약 2천400여만원에 대한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을 낸 건데요. 이에 공단에서 이 사건도 맡아 두건의 소송을 별 건으로 진행하게 된 사건입니다. 사건을 수행한 공단 박범진 변호사 말을 직접 들어보시죠.

[박범진 변호사 / 법률구조공단]
"근로자가 부담해야 될 4대 보험료 있잖아요. 사업주가 절반, 근로자가 절반 부담해야 되는 부분에 대해서도 '사업자가 근로자 부담금까지 다 부담을 했기 때문에 10년 동안 지급했던 근로자 부담분 4대 보험료를 부당이득한 것이니까 반환을 해라'라고 별소를 제기한 거예요."

[앵커] 그래서 재판 쟁점이 어떻게 되나요.

[기자] 네, 일단 퇴직금 미지급 사건의 경우엔 노동청에서 발급해준 체불임금 확인서가 있어서 큰 어려움은 없었는데요. 문제는 병원 원장 김씨가 제기한 부당이득 반환소송이었습니다.

외양만 놓고 보면 법률상 근로자가 내야 할 부분을 사업주가 대납해준 것이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간호조무사로 근무했던 유씨가 해당 보험료를 반환해야 할 처지에 놓인 건데요.

재판에선 병원 원장 김씨가 단순 행정착오로 간호조무사 유씨 4대 보험료를 대신 내준 것인지 아니면 애초 유씨의 보험료를 내주기로 계약을 체결한 것인지가 핵심 쟁점이 됐습니다. 이른바 법률상 '악의의 비채변제' 사건입니다.

[앵커] '악의의 비채변제'가 뭔지 설명이 좀 필요할 것 같은데요.

[기자] 민법 제742조엔 비채변제 조항이 나오는데요. "채무 없음을 알고 이를 변제한 때에는 그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 상대방을 위해 임의로 금전을 지급한 경우엔 추후 이를 돌려달라고 청구할 수 없다는 조항입니다.

이에 병원 원장 김씨는 자신이 보험료를 대납한 건 납부 의무가 유씨에 있음을 알면서도 유씨를 위해 대납한 비채변제가 아니고 행정 착오로, 즉 실수로 보험료를 대납했고 이를 돌려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을 했고요.

반면 공단은 행정 착오가 아닌 애초 근로계약을 체결할 당시부터 병원 원장이 4대 보험료 등 각종 부담금은 사업주가 내는 것으로 하고 급여는 세후로 160만원에 맞춰주기로 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비채변제에 해당해 보험료 반환 의무가 없다고 맞섰습니다. 변호사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죠.

[박범진 변호사 / 법률구조공단]
"그것을 사업주가 알면서 부담을 해줬기 때문에 '악의의 비채변제'라고 해서 부당이득이 맞기는 하지만 알면서 부담을 했기 때문에 청구를 할 수는 없다, 그렇게 주장을 했고..."

[앵커] 재판부 판단은 어떻게 나왔나요.

[기자] 네, 법률방송이 1·2심 판결문을 입수했는데요. 사건을 맡은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은 공단 측이 제시한 근로계약서 등을 근거로 병원 원장 김씨가 4대 보험료 납부책임이 법령상 간호조무사 유씨에게 있음을 알면서도 지급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김씨의 청구를 기각하고 공단 손을 들어줬습니다.

소송을 수행한 공단 박범진 변호사는 세전 급여계약이 아닌 이번 사건과 같은 세후 급여계약의 경우, 특히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퇴직금 등과 관련된 유사한 문제가 자주 발생하는데 이번 사건이 이런 문제에 대한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판결이라고 밝혔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박범진 변호사 / 법률구조공단]
"사업주가 알면서 내준 것이지 내가 먼저 내달라고 한 사실이 없기 때문에 나를 상대로, 자기가 본인이 알아서 내주고 왜 이제 와서 10년치 것을 다 청구하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 라고 해서 비채변제를 주장해서요."

병원 원장 김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항소심도 같은 취지의 판결을 내렸고, 김씨가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면서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앵커] 네, 퇴직금이든 뭐든 사회 초년생이나 약자들을 상대로 얼렁뚱땅 덮어씌우고 넘어가는 관행 아닌 관행들은 좀 근절됐으면 좋겠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장한지 기자 hanji-jang@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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