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우울증 50세 여성... 일본 불매운동과 무관"
매장 앞 1인시위·인증샷 등은 합법적인 불매운동
'매국노' '왜구' 등 비하 표현, 모욕죄 성립할 수도

[법률방송뉴스=유재광 앵커] 일본계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 매장에서 진열된 의류를 립스틱으로 훼손한 사건 관련한 용의자가 오늘(24일)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윤수경 변호사의 이슈 속 법과 생활'에선 일본 제품 불매운동 얘기 해보겠습니다. 

'유니클로 립스틱 사건', 이게 어떤 내용인가요.

[윤수경 변호사] 유니클로는 한국 진출에 성공한 대표적인 일본 브랜드 중 하나로, 최근 일본의 경제보복 속에 한국인 소비자들의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주요 타깃이 된 의류 유통업체입니다. 

일본 의류 브랜드인 유니클로는 우리나라에 187개 매장을 두고 있는데요. 최근 일본의 경제보복 속에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자 한국 소비자들의 주요 표적이 됐습니다. 

유니클로는 일본 내 우익단체를 지원한다는 의혹과 함께 지난 2010년 '욱일기'를 연상시키는 모양의 티셔츠를 출시해 논란을 빚기도 했고요. 

유니클로 일본 본사 임원이 “해봐야 한국 불매운동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가 한국 내에서 거센 논란이 일자 연거푸 사과문을 발표한 바도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0일 경기도 수원시 내 한 유니클로 매장에서 진열된 양말 수십켤레에 누군가가 립스틱으로 줄을 그어 훼손한 사건이 발생하고, 열흘 뒤인 지난 20일 같은 매장에서 비슷한 수법으로 의류 수십 벌이 훼손된 사건이 또 일어났는데요.

인터넷에선 '유니클로 립스틱 테러 사건'이라 불리기도 했는데요. 해당 유니클로 매장 측은 이 사건으로 40만원 상당의 제품이 훼손됐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앵커] 용의자가 붙잡혔다고 하는데 어떤 사람입니까. 

[윤수경 변호사] 경기 수원남부경찰서는 유니클로 양말 수십 켤레를 빨간색 립스틱으로 그어놓은 사건 관련해 용의자로 추정되는 50세 A씨를 붙잡아 재물손괴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24일 밝혔는데요. 

A씨는 지난 20일에도 같은 수법으로 의류 수십 벌을 훼손한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경찰은 이 여성을 상대로 이번 립스틱 사건이 일본제품 불매운동과 관련 있는지 범행 동기를 조사했는데 A씨의 진술 등을 토대로 이 사건과 불매운동 간 관련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했고요. 

관련해서 경찰 측은 "A 씨는 수년간 우울증 치료를 받아오다 우연히 길에서 주운 도구로 범행을 저질렀고, 과거 해당 유니클로 매장을 방문한 적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스트레스로 인한 이상 행동일 뿐 일본 제품 불매운동과의 관련성은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게 옷을 찢거나 뭘 부순 것도 아닌데 어떻게 재물손괴가 되나요.

[윤수경 변호사] 재물손괴죄는 타인의 소유물에 대해서 효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침해하겠다는 인식을 가지고 물건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유형력을 행사함으로써 그 원래의 용도에 따른 효용을 멸실시키거나 감손시킬 때 성립합니다. 

형법 제366조에 따르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되는데요. 이번 사건과 같이 고의로 의류를 훼손한 행위는 재물손괴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앵커] 일본 제품 불매운동 관련 법적으로 몇 가지 궁금한 게 더 있는데, 예를 들자면 유니클로 매장 앞에서 피켓 들고 '유니클로 사지 맙시다', 이렇게 1인 시위를 벌이는 것도 합법적인 불매운동인가요. 법적으로 어디까지 허용되나요.

[윤수경 변호사] 매장 앞 불매운동 집회나 1인 시위는 폭력적인 방법이 동원되지 않는 한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는 적법행위로 평가받습니다. 대법원도 소비자 주도의 불매운동은 ‘업무방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한 바 있습니다.

"소비자가 구매력을 무기로 상품에 대한 자신들의 선호를 시장에 실질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집단적 시도로 하는 소비자불매운동은 헌법 제124조에 보장된 ‘소비자 보호운동’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의 립스틱 사건처럼 물리적 방법을 동원해 상품을 훼손을 하거나 손님이나 종업원에게 위협적인 행동이나 폭력을 행사하는 등 '위력'을 행사한다면 '적법'한 불매운동이 아닌 '업무방해죄'라는 불법행위에 해당할 수 있게 됩니다.

[앵커] 민주노총 택배노조가 오늘 유니클로 제품 배송을 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는데, 이미 주문 받은 것도 있고 할 텐데 이거는 법적으로 어떻게 봐야하나요. 

[윤수경 변호사] 택배 노조는 택배 상자 외부에서 유니클로 로고를 확인한 뒤 자체 제작한 배송 거부 스티커를 부착하고 물품을 사측으로 돌려보낼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유니클로는 전범기인 ‘욱일기’를 디자인으로 사용해 온 대표적인 일본기업”이라며 “유니클로 배송 거부 인증샷을 시작으로 실제 배송 거부에 돌입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업무방해죄에 해당되는 지 여부가 문제가 될 수 있을텐데 업무방해죄는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거나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이런 사안에 해당하는 것은 허위사실 보다는 위력에 해당하느냐가 문제가 될텐데요. 이 때의 ‘위력’이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케 할 만한 일체의 세력으로 폭력, 협박은 물론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압박도 해당하게 됩니다. 

[앵커] 분위기상 택배 회사나 유니클로가 고소나 고발을 할 것 같지는 않은데 만약 하게 되면 법적으로는 어떻게 되나요. 

[윤수경 변호사] 판례에 따르면 집단적 근로제공 거부가 언제나 업무방해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제한된 경우 즉 전후 사정에 비춰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이나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때에만 집단적 노무제공 거부가 `위력'에 해당해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회사 측에 단순히 손해가 발생한다는 것만 가지고는 업무방해로 판단하고 있진 않습니다. 

[앵커] 요즘 일본 기업 정보제공 ‘노노재팬’ 사이트가 폭발적인 관심이라고 하는데 여기에 잘못된 정보를 올리거나 ‘쪽발이 기업’이라는 식의 댓글을 달거나, SNS에서 불매운동에 동참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매국노, 왜구, 이런 식으로 공격하는 경우는 법적으로 괜찮나요. 

[윤수경 변호사] ‘명예훼손죄’와 '모욕죄'의 큰 차이점 중 하나는 구체적인 사실 적시 여부에 있습니다. 구체적 사실을 담고 있으면 명예훼손, 단순 의견이면 모욕입니다.

매국노, 왜구와 같이 사실의 적시가 아니라, 추상적인 평가나 경멸적 감정의 표현을 한 경우는 모욕죄에 해당합니다. 즉, 조롱과 욕설의 경우 '모욕죄'로 볼 수 있다는 건데요. 

명예훼손이든 모욕죄든 모두 다수의 사람들이 알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해져야 하고, 피해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어야 합니다.

인터넷 댓글은 누구나 볼 수 있으므로 '공연성'이 인정되므로 고정 아이디를 사용하는 등으로 피해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는 상태가 인정된다면 모욕죄는 성립 가능하게 됩니다. 

[앵커] 이번 사건과 불매운동 어떻게 보시나요. 

[윤수경 변호사]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현재까진 시민단체나 일반 국민들의 자발적 행동으로 이뤄져 왔습니다. 제품을 구매하지 않거나 구매하지 않겠다는 의사표현을 하는 방식으로 '적법'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반면 수원 유니클로 매장에서 발생한 립스틱 테러는 형사 처벌도 받을 수 있는 범죄행위입니다. 

소비자가 구매력을 무기로 상품이나 용역에 대한 자신들의 선호를 시장에 실질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소비자 불매운동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 일반적 행동의 자유 등을 포함해서 헌법으로 보장된 만큼 정당한 소비자 주권의 표현으로 자리잡았으면 하는 게 개인적 바람입니다. 

[앵커] '슬기롭게' 네 글자가 생각이 나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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