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 노조 만들려다 부당해고 당했다"... 6월 5일부터 49일째 단식농성 중

[법률방송뉴스] 법원이나 검찰청, 경찰청, 국회, 청와대 앞에서 이런저런 이유와 사연으로 장기간 시위를 벌이고 있는 사람들을 보는 것은 어쩌면 이제 익숙한 풍경이 됐습니다.

서울 강남역 삼성 서초사옥 앞도 그런 곳 중의 하나입니다.

이런저런 플래카드를 걸어놓고 공허한 메아리처럼 대답 없는 시위를 이어가는 사람들, "오죽 억울했으면 그러겠냐"는 의견과 "삼성이 무슨 죄냐. 그래도 우리나라 먹여 살리는 기업인데 보기에도 안 좋고 한데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데요.

어떻게 봐야 할까요. 법적으로는 어떻게 될까요.

'LAW 투데이'는 오늘(23일) 관련 보도 집중 전해드리겠습니다. 먼저 김태현 기자가 강남역 사거리에서 고공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한 삼성 해고자의 얘기를 들어 봤습니다.

[리포트]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도 가장 번화한 곳 중의 하나인 서울 강남역 사거리입니다.

차량과 사람들이 쉴새없이 오고 가는 사거리 한 모퉁이, 20미터 높이 경찰 교통영상 CCTV 철탑에 '국정농단 범죄자 이재용을 구속하라'는 대형 현수막이 펄럭거리고 있습니다.  

한눈에 보기에도 아찔한 높이, 그런데 CCTV 철탑 꼭대기, 사람의 맨발이 철탑 바깥으로 삐쭉 나와 있습니다. 누군가 있습니다.

강남역 사거리에 위치한 삼성 본사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교통CCTV 철탑에 올라가 누군가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겁니다.

법률방송 취재팀이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협조를 얻어 119 소방 사다리차를 타고 철탑 부근으로 올라가 직접 대화를 시도해 봤습니다.

세상과 통하는 유일한 수단은 동료들이 지상에서 사다리줄로 올려주는 보조배터리를 장착한 휴대폰 통화.

사다리차와 CCTV 철탑의 충돌 위험성 때문에 인터뷰도 휴대폰 통화로 진행했습니다.

1959년 7월 10일 생, 얼마 전 환갑을 막 지난 김용희씨는 "삼성 해고 노동자"라고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지난 1990년대 초반 삼성 계열사에 노조를 만들려다 해직과 복직을 반복했고 회유와 압박이 통하지 않자 1995년 삼성에서 완전히 해고당했다는 게 김용희씨의 주장입니다.

[김용희씨]
"해고 통지도 없이 지난 24년 동안 복직하지 못한 부분, 해고자는 해고자 개인의 아픔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한 가정이 완전히 파탄에 이르게 됩니다. 자식들도 마찬가지로..."

이렇게 20년 넘은 지난한 싸움이 될지는 자신도 몰랐다는 김용희씨. 

그동안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복직을 위한 모든 노력은 다 허사로 돌아갔고 지난 6월 5일 마지막 저항의 수단으로 20미터 높이 강남역 교통CCTV 철탑에 올라갔습니다.

7월 10일, 자신의 60세 생일이자 노동자로서의 ‘정년’을 한 달 5일 앞둔 날이었습니다.

[김용희씨]
"58일 동안 청와대 앞에서 현수막 걸어놓고 계속 이어서 국회 앞에 가서 119일 동안 했습니다. 계속해서 언론과 인권위, 국회, 수없이 발이 닳도록 찾아다녔는데 아무도 이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두지 않았어요. 언론도 마찬가지고..."

이에 김용희씨는 사방 1.5미터 정도 공간, 누우면 발도 제대로 뻗을 수 없는 철탑 꼭대기에 올라가 보통 사람이라면 몇 시간도 견디기 힘든 열악한 환경에서 벌써 40일 넘게, 그것도 그냥 고공농성이 아닌 단식농성을 이어오고 있는 겁니다.

[김용희씨]
"다리를 펼 수가 없어서 잠잘 때 가장 불편하고요. 움직이는 것조차도 힘들어요, 여기는. 너무 협소해가지고. 더위는 말할 것도 없고 비 오면 비 그대로 맞고... 최악이죠."

말 그대로 피골이 상접해 언제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도 조금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로 건강이 극도로 악화돼 있다는 것이 김용희씨의 상태를 확인한 인도주의실천연대 의사의 설명입니다.

[홍종원 의사 /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단식이 오래되다 보니까 팔다리, 엉덩이 쪽에 근육과 살이 모두 빠져서 지금 앉아있기만 해도 통증을 심하게 느끼는 지금 사실 뭐 갑자기 의식을 잃거나 저혈당 쇼크에 빠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노조를 만들려는 이유로 해고를 당했고 이후에도 복직 투쟁을 벌이는 등 삼성에 저항하다 억울한 옥살이까지 했다"는 김용희씨의 주장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당시 관계자와 관계된 부서가 다 없어져 사태 파악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삼성 관계자]
"뭐 노조나 이런 부분에 대해서 저희가 거기에 대해서 공식 입장을 말씀드릴 수 있는 그런 위치는 아닌 것 같아요. (이 분 관련해서 담당해주실 분, 부서가 전혀 없는 건가요) 그렇죠, 예예."

자신의 목숨마저 도외시한 수십일에 걸친 고공 단식농성.

미관도 미관이고 외국인도 많이 다니고 경찰 폴리스라인 설치로 교통 흐름에도 방해가 되는 등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가진 시민들도 있다는 지적에 김용희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김용희씨]
"왜 저렇게 올라갈 수밖에 없었는지, 그 동안의 제 처지와 삼성으로부터 탄압받았던 것들을 보고 저렇게 올라갈 수밖에 없었구나... 그래도 이해가 안 된다면 저로서는 할 말이 없죠."

법률방송 김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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