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서초사옥 건립 직후인 2008년부터 '삼성 비판' 붙박이 집회 장소로
관할 서초구청에 현수막 철거 민원 끊임없이 제기... 단속·철거 사실상 방치

[법률방송뉴스] 삼성 해고노동자의 CCTV 철탑 고공농성 사연 전해드렸는데요. 강남역 삼성 서초사옥 앞에 이런저런 이유들로 걸려있는 현수막들, 시민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장한지 기자가 시민들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서울 강남역 삼성 서초사옥 앞입니다.

삼성 서초사옥과 그 앞을 가로지르는 인도 사이 이런저런 현수막들이 언뜻 봐도 십여 개 넘게 걸려 펄럭이고 있습니다. 

'10년 동안 수수로 동결 삼성 이재용이 이 돈으로 살아봐라', '성추행, 강요 등 삼성그룹 만행에 죽어간다', '삼성 이건희 회장 성매매 수사하고 아들 이재용을 구속하라'는 등의 내용입니다. 

삼성 서초사옥 앞에 이런저런 현수막이 내걸리기 시작한 건 지난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08년 삼성 서초사옥 건립 직후부터 사옥 앞은 삼성 비판 붙박이 시위 장소가 됐고, 이후 십년 넘게 이런저런 주장을 담은 현수막들이 때로는 교체되기도 하면서 하나둘씩 늘어온 것입니다.

현수막을 내건, 내걸었던 사람들은 삼성이 잘못한 게 있어서 그에 대한 항의 표시로 현수막을 내걸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종란 노무사 / 반올림 상임활동가]
"삼성재벌 그룹이 벌인 이전까지의 온갖 국정농단을 비롯해서 그동안 되게 오랫동안 정영유착으로 많은 편법 불법들을 자행을 해왔고 그래도 한 번도 처벌되지 않았고..."

그렇게 삼성 서초사옥 앞은 '누구누구를 처벌하라'는 식의 거칠고 날 선 어조의 현수막이 십년 넘게 펄럭거리는 게 어느새 일상 풍경의 일부가 되어 버렸습니다.

사연 없는 현수막은 없습니다. 다 걸만 해서 걸은 건데 강남역 거리를 지나다니는 일반 시민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걸려있는 현수막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시민들은 일단 ‘지저분하다’, ‘미관상 보기 안 좋은 것은 사실’이라는 반응이 많습니다.

[김우섭(30) / 서울 서초구]
"지저분하고 없었으면 좋겠죠. 너무 정신없기도 하니까요. 강남역에 외국인도 많이 다니고 그렇기 때문에..."

[홍재은(51) / 서울 강북구]
"지금 바로 생각나는 것은 지저분하다. 깨끗해서 강남이구나 하는데 저기를 딱 봤을 땐 조금 분위가 음침한 느낌이 들고 그러네요. (메시지는) 오히려 안 보이고..."

반면 표현의 자유는 헌법상 권리인 만큼 정당한 의사 표시로 괜찮다는 반응들도 있습니다.

[송은주(28) / 인천 부평구]
"저 (현수막) 메시지가 다른 거나 이상한 거면 모르겠는데 저런 내용이라면 그래도 (걸어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요. 시민의 권리라고 생각을 해서..."

[강남구 주민]
"표현의 자유라고 할 수도 있고..."

외국인들은 전후사정이야 잘 모르겠지만 '일단 보기엔 안 좋다'는 반응이 주류입니다.

[으엉(29) / 베트남]
"보기 좋지 않아요. 지저분해 보여요. 이곳은 강남역의 중심이어서 모든 것이 정돈돼야 할 것 같아요."

[케이코(25)·히로키(25) / 일본]
"보기 안 좋아요. 아름답지 않아요."

현수막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호불호와 찬반, 시선이 크게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관할 서초구청엔 현수막을 철거해 달라는 민원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서초구청 관계자]
"삼성 본사 앞에 현수막들이 너무 지저분하고 보기 안 좋다, 지나가다가 보면 더럽고 그러니까 관련해서 그런 민원이 주로 전화상으로 많이 접수가..."

하지만 법적인 문제 등 이런저런 문제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데다 현수막 철거 시 당장 관련 단체들의 반발이 거셀 것이 불 보듯 뻔해 경찰과 구청 모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태입니다.

[강남역 사거리 시설 관리 관계자]
"떼고 안 떼고는 구청에서 하는 일인데 저희들이 떼라 할 수 없고 이것을 떼서 어떤 충돌이 일어나는 것을 원하지 않으니까 굳이 이것을 해서..."

그룹 총수 일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있는 현수막들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논리나 사실관계가 맞지 않는 것도 있고, 현수막을 걸어놓고 있어 봐야 문제 해결에 무슨 도움이 되겠냐'는 시큰둥하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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